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지신이 새겨진 가장 오래된 유적은 김유신이 창건한 경주 원원사지의 석탑이다. 석탑 기단부에 연화좌 위에 좌상으로 곱게 모셔져 있다. 어깨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듯 천의를 두르고 있다. 신라 왕릉과 김유신 장군묘에도 12지신이 있다.

불교와 관련된 12지신 첫 번째 설화는 석가모니 열반도에 보면 알 수 있다. 제자들과 신자들이 위대한 스승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부짖고 있다. 하늘에는 천녀들이 꽃비를 뿌려 조문하고 있다. 하단에는 말과 호랑이, 쥐, 코끼리 등이 자기의 부모를 잃은 듯 뒹굴며 울고 있다. 부처님 열반 시에 찾아온 동물들의 순서가 12지신이 되었다고 한다.

경주 김유신 묘에도 십이지신이 조각되어 있다. 김유신묘에 십이지신상을 조각한 것은 어느 방향, 어느 시간에 쳐들어오는 적군도 물리친다는 호국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경주 남산에는 많은 석불이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석불이 약사여래이다. 경덕왕 14년에는 분황사에 30만 6천 근의 청동으로 약사대불을 조성 봉안하였다고 삼국유사는 전한다.

선덕여왕이 큰 병에 들어 백약이 무효였을 때도 밀본 법사를 궁궐에 초대하여 ‘약사경’을 독송하니 침대 밑에서 여우 한 마리가 뛰쳐나가면서 여왕의 병이 즉각 쾌차한다. 신라 때 ‘약사경’을 수지독송한 사람이 바로 김유신 장군이다. 그는 약사회를 조직하여 함께 약사경을 독경하는 모임을 이끄는 법사 역할도 하였다. 김유신 묘에 12지신이 조각된 것은 그가 생전에 수지 독송한 ‘약사경’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을 줄여서 ‘약사경’이라 부른다. 약사여래가 보살도를 닦을 때 중생들을 재난과 질병에서 구제하고 누구나 진리의 빛 속에서 살게 하겠다는 12가지 대원을 세웠다. 약사여래의 12대원을 수호하는 12야차 대장이 있고, 12야차 대장이 타고 다니는 자가용이 바로 12지신인 것이다.

다음은 12간지에 첫 번째 동물로 쥐가 나오는 이유를 밝힌 불교설화이다.

극락에 이르는 하늘에 12대문이 있는데 12마리 동물이 수문장 역할을 한다.

첫 번째 문의 수문장은 고양이였다. 고양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쥐가 자리를 차지하였다. 수문장들의 총감독인 대세지보살이 와서 고양이는 어디 갔느냐 물으니 바쁜 일이 생겨 고향에 갔다고 하였다. 고양이의 빈자리를 쥐가 차지했다. 그 이후로 고양이는 쥐만 보면 잡아 죽이려고 한다.

쥐가 맨 앞자리를 차지한 또 다른 이유는 음양의 이치 때문이다. 쥐는 앞발가락이 다섯 개 뒷발가락이 네 개이다. 발가락 아홉 개인 쥐가 1번이 되고 소가 2번이 되는데 소는 발가락이 두 개이다. 호랑이는 다섯 개이고 토끼는 네 개이다. 발가락 숫자를 따져 양·음으로 배치한 게 십이지신의 순서이다. 자시는 쥐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이며, 축시는 소가 되새김질하는 시간이며, 인시는 호랑이가 사나워지는 시간이다. 묘시에는 달에 토끼 그림자가 나타나는 시간이다.

12간지는 양력으로 적용되는지 음력으로 맞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해답은 음력도 양력도 아닌 입춘이 기준이다.

 

지리산 화엄사 각황전 아래 오층석탑이 있다. 석탑 기단부에도 12지신이 새겨져 있다. 그 위에 팔부신중이 새겨지고 한단 위에 사천왕이 새겨져 있다. 12지신은 시간과 방위를 나타낸다. 사람의 몸에 동물 얼굴을 하고 무인의 복장을 하고 무기를 들고 있다. 12지신이 약사경에서 유래되었다는 설화는 아주 교훈적이다. 석가모니 열반 시에 조문 왔던 동물들의 순서가 12지신이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12지신은 약사여래 12대원을 수호하는 12호법신장의 자가용이다.

선한 인연으로 좋은 운세를 얻고 싶거든 약사경을 독송하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부모와 친구들을 위하여 약사여래 만트라를 염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