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로 가득 차 대화를 한다.
화를 내고 오만하고
고귀하지 못한 수단을 사용하며
다른 사람에게서 잘못을 찾는다.
악담을 하고, 무례를 범하고
혼란스럽고, 상대를 짓밟는 것을
대화에서 서로가 즐겨하니
그것은 고귀하지 못한 것이다.
현자가 대화하고자 원하면
그때를 알고 나서
고귀한 삶에 관한 대화를
가르침에 입각하여 말해야 하리.
집착을 여읜 정신으로
화내지 않고 오만하지 않고
질투함이 없이, 성급함이 없이
현자는 대화를 이끌어야 하리.
질투를 여읜 마음으로
올바른 앎으로 말한다.
잘 말해진 것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잘못 말해진 것이더라도
그는 비웃지 않는다.
비난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지 않고
공격하지 않고 유린하지 않고
함부로 지껄이지 않는다.
바른말은 청정한 믿음을 주고
우리의 앎을 깊게 한다.
고귀한 님은 이와 같이 말할 줄 안다.
그것이 고귀한 남의 말이다.
총명한 님은 이것을 알아서
교만하지 않고 참답게 말한다.
- 전재성님 옮김
(ⓒ장명확)
국회의원들의 말싸움 장면은 세상 사람들이 정치권을 비판할 때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정치권의 수준이 낮다는 지적을 할 때 국회의원들의 말싸움 장면이 으레 제시되곤 한다. 실제로 정치하는 사람들의 언쟁 수준에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사실 정치인들보다 더 저급한 대화도 우리 사회에는 가득 차 있다. 그래도 만만한 것이 표 앞에 한 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이니, 국회의원들의 대화를 고귀하지 못한 대화의 예로 들어보기로 하자.
다음의 대화는 국회 법사위원회에서여야 의원 사이에 오간 내용이다. 야당의원은 법사위원장, 여당의원은 여당의 간사를 맡고 있으니 두 사람은 법사위에서 여야를 대표하는 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의원 모두 내로라하는 학력과 경력을 자랑하는 분들이다. 아래 대화는 법사위원회 장에서 여당 간사가 위원장 자리로 나가 나눈 내용 중 일부다.
정청래 : “제가 재량으로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요. 국회법대로 합니다.”
유상범 : “그렇게 법을 좋아하세요? (중략) 상대방 배려를 좀 하세요. 위원장이 하고 싶으면 맘대로 정회하고, 재개하고 싶으면 맘대로 해요?”
정청래 : “국회법대로 하는 거예요.”
유상범 : “국회법 위에 있어요?”
정청래 : “공부 좀 하세요.”
유상범 :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하지 않았겠어요?”
이 대화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조롱하고, 비하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상대를 존중하거나 배려하는 내용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국회의원들이 싸우는 것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대화상대로 적합한 이를 찾는 기준을 찾고자 함일뿐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국회의원들은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크게는 국민들을 위해서, 작게는 자신을 뽑아준 지지자를 위해서 싸워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싸우는 것을 막연히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런 비난은 국회의원들에게 일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싸우되 다만 품격을 갖고 품위 있게 상대를 설득하고 여법하게 조복을 시키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 시는 <쌍윳따니까야>3:67 ‘대화의 주제의 경(Kāthavatthusutta)’에 등장한다. 이 경에서 부처님은 세 가지 대화의 주제를 제시하신다. 과거의 이야기, 미래의 이야기, 현재의 이야기 등 세 가지 주제가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또한 대화의 상대로 적합한지를 가리는 것은 상대가 대화를 이끌어가는 방식에서 알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질문을 받았을 때, 단언적으로 대답해 주어야 할 경우에 단언적으로 답하지 못하거나, 분석적으로 대답해 주어야 할 경우에 분석적으로 대답하지 못하거나, 질문의 화살을 되돌려주어야 하는 경우에 질문의 화살을 되돌려주지 못하거나, 질문을 제쳐 두어야 하는 경우에 질문을 제쳐주지 못한다면 그런 사람은 대화상대로 적합하지 않다고 가르치신다. 또 질문을 받고는 옳고 그름에 입각하지 못하고, 취지에 입각하지 못하고, 알려진 발언에 입각하지 못하고, 절차에 입각하지 못하면 그런 사람 역시 대화상대로 적합하지 않다고 가르치신다. 또한 질문을 받고는 달리 다른 것으로 답변하고 밖으로 화제를 돌리고 화내고 성내고 실망을 드러내는 사람도 대화상대로 적합하지 못하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질문을 받고는 공격하고 유린하고 조롱하고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사람도 대화상대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씀하신다.
이처럼 대화상대로 적합한지 여부는 대화를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부처님은 가르치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