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베트남 수교 32주년 기념으로 열려 

한국, 중국, 일본 등과 더불어 대승불교의 주요한 거점인 베트남에서 대승불교와 유교, 도교의 영향으로 발전한 베트남 불교판화와 민간 판화를 4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고판화박물관에서 소장품 중 100여 점을 엄선하여 한국 최초로 베트남 고판화 종합 특별전을 기획했다. 

올 해로 ‘개관 21주년’을 맞이하는 고판화박물관에서는 그동안 한국, 중국, 일본, 티벳, 몽골의 고판화를 특별전을 통해 다양하게 소개해 왔다. 하지만 중요한 동양 고판화 세계의 마지막 퍼즐인 베트남 고판화 특별전을 아직까지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8월부터 9월 까지 두 차례에 걸쳐 개최된 베트남 고판화 답사를 통해 많은 베트남 불교판화를 새롭게 수집하게 되어, 베트남 불교판화인 불화와 민화판화를 총 망라하는 종합 특별전을 2024년 국가유산청 생생 사업으로 펼쳐지는 고판화박물관 정기 특별전으로 개최하게 됐다. 

이번 특별전은 동아시아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요한 동양 문화의 거점인 베트남의 문화를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대승불교 문화와 유교문화, 한자 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한 같은 문화의 뿌리임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 동양 문화의 동질성을 실감하고, 나아가서는 올해로 한국과 베트남 수교 32주년을 맞이하면서 한국에 살고 있는 많은 베트남인들과 2세들에게 베트남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좋은 계가 될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불화를 목판화로 많이 찍어 유포하여 현재까지도 많은 판목들이 사찰에 남아 있으며, 경전을 찍었던 불경 판목도 많이 남아 있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서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3차례에 걸쳐 진행된 베트남 고판화 답사를 통해 하노이 북부에서 하노이 후에, 호이안 등 중부와 남부인 호치민에 유명한 목판을 소장하고 있는 15개 사찰에서 인경작업을 진행하였으며, 하노이 수이사 목판 연구소와 광남성 화풍사 목판연구소와 교류협정을 체결하였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후에 불교대학 박물관 등 더 많은 기관과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화풍사협약식
 

이러한 목판 교류 사업을 통해 서로가 가지고 있는 판목을 활용하여, 인경한 작품들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수집되었으며, 각국의 문화유산법이라는 장벽으로 인해, 서로의 고급문화를 교류하기 어려웠던 점을 지혜롭게 타개하게 되어, 각국의 기록문화유산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 질 단초를 제공하게 되었다.

판화로 보는 ‘베트남 불화 그리고 민화 특별전’에서 눈여겨볼 작품들은 민중과 함께하는 베트남 불교의 속성을 잘 보여주듯 많은 불화판화와 삽화가 들어 있는 불교경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눈여겨 보아야 할 작품이 ‘아미타래영도 판목’과 그 인경(경을 인출)본 들이다. 

아미타래영도판목 양면 -19C 호치민 보광사 (아미타랭영도 최고의 판목으로 평가)
 

아미타랭영도 비교사진
 

고판화박물관에 있는 1미터가 넘는 대형 아미타래영도 판목은 중국학자들과 베트남 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이 일어났던 판목이었으나 이번 베트남에서 유사한 목판을 후에 홍덕사 불교대학 박물관 판목과 중남부 지방인 광하이성 광록사의 아미타래여도 판목을 조사하고 인경하는 작업을 통해 베트남 판목임이 증명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명실 상부하게 아미타래영도 베트남 최고의 판목임을 평가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베트남의 세군데 사찰의 ‘아미타래영도 판화를 다 볼 수 있는 자리가 펼쳐 진다. 

지장보살(김교각 지장보살) - 19C 후에 천모사 판존
 

신라의 왕자였던 김교각 스님이 당나라 때 구화산에서 세계 최초의 등신불(육신불)이 되어서 지장보살로 추앙받고 있는 것이 베트남에서도 그대로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베트남 후에 천무사 ’지장보살‘ 판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김교각 지장보살의 특징은 민머리가 아니라 오불관의 모자를 쓴 모습이며, 신라에서 데리고 간 반려견(犬)인 청견이 특징인데 이를 판화에 잘 나타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지장보살 판화이다. 이 판화로 한국과 베트남의 불교 교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으며, 김교각 지장보살이 베트남에서도 추앙 받고 있음이 들어나는 한국불교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판화이다. 

관음보살도- 19C 호이안 천덕사

관세음보살보문품 - 20C 호이안 축성사

여래응현도 호이사
 

뿐만아니라 베트남 불화판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호이안 천덕사의 대형 관음보살도 판화 등 다양한 불화 판화를 감상할 수 있다. 고판화의 시작은 책속의 삽화로부터 시작되듯이, 가장 아름다운 불경 그림책인 호이안 축성사 ’관세음보살 보문품‘과 부처님 일대기인 ’석씨원류 여래응현도‘를 베트남 버전으로 볼 수 있다.   

24효도-20C 향쫑판화

농사도(농사장려)-20C 동호판화
 

2부 색션으로 베트남 민화판화가 다양하게 전시될 예정이다. 베트남 민화판화는 동호, 향쫑, 김황, 낭심을 중심으로 발전하였으며, 설날을 기념하거나 제사할 때 종교용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민중 속에 자리하면서 가장 베트남 전통을 담아내고 있는 민화로 자리 잡았다. 200여 점의 소장품중 50여 점이 소개될 예정이며, 축복판화와 일상생활 판화, 중국 소설 등의 소재로 된 이야기 판화와 베트남 민간 종교와 도교 등을 소재로 한 종교판화, 프랑스 식민지 판화 남북 전쟁 때 항전을 독려하는 판화 등으로 구분하여, 전시될 예정이며, 1미터 정방형의 복자 채색 판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자도 판화와 삼국지, 24효도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이야기 판화가 족자 형태로 남아 있어 한국의 민화와 중국 년화와도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제사용으로 발전한 낭심 판화도 소개되고, 부적의 형태도 품고 있는 김황 판화도 소개될 예정이다. 

군대사열(프랑스 식민지 시대 판화) -20C 동호판화
 

항전독려 (쩐 꾸억 도안 장군과 호치민의 국민 축제)- 20C 창작판화
 

이번 전시를 기획한 한선학 관장은 “『베트남 불화&민화 특별전』은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에서 한문문화권으로 발전되었던 북방 대승불교의 보편성 속에 각국으로 발전된 독창성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에서 사라져 버린 불교 판화를 베트남 불교판화에서 찾아내어 복원할 수 기회가 제공될 수 있으며, 베트남 민화를 통해 동양 문화의 보편성을 다시 한번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동양문화의 시대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아카이브 자료를 제공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면서 많은 시민들과 베트남 다문화 가족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베트남 현지에서도 관심이 많아 베트남 국영방송인 VTV4에서 집중 조명될 예정이다. 9월 28일부터 12월 30일까지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전시실에서 개최되며,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으로는 베트남 불교판화와 민화판화를 인경하는 체험이 열리고, 심화 단계로는 1박2일 베트남 고판화 템플스테이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