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주사 감로도 부분 ‘아귀’(사진=미디어붓다)
사람의 생애는
짧은 수명에 이끌리고
늙어가야만 하는 자에게 구원이란 없네.
죽음, 그 두려움을 잘 관찰하여
행복을 실어 나르는
공덕을 쌓아야 하리.
몸으로나
말로나
마음으로
자신을 제어하여
살아 있는 동안 공덕을 쌓으면,
그것이 죽은 뒤의 행복이 되느니.
늙음의 문제는 한국사회에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늙음, 또 늙음에 따른 의료비 증가는 이미 국가적 과제로 등장한 지 오래다. 게다가 저출산 문제는 노령화에 따른 부정적 전망을 앞당기고 있는 실정이다. 인생의 네 가지 고통[四苦], 즉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시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에 들어 우리나라는 저출산, 기대수명의 증가 등의 영향으로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1960년대 55세였던 대한민국의 평균수명은 2019년 기준 83.3세를 넘어섰으며,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중은 1960년대 3.4%에서 2002년에는 7.9%로 증가하였다. 2017년부터는 15세 미만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를 뜻하는 고령화지수가 100을 넘는 가분수 사회가 됐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7%(고령화 사회)에서 14%(고령 사회)로 2배 증가하는데 18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43.4%)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며 OECD 평균(14.8%)의 약 3배 수준에 이른다. 통계청과 유엔은 2025년 한국은 노인 비율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연구팀이 영국 의학저널 란셋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전 세계 1위를 차지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것은 유병(有病) 기간을 제외한 기대수명, 즉 건강수명은 2018년 기준 64.4세로, 나머지 18년 동안은 의료에 기대 연명한다는 점이다.
이런 심각한 현실과 부정적 전망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두려움이자 공포로 다가온다.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노인들에게 여생은 끔찍한 고통의 세월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앙굿따라니까야> 3:51 ‘두 바라문의 경(paṭhamadvebrāhmaṇasutta)’에 등장하는 이 시(詩)는 부처님께서 사왓티 시의 아나타삔디까 승원에 계실 때, 늙고 연로하고 나이가 들고 만년에 이르러 노령에 달해 향년 120세가 된 두 명의 바라문이 부처님을 찾아와 나눈 대화 끝에 읊으신 것이다.
노령의 두 바라문은 부처님께 예배한 후, 향년 120세에 이른 자신들의 처지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저희들은 아직 선행을 하지 못했고, 착하고 건전한 일을 하지 못했고, 두려움에서 피할 곳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저희들에게 오랜 세월 동안 이익과 행복이 있도록, 존자 고따마여, 저희들에게 충고하여 주십시오. 존자 고따마여, 저희들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이에 대해 부처님은 두 늙은 바라문에게 이렇게 충고하셨다.
“바라문들이여, 이 세상은 늙음과 병듦과 죽음으로 이끌어집니다. 바라문들이여, 이 세상이 늙음과 병듦과 죽음으로 이끌어지더라도 어떤 사람이 신체를 제어하고, 언어를 제어하고, 정신을 제어하면, 그 사람에게 그것이 죽은 뒤의 구원이고 동굴이고 섬이고 피난이고 피안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충고한 후 이 시를 읊으셨다.
이어 부처님께서는 이 경에서 대자비심과 연민으로 당신의 시를 부연해 설명한 시를 추가로 들려주시고 있다. 형편이 어렵고, 모아놓은 재물이 부족하더라도, 몸과 말과 마음으로 항상 베풀고 솔선하라는 가르침을 담은 시이다.
불타는 집에서
재물을 구원하면, 이용할 수 있으나
그 속에서 불타는 것은
이용할 수 없다.
이처럼 늙음과 죽음으로
사람이 불타지만
보시로써 구원할 수 있다.
보시가 최상의 구원자이기 때문이다.
몸으로나 말로나 마음으로
세상에 자신을 제어하여
살아 있는 동안에 공덕을 쌓으면
그것이 죽은 뒤의 행복이 되리라.
관련하여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는 무재칠시(無財七施)를 제시하고 있다. 무재칠시는 가진 것이 없다 하더라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라는 뜻으로, 인간계에서 진정 남을 위해 베풀고자 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무재칠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얼굴에 화색을 띠고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대하는 화안시(和顔施), 둘째 말로써 베푸는 언시(言施), 셋째 따뜻한 마음을 주는 심시(心施), 넷째 호의를 담은 눈으로 사람을 보는 안시(眼施), 다섯째 몸으로 돕는 신시(身施), 여섯째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좌시(座施), 일곱째 굳이 묻지 않고 상대의 속을 헤아려 알아서 도와주는 찰시(察施) 등이다.
- 시구 ‘죽음의 두려움을 잘 관찰하여’는 몸과 느낌과 마음과 법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라는 사띠(sati)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 시구 ‘행복을 실어 나르는’은 열반으로 가는 바른 길로 이끈다는 의미이다. 불교에서 최고의 행복이자 궁극의 목적지는 열반이기 때문이다.
- 시구 ‘공덕을 쌓아야 하리’는 보시를 행하라는 가르침이다. 부처님께서는 보시가 최상의 구원자라고 추가된 시에서 강조하고 있다.
- 시구 ‘몸으로나 말로나 마음으로 자신을 제어하여’는 신·구·의(身口意) 삼업을 잘 제어하라는 뜻으로, 몸으로 짓는 악업, 입으로 짓는 악업, 마음으로 짓는 악업을 삼가도록 정진하라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