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늙음에
또한 죽음에 종속된,
그 있는 그대로의 진리를
어리석은 이들은 혐오하네
있는 그대로의
존재에 혐오를 품으면
그렇게 존재하는 이에게
옳은 일이 아니네.
나는
집착대상을 여읜 상태를 알아
젊음, 건강에 대한 도취, 생명의 도취…
모든 도취를 이기고
여읨 가운데 안온을 발견하고
열반을 보면서 용맹하게 정진하네.
감각적 욕망을 섬기는 것은
결코 내게는 불가능하리.
청정한 삶을 궁극으로 하는
나에게 퇴전이란 없네.
(ⓒ장명확)
요즘 유행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가짜 뉴스’가 아닐까 싶다. 가짜뉴스란 사실이 아닌 거짓을 사실(事實)인 것처럼 속이거나 꾸며 보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에는 나에게 불리하면 가짜 뉴스, 상대에게 유리해도 가짜 뉴스라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이 많아져 가짜 뉴스의 개념조차 혼동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뉴스를 생산해 보도하는 대형 언론매체에서도 이른바 팩트(fact) 체크라는 시간을 편성해 운영하기도 한다.
팩트, 즉 사실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나 사실에는 팩트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Truth, 즉 진실 또는 진리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또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가리키기도 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일을 솔직하게 말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뜻하는 말이고,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을 뜻하는 말이다. 예컨대, ‘이 작품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다.’ ‘그는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어제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했다.’ 등과 ‘진실을 감추거나 밝히다.’ ‘그는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했다.’ ‘이번 사건의 진실이 언젠가는 드러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부처님께서는 사실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계셨을까? 부처님의 설법에 나타난 사실의 의미는 사실과 진실을 모두 포함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비유의 왕’으로 불렸을 만큼 적확한 비유를 할 때는 사실적 측면이 강하고, 가르침 자체가 시공을 초월해 두루 통하는 진리로 받아들여질 때는 ‘진실’의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실제로 부처님께서 사왓티 시에 머물 때 누구나, 그가 남자든 여자든, 출가를 했든 재가에 머물든 간에 반드시 자주 관찰해야 할 사실에 대해 다음의 다섯 가지로 나누어 상세하게 설법하신 적이 있다.
그 다섯 가지는 ‘늙음에 종속되어 있으며 늙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질병에 종속되어 있으며 질병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죽음에 종속되어 있으며 죽음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모든 사랑하는 것과 마음에 드는 것과 헤어지고 이별해야 한다는 것’, ‘업의 소유자이고 업의 상속자이고 업의 원인자이고 업의 친연자이고 업의 의지처이고 내가 선이나 악을 지으면 그 상속자가 되는 것’이다.
이어 부처님께서는 각각의 사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시는데, 그 내용을 살펴볼수록, 또 곱씹어 생각할수록 어느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참 진리의 말씀이시다.
왜 늙음에 종속되고 늙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자주 관찰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은 젊었을 때 젊음의 도취가 있는데, 그 교만에 빠져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으로 악행을 하는데, 만일 그가 어떤 사람이 그 사실을 잘 관찰하면 젊음의 도취가 버려지거나 약해진다고 설법하셨다. 이어 부처님께서는 질병, 죽음, 애별리고, 업의 상속 등을 잘 관찰하면 이로 인한 도취가 버려지거나 약해진다고 말씀하셨다.
이 시는 <앙굿따라니까야> 5:57 ‘사실의 경(Thānasutta)’에 등장한다. 논리 정연하게 사실에 대해 설법하는 내용을 담은 이 경을 읽으며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분, 부처님의 위대함을 새삼 절감한다. 가능한 많은 불들이 이 시를 읽고 정도에서 빗나간 다섯 가지의 도취에서 해방되어 불퇴전의 삶을 영위했으면 좋겠다.
- 시어 ‘도취’는 어떠한 것에 마음이 쏠려 취하다시피 된 상태를 말한다.
- 시어 ‘퇴전’은 행할 때 뒤로 물러서거나 깨달음을 잃어버린 상태를 뜻한다. 단 어떤 경우에도 보살이 수행의 과정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는 경지를 불퇴전지(不退轉地)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