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지 않고 

죽이도록 하지 않고

정복하지 않고

정복하게 하지 않고

모두에게 자애로우면

어느 누구에게도 

원한 짓거나 

사는 일 없으리.

향적산 무상사 대웅전(사진=미디어붓다)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느 누구에게 원한을 짓지 않거나 원한을 사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론 사소해 보이는 일로 척을 지는 일도 생기고, 단지 오해 때문에 관계가 멀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누구에게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일도 어려운 일이지만, 어쩌면 원한을 짓거나 사지 않는 일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하물며 그 대상이 사람에 머물지 않고 뭇 중생까지 확대된다면, 원한을 짓거나 사지 않으며 사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자애의 삶’을 제시하셨다.

이 시는 <쿳다까니까야> ‘이띠붓따까-여시어경’ 제1장 하나모음 제3품의 마지막 경인 ‘자애의 마음에 의한 해탈의 경(Mettācetovimuttisutta)’에 나오는 부처님의 게송이다. 하나모음 제3품은 주로 믿음과 공덕, 이익에 대해, 또 고의적인 거짓말의 과보에 대한 가르침들을 담고 있는데, 그 마지막 경에서 ‘자애의 마음에 의한 해탈’에 대해 멋진 시로써 그 공덕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 시를 읊기 전에 수행승들에게 “다시 태어날 근거가 되는 공덕을 만드는 토대들은 그것들이 어떠한 것이든 그 모든 것은 자애의 마음에 의한 해탈의 십육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자애의 마음에 의한 해탈이야말로 그것들을 이기고 빛나고 환히 비추고 널리 비춘다.”고 강조하셨다. 공덕을 만드는 토대들에는 크게 보시로 이루어진 토대, 계행으로 이루어진 토대, 수행으로 이루어진 토대가 있다. 

‘자애의 마음에 의한 해탈’은 네 번째의 선정(사선정), 즉 근본선정에서만 성취될 수 있다. 주석에 따르면, 자애는 근접삼매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지만, 근접삼매에서 지혜는 얻어지지 않는다. 부처님께서는 이 경에서 자애의 마음에 의한 해탈을 별빛과 달빛의 예를 들며 거듭 설명한다. 별이 비추는 광명은 달이 비추는 광명의 십육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유로 자애의 마음에 의한 해탈의 공덕을 강조하신 것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왜 자애가 번뇌를 수반하는 유루법으로서 다시 태어날 근거가 되지만, 공덕의 토대 가운데 가장 탁월한 것이라고 강조하셨을까? 자애는 최상의 의미에서, 잘못이 없다는 의미에서, 중생의 가장 좋은 실천이라는 의미에서 가장 탁월한 것이기 때문이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자애는 자애, 연민, 기쁨, 평정(慈悲喜捨)의 토대가 될 뿐만 아니라 보시 등의 자애로운 삶의 토대가 된다.

관련하여 부처님은 <앙굿따라니까야>9:20 ‘웰라마의 경(Velāmasutta)’에서 자애의 마음을 내는 것의 공덕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아나타삔띠까 장자에게 설법하고 계신다. 이 경에서 부처님은 전생의 자신이었던 ‘웰라마 장자’가 엄청난 보시를 했던 것을 예로 들며 부처님의 상가에 엄청난 보시를 한 아나타삔띠까 장자를 향해 자애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장자여, 바라문 웰라마가 그 보시, 그 굉장한 보시를 행한 것이나 한 사람의 견해를 갖춘 님에게 보시하는 것이나 백 사람의 견해를 갖춘 님에게 보시하는 것이나 한 사람의 한 번 돌아오는 님에게 보시하는 것이나 백 사람의 한 번 돌아오는 님에게 보시하는 것이나… 중략 … 한 사람의 연기법을 깨달은 님에게 보시하는 것이나 백 사람의 연기법을 깨달은 님에게 보시하는 것이나 한 사람의 이렇게 오신 님, 거룩한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에게 보시하는 것이나 깨달은 님 앞에서 수행승들의 참모임에 공양하는 것이나 사방의 참모임을 위해 승원을 세우는 것이나 청정한 믿음의 마음으로 부처님과 가르침과 참모임에 귀의하는 것이나 청정한 믿음의 마음으로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삼가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것을 삼가고, 사랑을 나눔에 잘못을 범하는 것을 삼가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삼가고, 곡주나 과일주 등의 취기 있는 것에 취하는 것을 삼가는 학습계율을 갖추는 것보다, 단지 스치는 향기처럼이라도 자애의 마음을 닦는다면, 그것이 더욱 크나큰 과보를 가져올 것입니다.” -전재성 옮김

결국 이 시는 장삼이사, 즉 범부들을 대상으로 한 시가 아니라 방일, 즉 사띠를 놓치는 방일을 극복하고 무한한 자애를 닦는 수행자를 대상으로 설해진, 깨달음의 시이다. 또한 열반을 성취한 님, 원한의 마음을 여의고 한 생명이라도 사랑하는 님, 일체의 생명에 대하여 연민의 마음을 내어 광대한 공덕을 이룬 님에게 설해진 시이다. 자애의 마음에 의한 해탈을 이룬 수행자의 공덕은 한계가 지어진 공덕을 넘어선 최고의 공덕이라는 가르침이 이 시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애는 하나의 생명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착하고 건전한 것의 커다란 집적이므로, 일체의 중생에게 자신의 사랑하는 자식을 대하듯, 안녕의 확장을 통해 마음으로 연민한다면 마음이 청정한 고귀한 님으로서,,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할 수 있다. 

시구 ‘죽이지 않고 / 죽이도록 하지 않고’는 스스로 죽이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과, 직접 죽이지 않더라도 남이나 외부에 의해 죽이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간접 살인이나 전쟁을 부추기는 의도나 행동 등과 같은 것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구 ‘정복하지 않고 / 정복하게 하지 않고’는 살생 행위는 물론 정복으로 인해 주위를 힘들게 하거나 압박하는 것, 부담을 느끼게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직접 실행하지 않더라도 남에게 이와 같은 행위를 유도하거나 부추기거나 명령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구 ‘모두에게 자애로우면’은 사람은 물론 가축이나 짐승, 곤충이나 벌레 등 미물에 이르기까지도 이런 자애의 마음이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구 ‘어느 누구에게도 / 원한 짓거나 / 사는 일 없으리.’는 자애에 의한 해탈의 경지를 설명한 것이다. 마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어떤 것에도 걸림이 없는 대자유를 성취하게 된다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