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 추구하거나
타자가 만드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꺼둘린다.
어떤 이들은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하여
그것이 화살이라고는 결코 보지 못한다.
이것이 화살이라고 미리 보는 님은
‘자신이 만든다.’는 생각도 여의고
‘타자가 만든다.’는 생각도 여읜다.
어리석은 이들은
망상에 사로잡히고, 엮이고, 묶였다.
견해 속에서 화내며 논쟁할 뿐,
결코 윤회를 뛰어넘지 못한다.
(ⓒ장명확)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주의와 주장들이 있다. 작게는 사소한 말다툼이나 충돌에서부터 크게는 사상이나 철학, 종교 등에서도 주장과 폄훼, 대립과 반목이 난무한다. 이런 것들을 옛사람들은 갈등(葛藤)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갈등은 우리에게 그리 생소한 용어는 아니다. 학창 시절 소설이나 희곡에서, 등장인물 사이에 일어나는 대립과 충돌 또는 등장인물과 환경 사이의 모순과 대립을 일컬어 갈등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갈등이란 두 가지 이상의 상반되는 요구나 욕구, 기회 또는 목표에 직면하였을 때, 선택을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거나 괴로움에 빠진 상태를 말한다.
갈등은 칡을 뜻하는 갈(葛)과 등나무를 뜻하는 등(藤)이 합쳐진 말이다. 칡과 등나무는 다른 나무를 휘감아 올라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이 둘은 휘감아 돌아가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 칡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는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칡과 등나무가 한 나무에서 감고 올라가게 되면 오른쪽과 왼쪽이 겹쳐 얽히고설키게 되어 칼이나 낫 따위로 줄기를 잘라내지 않는 한 풀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홀로 서지 못하는 두 덩굴식물의 살기 위한 자연스러운 습성을 복잡하기가 짝이 없는 인생사에 비유하여 만든 단어가 갈등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살펴보면 참으로 많은 갈등이 혼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부나 고부, 장서, 형제, 부자 등에서 볼 수 있는 가족 갈등에서부터 기업 갈등, 남녀 갈등, 노사 갈등, 동서 갈등, 빈부 갈등, 노사 갈등, 세대 갈등, 이념 갈등, 여야 갈등, 종교 갈등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갈등이 산재해 있다. 이런 갈등들을 풀어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얽히고설켜있는 칡과 등나무처럼.
어쨌거나 갈등은 해소해야 할 좋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특히 이념이나 종교 갈등은 정신적 문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방치할 경우 그 폐해가 상당할 수 있다. 여러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종교 간 갈등이 사회문제로 종종 불거진다. 아직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심각하다고 여기는 견해도 적지 않다.
부처님 당시에도 수많은 사상가들이 출현해 제각각 주장과 견해를 펼쳤다.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 이른바 육사외도(六師外道)이다.
부처님께서 꼬쌀라 국의 수도 싸왓티 시에 머물 때의 일이다. 그때 많은 수행승들이 가사를 걸치고 발우를 들고 탁발을 나갔다가 다양한 이교도의 수행자들, 성직자들을 만나 그들의 주장과 견해를 들었던 일이 있었다. 물론 이런 일이 자주 있었을 것이므로, 부처님께서 이와 관련하여 특별한 언급을 하셨을 것이다.
어느 날 수행승들은 다양한 견해와 신념과 취향을 가지고 서로 대립하며 반목하는 이교도들의 모습을 부처님께 보고했다. 어떤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은 ‘자아와 세계는 영원하다. 이것이야말로 진리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라고 주장하고, 또 어떤 수행자들은 ‘자아와 세계는 영원하지 않다. 이것이 이야말로 진리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라고 주장한다고 부처님께 전했다. 또한 자아와 세계는 영원하기도 하고 영원하지도 않다는 주장, 자아와 세계는 영원한 것도 아니고 영원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는 사상, ‘자아와 세계는 자기가 만들었다’는 주장, ‘자아와 세계는 타자가 만든 것이라는 주장, 자아와 세계는 자기가 만들기도 하고 타자가 만들기도 했다는 주장, 자아와 세계는 자기가 만든 것도 아니고 타자가 만든 것도 아니고 우연히 생겨난 것이라는 주장 등이 부처님께 전해진 것이다.
이렇듯 외도들이 ‘이러한 것이 진리이고 이러한 것은 진리가 아니고, 이러한 것인 진리가 아니고 이러한 것이 진리이다.’라고 싸우고 다투고 논쟁하면서, 서로 입에 칼을 물고 찌르는 모습을 파악한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설법하셨다.
“수행승들이여. 이교의 유행자들은 눈이 멀었고 눈이 없어서 이익을 알지 못하고 무익을 알지 못하고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 가르침이 아닌 것을 알지 못한다. 그들이 이익을 알지 못하고 무익을 알지 못하고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 가르침이 아닌 것을 알지 못하므로 ‘이러한 것이 진리이고 이러한 것은 진리가 아니고, 이러한 것은 진리가 아니고 이러한 것이 진리이다.’라고 싸우고 다투고 논쟁하면서 서로 입에 칼을 물고 찌른다.” -<쿳다까니까야> ‘우다나- 감흥 어린 시구’의 ‘다양한 이교도의 경③’
이번에 소개하는 시는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향해 사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쓰라린 윤회의 고통이 멈출 날은 없다는 내용의 설법을 하신 후, 다시 법문의 내용을 정리해 한 편의 멋진 시로 읊으신 것이다.
- 시어 ‘꺼둘린다’는 잘못된 견해에 움켜잡혀 마구 휘둘린다는 의미이다.
- 시구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하여’는 두 가지 견해, 즉 ‘만든 자로서의 나’라고 할 때에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따라 원하는 것만 있게 되는 것이지 원하지 않는 것은 있지 않게 되는 모순이 있다는 것, 그리고 ‘만드는 자로서의 타자’는 자신을 위해서도 타자를 위해서도 활동하는 존재이므로 만약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면 자신의 의해서 성취되지 못한 것이 있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행해지지 않은 것이 되고, 만약 그것이 타자를 위하여 존재한다면 어떠한 고통과 불행도 이루어지지 말고 모든 안녕과 행복은 이루어져야 할 것이므로 모순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 시어 ‘화살’은 모든 닷 가지 존재의 집착다발[五取蘊]을 말한다. 주석에 따르면, 통찰을 닦은 사람은 세 가지 전도된 견해와 모든 잘못된 것에 대한 집착, 그리고 그러한 것을 지지하는 다섯 가지 존재의 집착다발이 모두 화살이다.
- 시어 ‘여읜다’는 고귀한 길에 들어서는 순간 그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없어지고, 또 거룩한 경지에 도달하면 윤회를 뛰어넘는다는 의미이다.
- 시어 ‘묶였다’는 자만이 견해를 버리지 못하도록 엮고 묶었다는 뜻이다.
- 시구 ‘윤회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일체의 사견에 사로잡힌 사람들, 즉 중생들은 자신을 추켜세우고 타인을 깎아내리면서 자신의 견해에 집착하고 타인의 견해에 화내고 논쟁하고, 반대하며 논쟁할 뿐 윤회로 이끄는 무명과 갈애를 버리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