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가 주지답지 못한 언행을 했을 때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라는 말이 오랜 옛날부터 절집에 내려오고 있다. 이번 조계종 스님들의 도박 사건과 흡사한 일들이 전에도 있었다는 얘기다.

<0의 행복>의 저자 이규항씨는 본지 기고를 통해 "모든 사람이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번 노름사건에 연루된 스님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사진=이규항씨 제공)

나는 평소 불교의 교의(敎義)중에서 모든 사람이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불교의 기초교재였던 <원각경(圓覺經)>은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해도 원각경을 다른 이름으로 명명한 다섯 가지만 들어도 행복을 누릴 것이라고 중생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1)대방광원각다래 2)수다라 요의 3)비밀왕삼매 4)여래 결정 경계.

그런데 다섯 번째는 위의 네 가지 이름의 흐름과 동떨어진 ‘여래장자성차별(如來藏 自性差別)이다. 흥미롭다. ‘여래장’은 부처가 될 그릇(씨앗)이며 ‘자성’은 본래 타고난 본성이다. 불성을 누구나 타고 났다고 하나 여기서는 예외를 둔 것이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보편적인 교의는 초기 불교에서 모든 백성들에게 희망을 준 포교의 한 방편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왜 이러한 예외를 뒀을까?

이는 초기불교의 한 사건을 권선징악의 교육적인 차원에서 상징적으로 반영하고자 했던 듯싶다.

붓다의 셋째 삼촌인 감로반(甘露飯 )은 두 아들을 두었는데 둘째인 아난존자는 20여 년 간 붓다가 열반하실 때 까지 곁에서 수발을 들었다. 그런데 같은 형제인 제바달다(提婆達多)는 붓다의 포교활동에 방해가 되었을 뿐 아니라 여러 번 살해까지 시도했다. 제바달다는 이번 사태의 고발자 성호 스님과 심성의 DNA가 같았던 모양이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번 노름판 사건의 걸레 스님들은 수도가 아닌 세월의 인연으로 주지가 된 것이다.

그동안 이들은 행주 스님으로서 절을 찾아온 불자들 마음에 쌓인 먼지를 닦아주는 일을 해왔다. 앞으로 행주는 내려놓고 걸레를 들고 불가 안팎의 불사(佛事)를 돕는다면 이보다 더한 포살이 어디 있을까? 걸레질은 행주질보다 더 어려우며 보람된 일로 이러한 선업(善業)은 내세의 부처를 약속받게 될 것이다.

이규항 씨는… 1939년생으로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35년간 KBS에서 야구, 씨름, 유도 전문 캐스터로 명성을 날렸다. 야구인 이광환 씨가 제주도에 세운 ‘야구 박물관’에는 1977년 그가 국내 최초로 출간한 야구 번역서 〈미국야구〉가 전시돼 있다. 2008년 <0의 행복>을 출간했다. <0의 행복>은 최근 일본어판으로 발간됐다. 현재 아나운서 전문 아카데미에서 아나운서 지망생을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