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공부하는 사람이 공부하다 죽으면 얼마나 영광된 일인가?

청화 스님
“스님. 이 외딴 토굴 생활이 외롭지 않으십니까?”
월출산 도갑사 상견성암에서 3년 결제하던 청화 스님께 재가 거사가 물었다.
그러자 청화스님은
“공부하다 보면 감사한 마음이 끝이 없어서 계속해서 눈물이 난단 말입니다.”
청화 큰스님은 다른 욕심은 없었지만 한 가지 욕심은 대단하신 분이었다. 그것은 좋은 산 좋은 터에 움막 하나 지어 놓고 마음껏 공부하는 일이었다.
실상사 백장암, 지리산 사성암, 대흥사 진불암, 도갑사 상견성암, 태안사 토굴, 칠장사 등이 큰스님이 조그만 토굴을 손질하여 정진하신 성소이다.
토굴에 들어갈 때는 둥굴레 뿌리를 가루 낸 미숫가루 한 되를 가지고 한철을 지내셨다. 출가하신 이후 몸에 좋은 약한 첩. 다기를 갖춘 차한잔 들지 않으시고 청빈과 겸손의 덕행을 몸소 보이셨다.
태안사에서 정진할 때 큰스님 처소에는 차도 다기도 없었다.
“큰스님께서는 차 안 드세요.”하고 물으니
“차는 한가한 선비들이나 드는 것이지요. 수행자는 공부뿐입니다.”
태안사에서 큰스님 법회가 열리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마침 그날은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법상에 오른 스님은 말씀하셨다.
“‥먼저 대단히 죄송하단 말씀을 먼저 올립니다. 제가 공부가 깊어서 도력이 깊었다면 법회시간만큼은 비를 멈추게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옛날 도인들은 그 정도 신통력은 갖추고 있었단 말입니다.”
백장암에서 정진할 때 한의원 하던 거사가 방문하여 둥굴레 미숫가루로 연명하시는 스님께 말씀드렸다.
“스님 이렇게 드시면 죽습니다. ‥아. 공부하는 사람이 공부하다 죽으면 얼마나 영광된 일인가?”
청화 스님의 대답이었다.
토굴 생활에서 미숫가루로 오래 생활해서 인지 스님께서는 치아가 모두 내려앉아 틀니를 끼고 사셨다.
태안사에서 설법하실 때면 틀니가 빠져나오면 입안을 오물거려 틀니를 제자리에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태안사 선원은 구참납자보다 신참수좌들이 주로 정진하는 곳이다. 열댓 명의 수좌들이 안거 하는 결제날 큰스님께서 선방으로 오셔서 결제대중에게 한 말씀하셨다.
“여러 대덕 큰스님들 모시고 결재를 하게 돼서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출가 이후로 43년간을 한 번도 결재를 빼먹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정진했는가 돌아보면 부끄러운 마음이 든단 말입니다.”
월출산 상견성암은 청화스님께서 3년 묵언정진하신 성소이다. 호남의 기운이 한데 모여 월출산을 이루고 월출산의 기운이 한데 모여 상견성암에 깃들어 있다.
“스님들은 출가해서 50세 전까지는 어쨌든 자기 공부에 힘써야 된단 말입니다. 그러나 50세가 지나면 자기를 온전히 중생들에게 내어 주어야 합니다.”
태안사에서 지낼 때 내게 해주신 말씀이다. 출가 수행자는 50세까지는 자기 제도에 힘쓰고 50 이후는 대중교화를 위해 자신을 내놓는다는 말씀이다.
태안사 선원에서 큰스님 모시고 2년간 정진하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