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총림 초대 방장 구산스님.
서울을 비롯한 송광사와 통도사, 해인사 등에서 일주일간 열리는 구산스님 열반 40주기를 추모 행사의 일환으로 보조사상연구원(원장 이병욱)이 구산 스님의 사상과 활동에 대해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연구와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한국불교 대중화에 끼친 구산스님의 영향’이란 주제로 불기2567(2023)년 10월 13일(금) 오전 9시 30분 서울 법련사 대웅보전(3층)에서 해외 여러 교수들과 국내 교수들 그리고 구산 스님의 외국제자들이 참여하여 7개의 주제를 발표하며 구산 스님의 가르침과 업적을 세계로 확대 조명할 예정이다.
다음은 국제학술대회 발표주제 및 간추린 내용이다.
▲<화두참구에 대한 내러티브적 접근 -구산선사께 배운 가르침을 중심으로>
/ 김형록(인경)(명상상담평생교육원 원장)
이 글에서는 구산선사의 간화선 사상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간화선의 핵심적 키워드는 불성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간화선에서는 불성에 대한 깨달음을 중시하는데, 이 불성을 화두를 통해서 통견(洞見)하는 것이 간화선 수행이다.
그런데 구산선사는 좌선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먼저 ‘좌선’에서 화두가 마음에 자리잡는 것을 좌(坐)라 하고, 일상에서 화두 참구하는 것을 선(禪)이라고 한다. 이처럼 좌선을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구산선사는 일상에서 화두참구를 강조한다.
그리고 구산선사는 화두를 공부하는 것을 최상승(最上乘)의 공부법으로 간주하고,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핵심적 과제에 대해서는 '이뭣고 화두'를 강조한다. 이는 ‘가짜의 자기’가 아니라 ‘참된 자기’가 무엇인지 참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럼으로써 구산선사는 의단(疑團)을 매우 중시한다. 이는 의심의 덩어리를 말하는 것인데, 수행자가 화두를 들고 몰입하면, 삶의 현장에서는 화두가 오고 화두가 간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실제의 분상(分上)에서는 오고 가는 것이 없는 것이 없지만, 현상의 영역에서 오고 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리고 구산선사는 교육적 측면에서도 고유한 영역을 개척하였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앞에서 거론한 것처럼, 수행해서 깨달음에 대한 지견(知見)이 열리면, 수행자는 눈 밝은 스승에게 반드시 점검을 받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구산선사의 활동은 교육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산의 가르침의 유산으로서 지눌사상>
/ 로버트 버스웰(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UCLA)
로버트 버스웰은 구산스님을 통해서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를 접했다고 한다. 그리고 버스웰은 한국선사상의 흐름을 보조지눌의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이 저술에서는 ‘온건한 돈오주의’를 소개하고 그 내용을 청량징관, 영명연수의 주장에 의해 보완하고 있다. 지눌의 이 저술은 전근대의 동아시아 불교문헌에서 수증론에서 가장 철저하게 검토하고 있는 사례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지눌은 댸혜종고의 간화선을 도입한다. 이 간화선은 ‘급진적 돈오주의’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처럼 지눌의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는 온건한 돈오주의와 급진적 돈오주의를 궁극적인 융합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선사상이 비로소 한국적인 색채를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눌의 사상은 그의 제자 진각혜심을 거쳐서 태고보우 등에 영향을 미쳤고, 조선시대에는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에 대해 두 개의 주석서가 등장하기에 이르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퇴옹성철에 이르러 지눌의 사상은 비판받았지만, 이것도 크게 보면 지눌이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 아래에서 이루어진 비판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구산 수련의 제2정혜결사 활동과 의의>
/ 김방룡(충남대학교)
승보종찰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이 1200년에서 1210년까지 정혜결사(수선사)를 일으킨 근본도량이다. 지눌 이후 조선 초에 이르기까지 송광사에서는 16국사를 배출할 정도로 동방제일도량의 확고한 위상을 지니고 있었다. 해방이후 송광사는 1969년 조계총림이 만들어지면서 초대방장으로 추대된 구산 수련이 제2정혜결사운동을 일으키면서 새롭게 변모되었다.
제2정혜결사의 직접적인 계기는 구산의 스승이자 조계종통합종단 초대 종정을 역임하였던 효봉 학눌의 유훈에 의한 것으로 효봉은 ‘보조의 목우가풍과 정혜쌍수의 선풍을 재현하여 한국불교를 중흥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구산은 지눌의 정혜결사 이념을 계승하여 간화선을 통해 공적한 마음의 본체와 성성한 마음의 작용을 회복하는 선풍을 중흥시켰을 뿐만 아니라, 불일회의 결성, 수선사의 낙성, 불일암을 중건하고 법련사를 개원하는 등 많은 불사를 하였다. 특히 불교대중화는 물론 한국불교의 세계화에도 혁혁한 성과를 이루어내었다.
구산스님 열반 40주년을 맞이하여 구산의 제2정혜결사의 이념과 성격, 활동과 의의 및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구산수련의 ‘불교의 대중화’와 ‘한국불교의 세계화’ 활동과 그 사상적 근거>
/ 이병욱(고려대학교)
이 글에서는 구산수련(九山秀蓮, 1910-1983)의 ‘불교의 대중화’와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활동에 대해 알아보고, 그러한 활동의 사상적 근거에 살펴보고자 한다.
구산은 1969년에 송광사에서 불일회(佛日會)를 세웠는데, 이는 현대재가불자회의 모범적 사례에 속하는 것이다. 그이후 여러 곳에서 불일회가 설립되었다. 또 구산은 1969년에 대중포교의 원력을 세워서 송광사에서 수련회를 시작하였다. 이러한 구산의 활동은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구산은 이러한 ‘불교의 대중화’를 위한 사상적 근거로서 7바라밀을 제시한다. 구산은 기존의 6바라밀 위에 일곱째 바라밀로서 만행(萬行)바라밀을 제시하고, 그 내용으로 사섭법(四攝法)을 말한다.
또 구산은 1973년에 한국최초의 국제선원에 해당하는 불일국제선원을 송광사에서 열었다. 그러고 나서 불일국제선원의 분원을 미국과 스위스에서 열었다. 이러한 활동은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모색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사상적 근거는 「우리 것을 되찾자」라는 글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구산은 “우리의 전통문화의 바탕 위에 서구의 문화를 받아들여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한국화되여야 한다는 말이다”라고 주장한다.
▲<현대 대한불교조계종 설립과 구산의 역할 / 김경집(동국대학교 연구초빙교수)>
구산 수련(1910-1983)은 일제강점기와 광복 후 현대불교의 정화운동 등 근, 현대의 변화를 몸소 체험한 수행자였다. 29세인 1937년 불문에 귀의하여 46년 동안 올곧은 수행으로 일관하면서 한국불교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실천한 구산의 생애에서 크게 주목할 것이 현 대한불교조계종이 설립되는데 많은 역할을 한 점이다.
광복 후 스승인 효봉을 도와 일제의 통제정책으로 정체성이 훼손된 한국불교의 승풍을 정립하는 데 노력하였다.
효봉은 1946년 7월 15일 하안거 해제일에 송광사 三日禪院에서 三年을 기한으로 定慧結社를 시작하였다. 이후 해인사로 옮겨 교단 차원에서 모범총림을 두고 선, 교, 의식 등으로 도제를 양성하였다. 구산은 스승 효봉을 도와 해인사 모범총림을 이끌었다.
6.25 전쟁 후 한국 현대불교의 전환점인 정화 운동에 참여하여 많은 역할을 하였다. 한국불교 정화 운동은 현대불교사에서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것은 일제의 한국불교 통제정책으로 훼손된 지계 정신의 복원하여 한국불교 전통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구산도 이런 종단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구산의 정화 운동 가운데 가장 극적인 활동은 1955년 8월 2일 조계사에서 작성한 500자 혈서이다. 이런 결단은 피로써 정화운동의 당위성과 결의를 굳게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 결과 정화 운동의 흐름이 비구 측의 주장대로 진행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송광사를 중창하고 총림을 건설한 후 이곳에서 면면히 흘렀던 정혜결사운동을 재건하여 한국 현대불교의 방향을 정립한 일이다.
구산은 1966년 5월 밀양 표충사에서 수행할 때 효봉에게 조계산 송광사를 재건하여 현전승보를 양성하라는 유훈을 받았다. 그 후 이런 유시를 자신의 평생 사업으로 받아들이고 불사에 진력하여 사찰을 중창하고 여기에서 정혜결사운동을 전개하였다. 1969년 11월 1일 조계총림을 개원하고 修禪社를 재건한 이후 1970년, 1975년, 그리고 1978년 3회에 걸쳐 3년 기간의 결사운동을 실시하여 한국불교의 수행정신을 드높였다.
따라서 이와 같은 구산의 역할은 대한불교조계종의 설립과 정체성 정립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한국불교의 진로를 제시하였다고 할 수 있다.
▲<스승으로서 구산: 설법방식 /헨릭 소렌센(독일:보훔대학교)>
헨릭 소렌센은 구산의 가르침에 대해 전통적 선(禪)의 방식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외국인 제자에게 부합하는 방식으로 전달되었다고 주장한다. 먼저 헨릭 소렌센은 현대시대에 전통적 선을 가르치는 데 중도(中道)와 시의성(時宜性)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구산은 전통적 방식으로 선을 가르쳤고, 또 구산은 전통적 선(禪) 수행자 공동체 지도자였다. 그런데 구산은 외국인 제자에게 선을 가르칠 때는 반드시 전통적 선의 해석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고, 유연한 입장을 취하였다. 이는 구산이 외국인 제자를 가르치면서 영향을 주고 동시에 영향을 받는 상호작용을 하였고, 그 결과 가르치는 방식에서 변화를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1982년 덴마크 선수행의 마지막 날에서 구산은 자성(自性)이 청정하다는 가르침을 전파하였다.
▲ <구산의 덴마크에서의 전통적 선(禪)의 선양: 일심 그리고 다양한 문화>
/ 도리트 바그너(덴마크:코펜하겐 대학교)
구산은 전통적 선을 선양하기 위해 3차례 덴마크를 방문하였다. 첫 번째 방문은 1972년이었고, 두 번째 방문은 1980년이었으며, 세 번째 방문은 1982년 7월이었다. 세 번째 방문에서 구산은 4일에 걸쳐 강의하였는데, 이는 덴마크어 책자로 출판되었고, 지금도 강의 테이프는 온전히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3일 동안 명상을 수행하였다. 1982년 7월 덴마크에서 구산은 전통적 방식으로 선을 전파하였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의 가까운 제자인 타랍 툴구 린포체(Tarab Tulku Rinpoche, 1934-2004)와 법담을 나누기도 하였다. 여기서 일심(一心)을 강조하였다. 또 구산은 자상한 스승이었다. 그래서 구산은 외국인 제자에게 편지를 보내어서 가르침을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구산의 활동은 오늘날의 덴마크 불교에 영향을 미쳤다. 구산의 활동으로 인해서 불교신자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었고, 지금은 성일(性日, Martine Batchelor) 스님이 덴마크에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명상수행을 이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