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신복사지 삼층석탑 석조보살좌상(사진=미디어붓다) 

현명한 님은 

어두운 것을 버리고

밝은 것을 닦아야 하리.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나와

누리기 어려운 멀리 여읨을 닦아야 하리.

감각적 욕망을 여의고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하리.

마음의 번뇌로부터

자기 자신을 깨끗이 해야 하리.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어리석은 자를 멀리하고 현명한 이를 가까이하라는 내용이 곳곳에 나온다. 그만큼 현명한 이와 가까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명한 이는 기꺼이 잘못을 지적해 주는 사람이고, 꾸짖어 충고하는 사람이다. 잘못을 보면서도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 사람은 가까이할 사람이 못된다. 다만 현명한 이는 잘못을 지적할 때에 대상자를 모욕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잘못을 그만하게 하여 그가 덕성을 증가시킬 기회를 갖게 한다. 또 현명한 이를 알아보고 교유를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이에게 화내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는 마음을 갖는다. 훈계하고 꾸짖은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을 자주 초대하여 교유한다. 현명한 이와 사귀고 섬기는 사람에게 지혜의 성장이 있을 뿐 지혜의 파괴는 없다. 반면 오직 물질적인 이득에 밝은 자나 악하고 불건전한 사람에게는 현명한 이의 훈계나 충고가 달갑게 들리지 않는다.  

현명한 이의 특징은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어떤 비난에도, 또 어떤 칭찬에도 단단하고 거대한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비난에 분노를 일으키지 않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더 어려운 것은 칭찬에 들뜨지 않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현명한 이, 경지를 이룬 이는 팔풍(八風)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팔풍이란 이득, 손해, 수치, 명예, 비난, 칭찬, 안락, 고통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또한 현명한 이는 가르침을 듣고 아주 깊고 맑고 혼탁을 여읜 호수처럼 청정하고 고요해진다. 깊은 호수는 오염이 없어 청정하고, 동요가 없어 혼란하지 않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명한 이는 가르침을 듣고 흐름에 드는 길을 통해서 오염되지 않는 마음을 얻어 청정하고 고요해진다. 열반을 성취한다는 의미이다. 현명한 이는 또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유해한 일을 하지 않으며, 유해한 일을 통해서 재산도 영광도 바라지 않는다. 

문제는 이와 같은 현명한 이가 세상에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설사 있더라도 알아보기가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현명한 이를 알아보고, 교유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스스로 현명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데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부처님의 시는 <법구경 - 담마파다> ‘현명한 님의 품(Paṇḍitavagga)’의 12, 13번째 시이다. 이 시의 요지는 현명한 님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담마파다 주석서에 따르면, 부처님께서 이 시를 설하신 데는 다음과 같은 인연담이 있다. 

부처님께서 싸왓티 시의 제따 숲에 계실 때, 오십 명의 객승들이 부처님을 뵙기 위해 우기가 끝날 무렵 제따 숲으로 찾아왔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경험을 듣고 시로써 ‘현명한 님은 어두운 것을 버리고 밝은 것을 닦아야 하리라.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나와 누리기 어려운 멀리 여읨을 닦아야 하리. 감각적 욕망을 여의고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하리. 현명한 님은 마음의 번뇌로부터 자신을 깨끗이 해야 하리라.’라고 설하셨다.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의 고리로 마음이 잘 닦여지고 집착을 놓아버리고 집착의 여읨을 즐기는 번뇌를 부순 빛나는 님들 그들이 세상에서 완전한 열반에 든다고 가르치셨다. 이 가르침이 끝나자 많은 사람들이 흐름에 든 경지, 즉 수다원을 성취했다.

여기에서 깨달음의 고리는 일곱 가지 깨달음의 고리[七覺支]를 말하는 것으로, 새김의 깨달음의 고리[念覺支], 탐구의 깨달음의 고리[擇法覺支], 정진의 깨달음의 고리[精進覺支], 희열의 깨달음의 고리[喜覺支], 안온의 깨달음의 고리[輕安覺支], 집중의 깨달음의 고리[定覺支], 평정의 깨달음의 고리[捨覺支]이다. 

염각지는 깨어 있는 마음(sati)으로 바른 견해를 생각하여 지키는 것이며, 택법각지는 불법이 제시하는 모든 문제를 조사하고 궁구하는 것이고, 정진각지는 택법간지에 의해 가려진 법을 부지런히 닦는 열정을 가리킨다. 희각지는 정진함으로써 얻게 되는 기쁜 마음이고, 경안각지는 선정력(禪定力)이 깊어져 몸과 마음이 경쾌하고 편안한 상태가 됨을 말한다. 정각지는 선정력이 더욱 깊어져 마음이 한 곳으로 모이는 집중력(samadhi)을 가리키며, 사각지는 세속잡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일체의 생각을 모두 버려 순역(順逆)과 고락(苦樂)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평정상태를 말한다.

- 시어 ‘어두운 것’은 몸과 말과 정신에서 악하고 불건전한 것을 말한다. 

- 시어 ‘밝은 것’은 신체적인 선행, 언어적인 선행, 정신적인 선행을 말한다. 

- 시어 ‘집’은 집착의 경향(ālaya)을 의미한다. 집은 다섯 가지 감각적 쾌락의 대상[오욕락]을 여읜 곳을 말한다. 

- 시구 ‘집 없는 곳’은 집착의 경향이 없는 것을 뜻한다. 집착에는 네 가지 집착이 있다. 즉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대한 집착[欲取], 견해에 대한 집착[見取], 규범과 금기에 대한 집착[戒禁取], 실체의 이론에 대한 집착[我語取]이다. 따라서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나와’는 현명한 이는 집에서 나와 열반에 이르는 밝은 법을 닦아 열반이나 완전하게 번뇌를 부순 경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 시구 ‘감각적 욕망’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느껴지는 쾌락을 향한 욕망을 말한다.   

- 시구 ‘아무것도 없는’은 탐진치 삼독이나, 처자식이나, 남녀 하인이나, 가축이나, 재산, 곡식이 없다는 의미이다. 

- 시어 ‘그곳’은 사람들이 즐기기 어려운 ‘집 없는 곳’이라는 뜻으로 ‘열반인 멀리 여읨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시구 ‘마음의 번뇌’는 마음의 오염인 다섯 가지 장애[五障]를 말한다. 다섯 가지 장애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 악의, 해태와 혼침, 흥분과 회한, 회의적 의심이다.

- 시구 ‘자기 자신을 깨끗이 해야’는 마음의 번뇌, 즉 오장을 말끔하게 깨끗이 한 상태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