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시절인연을 잘못 만나서 빛도 못본 채 사라지는 책들이 있다. 불교책 중에는 특히 그런 책들이 많다. 베스트셀러가 팡팡 터지는 성격의 책이 아니다보니, 대중들에게 입소문이 나기도 전 절판 되기도 하고 가끔은 출판사가 망해서 재판 찍을 길이 없어진 경우도 있다.

불교책이든, 일반서적이든 그런 책을 다시 찍는 일은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타거나, 아니면 그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기 전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된다.

그런데 최근 불교계에서 아깝게 사라진 책이 재출간되는 일이 발생했다. 20여년전 고려원에서 출간된 <만화 불교이야기>가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을 출간한 이는 바로 솔바람출판사의 동출 스님. 그냥 사장되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이라 생각해서 다시 출간하는 김에 아예 두 권을 더 찍어냈다고 한다.

동출 스님의 설명은 이렇다.

“글도 좋고, 그림도 참 좋은 이 책이 출판사가 망해서 더 이상 출간되지 않는다는게 너무 마음 아팠다. 이 책은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한 포교용으로 더할 나위 없는 책이다. 이런 책을 찾아내서 다시 세상에 내놓고 사람들에게 읽히도록 하는게 바로 우리가 해야 될 일 아니겠나. 좋고 잘 팔리는 책은 다른 사람들이 다 내니까 나는 이런 일을 찾아서 하면 된다.”

출판사 사장 말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어쨌든 감동적인 이야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스님의 원력으로 재탄생한 완간된 불교이야기 시리즈는 원래 초판에서 두권 더 늘어난 총5권이다. 제1권은 부처님 생애, 2권은 인물 불교사, 3권은 근본불교, 4권은 대승불교, 5권은 불교 문화와 상식으로 구성돼 있다. 내는 김에 제대로 내서 아예 이것만 읽어도 불교 초급과정은 마스터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동출 스님은 “요즘 아는 선생들 만나면 이 책으로 교양대학 교재를 하라고 권한다”고 말할 정도로 이 책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이 책의 특징은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결코 쉽고 가벼운 내용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함경의 부처님 전생담, 화엄경의 선재동자 이야기, 부처님의 십대제자와 중국·한국의 고승들의 일화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내용의 깊이 또한 웬만한 개설서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소설 <단(丹)>의 저자이자 30여종의 불교서적을 출간한 김정빈 선생이 원고를 집필했기 때문이다. 그림은 <만화로 보는 인류이야기> 등 학습만화계의 거장 최병용 선생이 맡았다.

<만화 불교이야기>제1권 부처님 생애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에서부터 깨달음, 위대한 출발, 설법과 교화의 나날, 거룩한 완성에 이르기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제2권 인물 불교사는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불교를 이끌어온 고승들의 일화, 부처님의 10대 제자들, 중국 조사들과 한국 고승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4권 대승불교는 아함경, 법구경, 화엄경, 법화경, 반야심경, 금강경 등 초기경전부터 대승경전까지 주요 경전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제5권 불교문화와 상식은 목탁의 유래, 석등, 십우도의 의미 등의 의미와 불교가 건축, 음악, 미술, 문학에 끼친 영향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