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가 사왓티에 머물고 있을 때, 황금 물고기 까삘라(Kapilla)와 관련된 흥미롭고 교훈적인 이야기가 <법구경-담마빠다> ‘갈애의 품(Taṇhāvagga, 애욕품)’에 전한다. 붓다가 ‘갈애의 품’ 시(詩)를 설하게 된 인연담(因緣談)인데, 시를 읽기 전에 먼저 이 이야기를 살펴보자.
아주 오랜 옛날 과거불인 깟싸빠 부처님이 완전한 열반에 들었을 때, 훌륭한 가문의 두 형제가 그 제자들 앞에서 출가했다. 형은 쏘다나(Sodhana), 동생은 까삘라(Kapilla)라고 불렸다. 그들의 어머니 싸디니(Sādhinī)와 여동생 따빠나(Tāpanā)도 출가하여 수행녀[비구니]가 되었다. 두 형제는 출가하여 아사리와 친교사에 대한 의무를 행하면서 어느 날 ‘존자여, 이 가르침에는 얼마나 많은 의무가 있습니까?’라고 묻고는 ‘공부의 의무(ganthadhura)와 통찰의 의무(vipassanādhura) 두 가지가 있다.’는 답변을 얻었다. 형은 통찰의 의무를 완수하겠다고 생각하고 5년 동안 거룩한 경지에 이르는 명상주제를 받아 한적한 곳에서 정진해 거룩한 경지를 얻었다. 동생은 ‘나는 젊다. 늙으면 통찰의 의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하고 공부의 의무를 택해 삼장(三藏)을 외웠다. 경전에 대한 지식을 통해서 그는 많은 추종자를 얻었고 그들을 통해 많은 공양을 얻었다. 그는 많은 학식에 대한 교만에 미쳐 탐욕과 갈애에 사로잡혔다. 넘치는 간계로 사람들을 속이고 거짓말을 일삼았다. 그를 걱정한 친한 수행승이 가르침과 계율을 인용하며 그런 행동을 그만두라고 충고해도 까삘라는 오히려 ‘이 빈 주먹아, 네가 무엇을 아는가?’라며 모욕했다. 그의 교만은 갈수록 더해져 마침내 수행승들을 향해 ‘벗이여, 가르침도 계율도 없다. 계율의 항목을 듣건 안 듣건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렇게 깟싸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방해한 까삘라는 수명이 다하자 아비지옥에 태어났다. 까삘라의 편을 들었던 어머니와 여동생도 아비지옥에 태어났다. 까삘라는 두 부처님 사이의 기간 동안 지옥에서 고통을 겪고도 아직 악행의 과보가 남아서 아찌라와티(Aciravatī) 강의 물고기로 태어났다. 비늘은 황금색이었으나 입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물고기였다. 어느 날 한 어촌의 마을에서 오백 명의 어부의 아이들이 강으로 가서 물고기를 잡았는데, 황금 물고기였다. 마을 사람들은 이 물고기를 왕에게 올리면 포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운반 도중 물고기가 입을 열자 온 잠부디빠[인도의 옛 이름]에 고약한 냄새가 퍼졌다. 물고기를 받은 왕이 붓다를 찾아가 물었다. “이 물고기는 왜 황금색으로 빛나고 또한 고약한 냄새를 풍깁니까?”
붓다는 그의 전생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하고 과거에 부처님의 말씀을 설했기 때문에 황금색 빛을 띠게 되었고, 수행승을 욕하고 매도하였기 때문에 고약한 냄새를 풍기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물고기에게 물었다.
“그대가 까삘라인가?”
“세존이시여, 까삘라입니다.”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세존이시여, 아비지옥에서 왔습니다.”
“형 쏘다나는 어찌 되었는가?”
“세존이시여, 완전한 열반에 들었습니다.”
“어머니 싸디니와 여동생 따빠나는 어찌 되었는가?”
“세존이시여, 아비지옥에 태어났습니다.”
물고기는 허물을 뉘우치며 머리를 배에 부딪치고 죽어서 지옥에 태어났다. 이 광경을 지켜본 대중들은 전율하여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 순간 붓다는 대중들 마음의 움직임을 알고 거기에 맞는 가르침, ‘진리에 맞는 삶, 청정한 삶이야말로 최상의 보물’임을 설하고 ‘갈애’를 주제로 한 시를 읊었다.
방일하게 지내는 사람에게
갈애는 말루와 덩굴처럼 자란다.
숲속 원숭이가 열매 찾아 옮겨 다니듯,
그는 이 생에서 저 생으로 떠다닌다.
<하략>
-<법구경 담마빠다> ‘갈애의 품’ 참고. 전재성 옮김
말루와(Māluvā) 덩굴(학명 Bauhinia vahlii)은 자라난 나무를 서서히 파괴하는 기생충 덩굴 식물이다. 성향이 흡사한 나무로는 실거리나무를 들 수 있다. 실거리나무는 땅에서 올라 온 굵은 줄기는 가시가 두껍고 무딘 편인데, 새로 뻗은 얇은 가지에는 갈고리처럼 휘어져 있는 가시가 예리하고 날카로워 옷이 걸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름도 ‘실거리나무’로 정해졌다. 옷은 물론이고 가까이 살에도 가시가 박혀 상처를 입기 일쑤이므로 이 나무를 만나면 주의해야 한다.
붓다는 갈애를 말루와 덩굴에 비유하면서, 갈애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에 대해 설파한다. 갈애의 경향이 뿌리째 뽑히지 않는다면 고통은 거듭해서 일어날 뿐이라며 반드시 갈애를 제거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쾌락을 좇아 달리는 강력한 서른여섯 가지의 흐름을 지닌 자, 탐욕에 기초한 사유의 격류가 그 타락한 견해를 지닌 자를 떠내려 보낸다고 경고한다. 덩굴과 같이 휘감아 얽히는 갈애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혜로써 그 뿌리를 자르라고 간곡하게 일러주신다.
말루와 덩굴에 대한 비유는 불전(佛典) 곳곳에서 등장한다. <법구경-담마빠다> ‘자기의 품’에서도 붓다는 “계행을 범한 자는 말라와 덩굴이 쌀라 나무를 덮치는 것처럼, 적이 자신에게 원하는 대로 자신이 그대로를 자신에게 행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문득 탐욕에 기초한 갈애가 일어나거든, 지체 없이 말루와 덩굴을 떠올려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