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나(Phandana) 나무는 불자들도 자주 들어보지 못한 나무이다. 그런데 붓다는 판다나 나무의 특성을 간파하여, 제자들에게 적절하게 설법을 하시곤 했다. 판다나 나무의 학명은 달베리아(Dalbergia)이다. 달베리아는 완두과(Fabaceae), 파보이데아과(Subfamily Faboideae)에 속하는 중소형 나무, 관목 및 덩굴식물의 큰 속이다.
달베리아에 속한 많은 종은 주로 목재나 장식용으로 사용된다. 종종 향기로운 나무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아로마 오일이 풍부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자단으로, 절단할 때 목재의 냄새 때문에 이름이 붙여졌지만, 이 속에는 다른 여러 귀중한 목재가 포함되어 있다.
달베리아의 여러 종 가운데 특히 인도 자단(Dalbergia sissoo), 즉 판다나 나무는 붓다가 재세 시에 활동한 장소이기도 한 인도 북부 지역에서 주로 가구로 사용된다. 인도 자단은 역사적으로 북부 인도의 주요 로즈우드 종이다. 이 목재는 강하고 질기며 색상은 황금색에서 암갈색을 띠고 있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미려하며 모양이 잘 유지된다. 기타 지판, 고급가구, 합판, 교량말뚝, 스포츠용품, 철도침목 등에 사용되고 있다. 재질이 단단하고 아름다워 장식용, 조각용으로 최적의 재료로 평가받는다. 일반적으로 상업적인 분야에서 자단을 사용했다고 하면 99%는 인도 자단이다.
인도 자단 나무
붓다가 불전에서 언급하고 있는 판다나 나무는, 아마도 인도 자단일 것으로 추정된다. 붓다께서는 판다나 나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성과 장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앙굿따라니까> 1:47 ‘판다나 나무의 경(Phandanasutta)’의 설법이 가능했다.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판나나 나무가 유연성이나 적용성에서 최상인 것처럼,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나는 닦고 익힌 마음처럼 유연성과 유능성을 갖춘 하나의 원리를 보지 못했다.
수행승들이여, 닦고 익힌 마음은 유연성과 유능성을 갖춘다.” - 전재성 옮김
붓다는 수행으로 ‘닦고 익힌 마음처럼 유연성과 유능성을 갖춘 하나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판나나 나무의 유연성과 적용성을 예로 든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붓다 재세 시에도 판다나 나무의 활용가치가 매우 컸던 모양이다. 붓다의 판다나 나무와 관련한 설법은 <자타카>에도 등장한다. 붓다께서 로히니 강가에 머물 때, 논쟁을 벌이며 논쟁을 벌이는 일족을 향해 자신의 전생 이야기를 들려준 내용이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 수도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그 성 밖에 목수촌이 있었다. 그곳에 사는 한 바라문 출신의 목수가 있었는데, 숲에서 목재를 베어 나와 마차를 만들어 팔아 생활하고 있었다.
그 때 설산 지방에는 큰 판다나 나무가 있었다. 설산에 사는 검은 사자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다니다가 그 나무 밑에 가서 눕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닥쳐 판다나 나무를 때렸고, 마른 가지 하나가 떨어져 누워 있던 사자의 어깨를 때렸다. 어깨를 조금 다친 사자는 깜짝 놀라 일어나 사방을 돌려 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 뒤를 따라오는 사자도 호랑이도 없다. 이것은 반드시 이 나무에 살고 있는 목신이 내가 여기 누워 있는 것을 성낸 것이다. 좋다, 두고 보자.’
사자는 엉뚱하게 성을 내며 판다나 나무를 두드리며 외쳤다.
‘어이, 나는 네 나뭇잎 하나도 먹은 일없고 네 가지 하나도 해친 일이 없다. 그런데 너는 다른 짐승이 오는 것은 참고 있으면서 내게만 참지 못한다. 대체 내게 무슨 허물이 있느냐. 2, 3일만 기다려라. 나는 너를 뿌리채로 뽑아 동강동강 잘라버리리라.’
사자는 목신에게 이렇게 협박하고 어떤 사람을 찾아 떠났다.
그 때에 바라나시 성밖 목수촌에 사는 바라문 출신의 목수가 두 세 사람과 함께 마차 만들 목재를 찾아, 수레를 끌면서 설산 판다나 나무가 있는 장소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적당한 곳에 수레를 둔 채 도끼와 창을 들고 마차를 만들 적당한 나무를 찾으며, 판다나 나무 가까이까지 걸어왔다. 검은 사자가 그들 보자 ‘저이가 아주 지나가기 전에 말을 건네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그대 도끼를 손에 들고
이 숲 속에 깊이 들어 왔구나.
그러면 말하라, 나는 묻노니
어떤 목재를 베려 하는가.
이 말을 듣고 목수는 ‘참으로 진귀한 일이다. 짐승이 사람 말을 한다는 것은 아직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저 놈은 반드시 적당한 재목을 알고 있으리라. 한 번 물어 보자.’라고 생각하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너 짐승의 왕은 숲에서 숲으로
평지(平地)고 험지(險地)고 돌아다녔다.
그러면 말하라, 나는 묻노니
어떤 목재가 수레 만들기에 적당하고 단단한가?
이 말을 듣고 사자는 ‘이제는 내 소원이 이루어진다.’며 혼자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것은 사자나무도 아니요 카디라도 아니며
아사칸나도 아니거니 하물며 다바이랴.
여기 나무 있나니 그 이름은 판다나
그야말로 수레바퀴에 적당하고 단단하다.
이 말을 듣고 목수는 매우 기뻐하면서 ‘오늘은 좋은 날에 이 숲에 들어왔다. 짐승이 내게 수레 만들기에 적당한 나무를 가르쳐 주었다. 참으로 상서로운 일이다.’라고 생각하고는 다음 게송으로 사자에게 물었다.
그것은 어떤 모양의 잎을 가졌나?
또 그 줄기는 어떻게 생겼는가?
나는 이제 묻노니 너는 말하라.
그래야 나는 판다 나를 알아보리.
사자가 다음 게송으로 그것을 말하였다.
그 나뭇가지는 늘어지고 굽었네.
그러나 그것은 부러진 것 아니네.
그런 나무를 판다나라 하나니
그 나무 밀에 나는 서 있네.
바퀴살로, 바퀴통으로, 또 굴대로
그리고 바퀴테로, 모든 수레에
네가 쓰기에 그것은 알맞으리니
그것이 바로 그 판다나이네.
사자는 이렇게 가르쳐 주고 미소를 지으면서 한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목수가 그 나무를 베려고 하였다. 그 때에 판다나 나무 목신이 생각했다. ‘나는 그 사자에게 아무 것도 떨어뜨리지 않았는데 저자는 엉뚱한 성을 내어 내 집을 부수려 한다. 그렇게 하면 나도 멸망할 것이다. 어떤 좋은 방편으로 저 사자를 죽여 버리자.’
목신은 나무꾼 모습으로 변장하여 그 목수 앞으로 가서 물었다.
‘어이 여보게, 좋은 나무를 발견했구나. 그것을 베어 무엇에 쓰려는가?’
‘마차 바퀴를 만들려 한다.’
‘이 나무로 마차를 만든다? 그것은 누가 가르쳐 주던가?’
‘저 검은 사자가.’
‘하하, 그래, 그 녀석이 그리 가르쳐 주던가? 이 나무로 훌륭한 마차를 만들 수 있다고? 그런데 그보다도 저 검은 사자의 목덜미 가죽을 떼어내, 그것을 철판(鐵板)처럼 네 손가락 너비로 만들어 수레바퀴 가장자리에 대면 그 바퀴는 아주 튼튼해진다. 그리고 그대는 막대한 재산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검은 사자 가죽을 어디서 어떻게 구한다?’
‘너는 참 바보야 이 나무는 숲 속에 나있어, 달아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 나무를 가르쳐 준 그 녀석에게 가서, 그대가 가르쳐 준 이 나무의 어디를 어떻게 베어야 하느냐고 물어 보면서 이리로 데리고 오게. 그러면 그는 아무 의심 없이 와서 여기 저기 하면서 주둥이를 내어 가르쳐 줄 것이야. 그 때 그 예리한 도끼로 때려죽이는 것이다. 그래서 가죽은 벗기고 고기는 먹는다. 그다음에 그 나무를 베면 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복수하기에 열심이었다. 이리하여 판다나 나무 목신은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다시 할 말 있나니
바라두바차여, 잘 들어라.
저 짐승의 어깨 끝 가죽
네 손가락 너비로 베어 가지고
그것으로 수레바퀴 둘러 감으면
그것은 더욱 튼튼해지리.
이처럼 그 판다나 나무 목신은 복수를 위해 한 길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나고 죽는 짐승 왕에게 죽음의 고통을 주고자 했다. 목수가 목신의 말을 듣고 기뻐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오늘은 참으로 행운의 날’이라며 흡족해 하며 검은 사자도 죽이고 판다나 나무도 베어 가지고 갔다.
붓다는 논쟁을 벌인 일족에게 다음의 게송으로 이 사실을 설명하셨다.
판다나 나무는 짐승의 왕과
짐승의 왕은 또 판다나 나무와
서로 싸워 다투다가 드디어 서로를 멸망시켰다.
그러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 싸움이 일어날 때도
저 사자와 나무의 예처럼
그들은 (공작의 무용)이 되고 말리.
나는 이제 너희들에 말하노니
서로 화목에 살면 그것은 행복이리.
부디 화합하라, 아예 싸우지 말라.
사자나 판다나의 동무가 되지 말라.
진실로 서로 협조하기 배워라.
그것은 모든 부처님의 찬탄하는 것,
화합을 즐기고 바른 법에 서는 자,
반드시 정적의 경지에서 물러나지 않으리.
붓다의 이 법문을 듣고 대립하던 일족들은 화해를 했다. 붓다는 설법을 마치고 다시 전생과 금생을 결부시키면서 ‘그때 그 숲에 살면서 모든 사실을 본 목신은 바로 나였다.’라고 말씀하셨다.”
‘판다나 나무 전생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자타카>에 따르면 붓다는 전생에 판다나 나무의 목신이었다. 판다나 나무는 붓다의 전생부터, 재세 시까지 깊고도 깊은 인연을 맺었던 나무였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