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장명확)
7. 4. 3 유아경(有我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가하성 칼란다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그때 어떤 출가한 바차 종족이 부처님께 와서 합장하고 문안을 드린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나’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까?”
이때 세존께서는 대답하지 않으시고 조용히 계셨다. 그래서 이렇게 세 번이나 다시 여쭈었으나 세존께서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때 바차는 생각하였다. ‘내가 세 번이나 물었으나 사문 고타마는 대답하지 않으신다. 나는 그만 돌아가야겠다.’
그때 아난 존자는 부처님 뒤에서 부채를 부쳐 드리고 있다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바차가 세 번이나 물었는데 세존께서는 왜 대답하지 않으시는지요. 그것은 저 바차로 하여금, ‘사문은 내가 묻는 것에 대답하지 못한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더하게 되지 않겠는지요?”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만일 ‘나’가 있다고 대답한다면, 그가 가진 삿된 견해를 더하게 할 것이고, 내가 ‘나’는 없다고 대답한다면, 그가 가진 의혹을 더욱 더해지지 않겠느냐. 본래부터 ‘나’가 있었는데 지금 끊어졌다고 말해야겠느냐. 만일 본래부터 ‘나’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곧 상견(常見)이고, 지금부터 끊어졌다고 한다면, 그것은 곧 단견(斷見)인 것이다.
여래는 그 두 극단을 떠나 중도(中道)에서 설법한다. 이른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 즉 무명을 연하여 결합이 있고,..... 태어남 · 늙음 · 병듦 · 죽음 · 근심 · 슬픔 · 번민 · 고통이 멸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아난 존자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