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과 같이 뒤를 

한결같이,

뒤와 같이 앞을 

한결같이,

위화 같이 아래를 

한결같이,

아래와 같이 위를 

한결같이

낮과 같이 밤을 

한결같이,

밤과 같이 낮을 

한결같이

(ⓒ장명확)

불교 신행을 하다 보면 삼매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삼매란 무엇일까? 어떤 마음상태를 삼매라고 하는 것일까? 알듯하면서도 잘 모르겠고, 모른가 싶으면 어렴풋이 알 것도 같은 것이 삼매일 것이다. 삼매란 마음을 대상으로 삼아 집중시킴으로써 지혜를 얻는 수행법이다. 

삼매는 주관과 객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음이 올바른 관찰과 마음가짐을 통하여 일체가 되는 경지를 말한다. 삼매는 간화선이나 위빠사나, 염불, 정근 등 모든 수행법의 기본이 되며,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삼매의 특징은 한 경계에 마음을 집중시켜 혼침과 도거, 즉 가라앉은 마음과 들뜬 마음 상태에서 벗어나 살피고 생각하는 경지이고, 흔한 말로는 어떤 것에 몰두한 상태를 삼매라고 일컫기도 한다. 예컨대 ‘독서삼매경’ 등이다. 삼매는 결합된 것, 짜인 것 등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사마디(Samādhi)’를 음사한 말이다. 마음을 한곳에 집중시켜 흔들림이 없는 평등심(平等心)을 의미한다. 삼매는 그 뜻을 따라 선정(禪定)이라고 의역하기도 한다.

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 삼매는 필수 조건이다. 산란한 마음을 하나의 생각, 하나의 대상에 집중시켜 흩어지지 않게 해 삼매에 빠져들고 또 이로써 마음의 산란을 막고 평정을 얻기 때문이다. 수행자는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이 경지에서 바른 지혜를 얻고 대상을 올바르게 파악하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삼매는 바르다든가 바르지 못하다든가 하는 등의 상대적인 관념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생각이나 생각 아닌 것까지 넘어선 경지이기 때문이다. 삼매를 가장 명확하게 정의하고 분류한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분이 원효대사이다. 원효대사는 저 유명한 <금강삼매경론>에서 삼매를 가리켜 ‘마음이 하나의 대상을 관찰하면서도 치우침 없이 평등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원효대사에 의하면 삼매를 이룬다는 것은 쉽게 풀이해서 주관과 객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음이 올바른 관찰과 마음가짐을 통하여 일체가 되고, 마침내 그 세 가지에 대한 생각까지 잊어버린 경지에 들어간 상태를 뜻한다. 

초기불교에서는 삼매를 본삼매와 찰나삼매로 나누어 설명한다. <청정도론> 등의 주석서 문헌들에서는 사마타로 성취되는 삼매를 ‘본삼매’라 부르고 위빠사나 때의 고도의 집중은 ‘찰나삼매’라고 정의한다. 여러 경들에서 부처님은 삼매를 마음이 한 끝에 집중됨(心一境性, cittassa ekaggataa)으로 설명하고 있다. 주석서들은 이 한 끝을 하나의 대상으로 설명하고 있고 삼매에 드는 마음의 대상을 ‘닮은 표상(ptibha-ga-nimitta)’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사마타는 마음이 닮은 표상이라는 대상에 집중된 상태이다. 다만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사마타의 고요함만으로는 해탈ㆍ열반을 실현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사마타는 마음과 대상이 온전히 하나가 된, 밝고 맑고 고요함에 억눌려 탐진치가 잠복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마타에서 나올 때는(出定) 다시 탐진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상·고·무아를 통찰하는 위빠사나의 힘으로 이들의 뿌리를 멸절시켜야 영원히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되며 그래야 해탈ㆍ열반을 실현하게 된다. 그럼에도 매우 중요한 것은 사마타의 뒷받침이 없이 위빠사나 수행도, 열반도 성취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시는 <앙굿따라니까야> 3:89 ‘배움의 경②(Dutiyasikkhāsutta)’에 등장한다. 시 전체 가운데 앞에서 제시한 내용은 삼매에 관한 부분이다. 부처님은 이 경에서 세 가지 배움에 대해 설법하신다. 세 가지 배움이란 보다 높은 계행에 대한 배움, 보다 높은 마음에 대한 배움, 보다 높은 지혜를 배움을 말한다. 이를 한역에서는 계·정·혜 삼학이라고 옮겼다. 부처님은 삼매, 즉 선정을 ‘보다 높은 마음’이라고 표현하셨다. 보다 높은 마음이란,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여의고 악하고 불건전한 상태를 떠난 뒤 사유를 갖추고 숙고를 갖추고 멀리 여읨에서 생겨나는 희열과 행복을 갖춘 두 번째 선정을 갖춘 뒤에, 사유가 숙고가 멈춰진 뒤 내적인 평온과 마음의 통일을 성취하고 사유를 뛰어넘어 숙고를 뛰어넘어 삼매에서 생겨나는 희열과 행복을 갖춘 두 번체 선정을 성취한 뒤, 희열 또한 사라진 뒤 평정하고 새김이 있고 올바로 알아차리며 신체적으로 행복을 느끼며 고귀한 님들이 평정하고 새김이 있고 행복하다고 표현하는 세 번째 선정에 든 뒤, 행복과 고통이 버려지고 이전의 만족과 불만도 사라진 위 괴로움도 뛰어넘고 즐거움도 뛰어넘어 평정하고 새김이 있고 청정한 네 번째 선정에 든 경지를 의미한다. 부처님의 이 가르침은 제1선정부터 제4선정까지 단계별 경지에 대한 설명이다. 

이 시는 이런 경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한결같이 무량한 삼매에 들어야 하고, 그럴 때 마음은 모든 방향을 다스린다고 밝히고 있다. 모든 방향을 다스리는 마음은 곧 통찰지혜의 발현으로 연결된다.

누군가로부터 ‘바른 선정을 성취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이 시가 적절한 해답이 될 것이다. 모든 것에서 한결같이 그 마음을 적정하게 하고, 한 찰나도 사띠를 놓치지 않는 경지, 이것이야말로 바른 삼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