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이룬 붓다는 앗쌋타 나무(보리수) 아래에서 7일 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삼매에 들어 해탈의 기쁨을 누렸다. 마지막 날 밤이 끝날 무렵 붓다는 고통의 원인인 의존적 발생의 원리, 연기(緣起)를 다시금 복습했다.
이것이 존재하면 저것 또한 존재한다.
이것이 생기면 저것 또한 생긴다.
이것이 존재하지 않으면 저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 또한 소멸한다.
모든 편견을 지워버린 붓다의 눈에 비친 삼라만상은 서로 기대고 의존하며 생멸하는, 명확히 조건에 의지해서 발생하고 소멸하는 유기적 관계였다. 그렇게 대각 후 첫 일주일이 지난 후 붓다는 삼매에서 일어나 보리수 나무에서 나왔다. 붓다는 가까이에 있는 아자빨라니그로다(Ajapālanigrodha) 나무 아래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서 아자빨라니그로다 나무 아래에서 홀로 가부좌를 하고 7일 동안 해탈의 지복을 누리며 앉아 있었다. 아자빨라니그로다 나무는 또 다른 보리수 벵골보리수의 이름이다. 아자빨라는 염소치기 또는 송출하지 못함을 뜻한다. 염소치기들이 쉬곤 했기 때문에, 또는 나이 든 브라만이 베다를 송출하지 못하게 되자 이 나무 아래 거처를 정해 살았기 때문에 아자빨라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다.
붓다 8대성지를 순례하면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아자빨라 나무들을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막 정각을 이룬 붓다가 전법의 결심을 할 때, 붓다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비바람을 막아주며 그 위대한 순간을 지켜본 나무이기 때문이다.
(사진=인터넷)
<마하박가> 다발부 ‘아자빨라니그로다이야기’편에 따르면, 붓다가 아자빨라니그로다 나무 아래에 앉아 있을 때 어떤 흥흥거리는 오만한 브라만이 붓다에게로 다가왔다. 브라만은 붓다가 앉은 자리 가까이 다가와 인사를 나눈 후 안부를 주고받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한쪽에 서서 그 브라만이 말했다. “고따마여, 어떻게 해서 브라만이 됩니까? 브라만을 만드는 성품들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붓다는 브라만의 교만한 속내를 간파하고 감흥어린 싯구를 읊었다.
어떠한 사제이든지
악한 원리를 제거하고,
훔훔거리지 않고 떪음을 여의고
자제하고, 지혜에 통달하고 청정한 삶을 성취한 자,
세상에서 융기가 결코 없는 자라면,
이치에 맞게
하느님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하리.
브라만들은 자신들의 긍지를 보여주기 위해 ‘훔훔’거리는 일종의 주문을 외우고 다녔는데, 붓다는 정각자는 그런 행위를 여읜 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떪음, 즉 삼독의 떫음을 여읙, 계행을 수호하고, 청정한 삶, 삼독과 자만, 견해의 융기 등 다섯 가지 융기(隆起)를 떠난 자세를 가진 자가 진정한 브라만임을 일러주었다.
붓다는 대각을 성취한 뒤 7주를 머무는 동안, 두 번째 주에 이어 다섯 번째 주에 또 다른 아자빨라니그로다 나무아래에서 홀로 명상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때 붓다에게 다음과 같은 사유가 일어났다.
‘내가 깨달은 이 진리는 심오하고, 보기 어렵고, 깨닫기 어렵고, 고요하고, 탁월하고, 사유의 영역을 초월하고, 극히 미묘하기 때문에 슬기로운 자들에게만 알려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욕망의 경향에 만족해한다. 욕망의 경향을 즐기고 욕망의 경향을 기뻐하고, 욕망의 경향에 만족해하면, 이와 같은 도리, 즉 조건적 발생의 법칙인 연기를 보기 어렵다. 또한 이와 같은 도리, 즉 모든 형성의 멈춤, 모든 집착의 버림, 갈애의 부숨, 사람짐, 소멸, 열반도 보기 어렵다. 그러나 내가 이 진리를 가르쳐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나에게 피곤이 되고 나에게 곤경이 될 것이다.’
참으로 힘들게 성취한 진리를
차라리 설하지 말아야지
탐욕의 마음에 사로잡힌 자들은
이 진리를 잘 이해하기 힘들다.
흐름을 거슬러가는 심오하고,
보기 어렵고, 미묘한 진리를
어둠에 뒤덮이고
탐욕에 불붙은 자들은 보지 못한다.
붓다가 진리를 설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하자, 하느님 사함빠띠[범천]가 이를 알아차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오신 님, 거룩한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께서 이와 같이 성찰하여 진리를 설하지 않고 그냥 있기로 마음을 정하신다면 참으로 세계는 멸망한다. 참으로 세계는 멸망한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붓다 앞에 나타난 하느님 사함빠띠는 붓다에게 진리를 설할 것을 3번이나 거듭해 간청했다.
때 묻은 자들이 생각해낸
부정한 가르침이
일찍이 마가다 인들에게 퍼져있으니,
불사(不死)의 문을 열어젖히소서.
그들이 듣게 하소서!
청정한 님께서 깨달은 진리를.
산꼭대기 바위 위에 서서
사방으로 사람들을 굽어보는 것처럼,
현자여, 널리 보는 눈을 지닌 님이여,
진리로 이루어진 전당에 오르소서.
슬픔을 여읜 님께서는 슬픔에 빠지고
생사에 고통받는 중생(뭇삶)을 보소서.
일어나소서, 영웅이여.
전쟁의 승리자여.
세상을 거니소서. 캐러밴의 지도자여.
허물없는 님이여.
알아듣는 자가 반드시 있으리니,
세존께서는 가르침을 설하여 주소서.
하느님 사함빠띠의 거듭된 간청을 들은 붓다는 숙고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전법을 결심했다. 붓다는 하느님 사함빠띠에게 시로 대답했다.
그들에게 불사의 문은 열렸다.
듣는 자들은 자신의 신앙을 버려라.
하느님이여, 곤란을 예견하고
나는 승묘한 진리를 설하지 않았다.
붓다가 전법을 결심하고, 첫 전법 대상으로 함께 고행을 했던 다섯 명의 고행수행자들을 정한 것도 아자빨라니그로다 나무 아래에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