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붓다 전에도 있었지만 붓다에 이르러 획기적으로 재정비되었다. 붓다는 자신이 개척한 깨달음의 경지에 누구나 다 도달할 수 있도록 이론과 실천 방법을 만인에게 공개하고 가르쳤다.

그럼에도 2600여 년을 넘은 불교사에서 명상에 대한 관심은 철학과 사상으로 이어진 불교의 내용적인 면과 비교하면 미비하기 짝이 없다. 붓다가 인류에게 제시한 ‘지혜’는 직접 수행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데도 말이다.

이 점에 착안, 붓다가 어떤 명상을 어떻게 했는가에 천착한 좋은 책이 출간됐다. <붓다의 명상법>(아름다운 인연)이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지하시 히데오는 와세다를 나와 수행에 전념한 인텔리 수행자이다.

“현재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혜, 이 두 가지가 갖추어졌을 때 최고의 결단력이 발휘됩니다. 이 두 가지 능력을 기르는 명상 시스템이 위빠사나 명상입니다.” <34쪽>

<붓다의 명상법>의 저자 지하시 히데오는 말한다. 명상은 지식을 아무리 많이 쌓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그런 만큼 이 책은 철저히 독자가 직접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쓰였다. 저자가 오랫동안 해온 수행과 자신이 지도했던 많은 사람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명상의 효과는 무엇인지부터 붓다가 행한 수행법으로 알려진 위빠사나 수행을 하는 구체적 순서와 방법, 궁극적 목표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사마디 상태에 도달하면 도파민(dopamine) 등의 쾌감 호르몬이 비 오듯 쏟아지는 쾌락의 세계가 나타나므로 기분 좋게 빠져 들어갑니다. 언어 확인이 미숙한 상태에서 사마디만이 돌출되어 나타나는 불균형으로 인해 그러한 상황으로 빠져 드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188쪽>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 마음이 한없이 맑아지며 괴로움이 사라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지하시 히데오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경험이 붓다가 행한 수행법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그렇다면 명상으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까. 물론 명상으로도 부정적 감정은 아주 없앨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알아챌 수는 있으며, 알아챔이 붓다로 가는 길임을 저자는 확신을 갖고 말한다.

저자는 명상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쁜 친구를 피하라고 권한다. 거짓말 하는 사람, 헛소리 하는 사람, 정직하지 않은 사람, 나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과 어울리면 반드시 그 영향을 받아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번뇌의 세계로 이끌려 들어간다는 것이다.

아무튼 요즘 가장 각광받는 자기 계발 영역은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버린다면 분명히 좀 더 행복해질 것이라 확신하기에 현대인들은 과감히 ‘명상’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직장과 인간관계에서 받는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들은 명상을 통해 행복해졌을까. 그들은 과연 명상을 통해 분노, 혐오, 미움 등 마음을 할퀴는 부정적 감정을 완전히 없앨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정적 감정이 일어난 그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달라이 라마조차 여자에게 유혹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솔직히 답했으니, 범부들은 말할 것도 없겠다.

중요한 점은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모른 채 우리 자신이 계속해서 끌려 다니기 때문에 괴로운 것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감정의 명확한 실체를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알아차림’의 수행이 위빠사나 명상이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몸과 마음이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 위빠사나 명상이다. 여기에서 ‘알아차림’을 도와주는 특별한 기술이 있는데 바로 ‘사띠’라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사물이 인식되기까지를 12처의 구조로 설명하는데, 그 일련의 흐름에 따라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을 일일이 명확한 언어를 붙여 확인하는 것을 사띠라고 한다.

사띠를 통한 선명한 알아차림은 당연히 올바른 판단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최소한 우리가 산더미 같은 망상과 태풍처럼 불어오는 잡념에 시달리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나 사띠 기술만 잘 익힌다고 위빠사나 수행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판단의 행동 근거로 붓다가 제시한 것이 바로 오계를 지키는 불교적 가치관이다.

‘살생하지 않는다. 훔치지 않는다. 잘못된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 거짓말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의 오계를 지키는 것이 명상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계율을 꾸준히 지켜 마음을 청정하고 선한 쪽으로 향하게 하여 망설임 없이 판단할 수 있게 바탕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위빠사나 명상과 불교의 윤리적 기준은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사실 이는 새로울 것도 없다. 계라는 튼튼한 그릇이 있어야 그 안에 담긴 물이 잔잔하다 못해 고요해질 수 있고, 그럴때 접시에 담긴 물속의 모든 것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가르침은 불가에서는 고전에 가깝다. 13,000원

*지은이 지하시 히데오
1948년생. 와세다 대학 문학부 졸업. 1978년부터 해탈을 목표로 수행 생활을 시작했다. 단식, 요가, 대승불교, 심령과학, 공학선, 타력전탁, 내관, 크리쉬나무티 등을 수행 편력한 끝에 초기 불교에 입각한 위빠사나 명상이 해탈을 완성하는 길임을 알게 되었다. 그 후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등지에서 수행 생활을 했다. 1995년부터 명상 지도를 하고 있다. 현재 그린 힐(Green Hill) 명상 연구소 소장이다. http://www.satisati.jp E-mail:greenhill@satisati.jp

*옮긴이 남상영
현재 일본 가나자와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쉰 살을 눈앞에 두고 인생의 고(苦)를 느껴 불교에 입문했다. <붓다의 명상법>을 접하고 명상 합숙 수련 등을 통해 위빠사나 수행법이 아상을 버리고 오온을 깨달아 해탈에 이르는 길임을 확신하고 현재는 일상생활 속에서 수행에 정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