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칼럼16 

최근 불교계에 가장 큰 이슈는, JTBC 수목드라마 16부작 ‘인사이더’가 6월 8일 첫 방송에서 스님들이 도박을 하는 모습 등 불교를 노골적으로 폄훼하는 장면이 방영된 것과 이에 대한 불교계의 반발이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사찰의 법당에서 거액의 도박판을 벌이는가 하면, 승려가 주도적으로 도박을 하고 판돈을 딴 뒤 관세음보살을 외치는 장면, 도박장 단속 후 스님이 유치장에 구금되어 있는 장면 등이다. 이 드라마는 특히 문제가 된 장면을 드라마 앞부분에 15여 분간이나 노출해 마치 사찰이 불법 도박의 온상인 양, 그리고 스님이 도박을 일삼는 인물인 양 여기게 해, 불교에 부정적이고 왜곡된 인식을 주었다는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첫 방영이 나간 다음 날인 9일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즉각 성명을 내고 “불교를 폄훼하고 비하한 JTBC는 즉각 공개 참회할 것”을 촉구했다. 성명의 뼈대는 “JTBC에서 매우 악의적이고 노골적으로 스님을 폄훼하고 불교를 조롱하는 방송을 편성해 내보낸 것은 사찰에서 신행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수많은 불자님들과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며 수행하시는 모든 스님들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자 훼불행위”라는 것이었다. 또한 “무엇보다도 이런 방송으로 인해 한국불교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과 불자들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JTBC 측의 즉각 참회와 함께 ‘인사이더’의 제작사의 공개 참회를 요구했고, 인사이드 프로그램을 폐지할 것이며, 해당 영상을 즉각 삭제할 것, 해당 영상에 대한 재방송 송출 중단, 포털 등에 업로드되어 있는 관련 영상을 즉각 삭제 등을 요구했다. 종교평화위원회를 시작으로 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전국비구니회, 조계종중앙신도회, 조계종포교사단 등에서 잇따라 JTBC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JTBC가 지난 13일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 공식 사과했다. JTBC 대표를 비롯해 편성 및 제작 책임자, 제작사 대표 등 JTBC 관계자들은 조계종 총무원 부실장 스님들과 만나 사과와 함께 향후 조처 등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JTBC 측은 불찰이었다고 사과했고, 문제가 된 해당 영상 삭제와 재방송 및 VOD 다시 보기 서비스 중단, 향후 방영될 드라마 상영에 앞서 사과문 송출, 이런 내용을 담은 사과 공문을 조계종 총무원에 발송하는 것 등을 약속했다.

영향력이 큰 방송에서 불교를 폄훼하고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데 대해 불교계가 한목소리로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대처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일사불란한 불교계의 강력 대응은 방송사로부터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나아가 앞으로 보다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찜찜한 여운이 남는다. 그동안 불교계에서 잊어버릴만하면 불거졌던 승려 도박 등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이런 드라마가 만들어진 데 한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방귀가 잦으면 똥을 싼다.’는 속담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여러 차례 불교계 내부에서 터져 나왔던 부끄러운 사건들과, 이 사건을 수습하는 그동안의 방식이 적절했느냐의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년 4개월 전, 한 신도가 충청북도 소재 조계종 교구본사인 법주사 경내에서 승려들이 상습도박을 했고 이를 알면서도 방조한 본사 주지는 해외 원정도박을 했다는 고발이 경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최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을 비롯하여, 2014년 함께 도박을 했던 한 중진 승려가 ‘도박승들이 조계종의 권력을 장악해 종단을 좌지우지한다.’고 폭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이른바 ‘도박 16국사’ 사건, 2012년 백양사 승려들의 음주 도박 사건과 이 사건과 관련하여 2013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불교는 협잡(Monkey Business)”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사건 등에 불교계가 보여주었던 미온적인 태도들이, 혹여 드라마 제작자들이 별다른 고민 없이 문제의 장면을 포함시킨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엄청난 물의를 일으켰던 백양사 승려들의 음주 도박 사건에 대해 당시 조계종은 공식 사과와 함께 ‘향후 승려들의 대형 승용차 이용과 고급 식당 출입, 주식투자를 자제’ 등의 쇄신 안을 발표했는데 그것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 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108배 참회를 하며 연임 않겠다고 약속했던 당시 총무원장은 언제 그런 그랬느냐는 듯 연임했다. ‘도박 16국사’ 사건도 별다른 제재 조치 없이 흐지부지되었다. 

최근의 법주사 도박승 기소의견 송치와 관련해 조계종 현 총무원장은 이례적으로 담화문을 발표해 “국민과 사부대중 여러분께 대한불교조계종의 자정능력이 있음을 보여드리고 두 번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어 열린 중앙징계위원회가 내린 조치는 말사(末寺) 주지 4명에게 직무정지 징계를 의결한 것이었다. 징계 수위가 낮을뿐더러 더 큰 책임이 있는 본사 주지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의아하다. 

불미한 사건을 근절하려면 사건이 발발했을 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단호하고 강력하게 조치해야 한다. 거듭된 미봉(彌縫)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부르기 때문이다. JTBC 드라마 ‘인사이더’ 사건의 완전한 해결은, 사과와 재발금지 약속을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분출했던 분노와 비판을 자정능력 회복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