법일 스님의 승적이 본안 판결이 날 때까지 일시적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1월 17일 오후 4시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조계종 총무부는 법일 스님의 승적과 관련한 소송에서, 법일 스님 승적 회복 여부에 대한 본안 판결 시까지 승적을 인정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존중해 본안 판결이 날 때까지 승적을 일시적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행정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이는 법일 스님의 승적을 본안 판결 때까지 일시적으로 회복조치 하되, 본안 판결에서 법일 스님이 승소(승적 인정 판결을 받으면)하면 법원 판결에 따라 승적을 인정하고, 패소하면 승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계종 총무부의 법일 스님 승적 한시적 회복 추진은, ‘본안 판결도 아닌 가처분 결정을 수용하는 것은 종단의 위상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골자로 한 제192회 중앙종회에서 총무부의 답변 내용이 법치국가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것이라는 비판을 의식했거나, 승정인정 가처분 결정에도 불구하고 승적회복을 계속 거부할 경우 상당액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손해배상액에 대한 부담 등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는 법일 스님이 제기한 소송 가처분신청에서 ‘비구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하고, 장적·덕조스님에 대한 중앙종회의원 당선인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2012년 5월 30일 선고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계종 총무부는 지난 9월 18일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중앙종회의원 오심 스님의 종책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종교단체 고유의 영역인 수계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법원의 가처분결정을 이행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수계에 대한 법원의 본안판결이 아닌 가처분결정을 따르는 것은 자칫 종교단체 고유의 독립성과 정체성을 흔드는 내용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었다.

그러나 서울 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부장판사 강승준)이 지난 11월 30일 법일 스님이 제기한 은해사 주지후보자선출결정 등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본안판결확정시까지 은해사 주지선출자의 당선효력을 정지시키는 등 법원의 결정이 뒤따르면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일단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2012년 10월 25일 은해사 산중총회가 돈관스님을 주지후보자로 선출한 것에 대하여 효력을 정지하고 또한 2012년 10월 31일 조계종총무원장이 돈관스님을 은해사 주지로 임명한 것에 대하여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지난 2012년 5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법일스님의 비구지위가 있음을 인정하는 판결을 한 것에 비추어 볼 때(2011카합2497) 법일스님이 은해사주지후보자 선출결정 및 조계종총무원장의 은해사 주지임명의 효력정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인정되며 그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주문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한편 법일 스님측은 조계종 총무부의 본안 판결 시까지 일시적 승적회복 조처 진행과 관련해 “‘승적을 회복시켰으니, 본안소송을 취하해 달라’는 조계종 핵심부의 물밑 제안(요청)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다른 결과”라며 “종단 내 사법기구인 초·재심호계원과 법규위원회에서 다 인정했고, 법원 가처분에서도 인정한 승적을 법대로 회복시키면 될 일을, 아직도 ‘일시적’ 운운하고 있다는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법일 스님측은 또 “진정성을 상실한 종단 집행부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승적 회복 여부와 상관없이 본안소송에 임할 것이며, 이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통해 종단 집행부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법일 스님은 일시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일단 승적이 회복된 만큼 제10교구 본사 은해사 주지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여, 은해사 주지 선거에 종단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