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후까 강과 아디학까 강,
가야 강과 쑨다리까 강,
싸라싸띠 강과 빠야가 강,
또 바후마띠 강이 있네.
어리석은 자 예서 목욕을 해도
검은 행위를 결코 씻을 수 없네.
쑨다리까 강이 무슨 소용인가?
빠야가, 바후까 강이 또 무슨 소용인가?
강물은 악업 저지르는 자를 씻지 못하네,
그 잔인하고 죄 많은 사람들을.
청정한 이에게는 항상 정화일이 있고
언제나 포살이 있네.
마음이 청정하고 행위가 맑은 이는
늘 계행을 원만히 하네.
여기에 참으로 목욕하라.
모든 존재들이 그대에게서 평안을 얻으리.
거짓을 말하지 않고 생명을 죽이지 않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지 않고
믿음을 가지고 간탐하지 않으면
가야 강으로 갈 필요가 있을까?
가야 강은 그대에게 우물에 지나지 않네.
강가 강에서 목욕 의례를 하고 있는 힌두교도인들.(사진=픽사베이)
이 시는 <맛지마니까야> ‘근본법문의 품’ ‘옷감에 대한 비유의 경(Vatthūpamasutta)’에 나오는 시이다. 이 경에서 부처님은 마음의 오염을 정화하는 방법에 대해 제자들에게 설한다.
부처님은 일체의 세계를 광대하고, 멀리 미치고 무량하게 원한 없고 악의 없는 자애의 마음으로 가득 채우고, 또한 연민의 마음으로, 또한 기쁨의 마음으로, 또한 평정의 마음으로 가득 채우며, 사성제의 가르침을 안고 보았을 때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의한 번뇌에서 마음을 해탈하고, 존재에 의한 번뇌에서 마음을 해탈하고, 무명에 의한 번뇌에서 마음을 해탈한다고 가르치신다. 어머니가 외동아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어떤 차별도 없이 중생을 사랑하는 보편적이며 무한한 사랑을 실천하는 자애의 삶, 근심과 번뇌로 괴로워하는 모든 중생에 대한 연민의 태도를 갖는 연민의 삶, 다른 사람의 성공과 복지와 행복을 축하하고 공감하는 기쁨의 삶, 인생의 모든 파란과 곡절에서 침착과 평정을 유지하는 평정의 삶 등의 사무량심의 실천이다. 그럴 때 수행자는 해야 할 일을 다 해마치고 더 이상 윤회하는 일이 없는 삶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러한 경지에 오른 수행자를 내면의 목욕으로 청정해진 수행자라고 부른다고 가르치셨다.
그런데 그때 쑨다리까 바라드와자(Sundarika bhāradvāja)라는 수행자가 부처님께서 머물던 사왓티 제타숲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는 목욕의 의례를 통해 청정해진다고 믿고 있는 바라문이었다. 그는 부처님께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바후까 강이 많은 가람을 해탈시킨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에게 공덕이 된다고 생각하여 많은 사람들이 바후까 강에서 목욕을 하며 악업을 씻는다고 말했다. 이 시는 쑨다리까 바라드와자 바라문의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주기 위해 부처님께서 자애와 연민의 마음으로 읊으신 것이다.
사실 부처님은 출가 전 태자 시절에도 이와 비슷한 광경에 맞닥뜨린 적이 있었다.
태자 시절, 무엇인가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을 때 싯다르타는 말을 타고 궁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달려가곤 했다. 어느 날 말을 타고 달리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말이 멈춰 선 일이 있었다. 싯다르타는 뿌연 안개 속에 무엇인가 길을 막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길가에 한 노인이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브라만의 사제였던 이 노인은 그동안 지은 죄악을 씻어낸다며 히말라야로부터 내려온 신성한 강물로 목욕을 하다가 쓰러진 것이었다. 그때 싯다르타는 놀라 모여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이 브라만처럼 강물에 목욕해서 죄를 씻고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면 여기 사는 물고기나 거북이, 악어가 제일 먼저 천국에 가게 될 겁니다. 하늘나라가 그런 곳이라면 난 가고 싶지 않군요.” -졸저 <붓다연대기> 중에서.
위 시의 제1연은 고대 인도의 들과 하천을 지칭하는 명칭들이다. 인도 사람들은 이런 강들이 악업을 지은 사람들에게 정화(淨化)를 베푼다고 믿었다고 한다.
시의 제2연은 강이 정화를 베푼다는 사람들의 믿음이 아무런 근거도 없는 잘못된 믿음임을 설파해 주는 내용이다.
시의 제3연은 진정한 정화는 강물에서 목욕하는 것이 아니라 정화와 포살이라는 의식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설파한다. 여기에서 ‘정화일’이란 바라문교에서 2~3월(팍구나 달)에 행하는 정화의 날인데, 누구든지 팍구나 달, 보름날 다음날에 목욕을 하는 자는 일 년 동안 행한 악행이 정화된다는 관습이 있었다. 또한 ‘포살’은 한 달에 두 차례 동일 지역의 수행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계경(戒經)을 외우고, 자기반성을 하고, 죄과를 고백참회(告白懺悔)하는 것을 말한다.
시의 제4연에서는 참으로 목욕을 해야 할 정화의 물은 산하를 흐르는 강물이 아니라, 정화와 포살 등 지계의 실천으로 청정함과 고귀함을 갖춘 수행자들의 참모임임을 강조한다. 그러니까 내면의 목욕으로 청정을 성취하게 되면 모든 존재들이 의지해 평안을 얻는 참 귀의처가 된다는 가르침이다.
흘러가는 강물이 악업을 씻겨준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살았던 바라문 쑨다리까 바라드와자는 부처님께서 들려준 이 시를 듣고는 큰 환희심과 신심을 일으켜 부처님이 이끄는 승가에 귀의할 것을 결심하고, 부처님의 허락을 얻어 출가 비구가 되었다. 쑨다리까 바라드와자는 구족계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홀로 떨어져서 게으르지 않고 열심히 정진한 끝에 위없이 청정한 삶을 스스로 알고 깨우쳐서 마침내 열반을 성취해 아라한이 되었다. 주석에 따르면, ‘홀로 떨어져서’에서 ‘홀로’는 신체적으로 혼자가 되었다는 것을, ‘떨어져서’는 정신적으로 집중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니까 ‘홀로 떨어져서’는 나무 밑이나 숲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새긴다는 뜻을 내포한 구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