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출가의 경’에, 아난다 존자가 제따와나[기원정사]에서 비구들을 대상으로 부처님의 출가에 대해 설법한 장면이 나온다. 

“눈을 갖춘 님[고따마 부처님]이 어떻게 출가를 했는지, 어떻게 생각한 끝에 그분이 출가를 기뻐했는지, 나는 그 출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재가의 삶은 번잡하고, 티끌이 쌓이는 장소입니다. 그러나 출가는 자유로운 공간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보고 출가했던 것입니다.”

아난다 존자가 언급한 ‘번잡한 재가의 삶’이란 ‘억압·방해·포박·불편·장애·분주’한 삶이다. 

바라나시를 대표하는 대장자의 아들 청년 야사(Yasa)가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하는 장면은, 어떻게 재가자를 출가로 이끌 것인가에 대한 매우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 부처님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대해 염오의 마음을 일으켜 괴로워하며 다가온 야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야사여, 여기에는 괴로움이 없고, 여기에는 고통이 없습니다. 야사여, 오십시오! 앉으십시오! 내가 그대에게 가르침을 설하겠습니다.”

부처님은 이어 ‘보시에 대한 이야기 -> 계행에 대한 이야기 -> 하늘나라(천상세계)에 대한 이야기 ->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의 위험·타락·오염 -> 욕망의 여읨에서 오는 공덕’을 차례로 설했고[차제법문], 야사는 곧바로 출가의 마음을 일으켰다. 

법정스님은 ‘지금 출가를 꿈꾸는 그대에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선가귀감>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인용해 출가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밝히셨다.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편함과 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고,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는 것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구해서도 아니다. 생과 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며,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고, 끝없는 중생을 건지려는 것이다.’ 이것이 출가정신입니다. 이 각오 이 정신을 늘 지녀야 합니다. 출가란 모든 집착과 얽힘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법정스님은 특히 이 글에서 ‘출가자 모집’에 대한 소회를 다음과 같이 밝혔는데, 오늘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는 내용이어서 눈길을 끈다. 

“저는 생각할수록 불가사의하고도 도저히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또는 그 이후에도 중 모집한다는 광고 보고 출가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신학대학이 있어서 신부나 목사 될 사람을 공고하고 모집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도 스님을 모집해서 양성하는 곳은 없습니다. 다 제 발로 걸어 들어옵니다. 참으로 신비한 일입니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겁니다.” 

요즘 조계종의 가장 큰 현안 가운데 하나가 출가자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문제이다. 이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 심각해졌다. 불교신자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데다 출가자가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다보니, 이대로 가다가는 승가가 유지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휩싸여 있다. 출가자를 늘리기 위해 십여 년 전부터 머리를 맞대고 여러 가지 대책을 세웠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기상천외한 방안까지 분출하는 실정이다. 

지난 2018년 초 조계종은 출가자 수가 크게 줄어 100명 이하로 줄어들 것이 예상되자 광고를 인터넷에 게재하고 일반인을 상대로 출가자를 공개 모집했다. 사찰과 대학 등에 포스터를 배포했고, 출가 상담전화·사이트도 개설해 운영했다. 내세운 명분은 출가자가 조금이나마 늘어날 것이 기대되고 승려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서글픈 현실은 법정스님께서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니, 2018년은 불교사에 기록될만한 사건이 일어난 해가 될 것이다. 

조계종의 출가자 모집광고의 제목은 ‘내 생에 가장 빛나는 선택, 출가’였다. 출가자를 공개모집하는 것은 출가자가 감소했기 때문에 내린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지난 1991년 조계종에서 처음 출가자 수를 집계했을 때 그 숫자는 연 500명에 달했다. 6개월~1년간 행자 생활을 버티며 스님이 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만을 출가자로 집계했으므로, 지원자는 그 두 배가량인 1000명 안팎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출가자는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2019년부터는 100명 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조계종이 분석하는 출가자 급감의 이유는 저출산과 신도 감소가 대표적이다. 조계종이 느끼는 위기는 당장 벌어지고 있는 출가자 수 감소에만 있지 않다. 현재 조계종 소속 승려는 1만2000여명이지만 상당수가 50대 안팎의 승려들이어서 20여년 뒤 이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승단이 존속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출가자 공개모집은 조계종이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라는 토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조계종 일각에서는 출가자 모집광고를 내는 것에 대해 ‘불교계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 비판에 힘이 실리지는 않는 분위기다. 극약처방 같았던 출가자 모집광고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 3월 28일 열린 임시종회에서 출가자 모집을 대학입학과 연계하는 고육지책을 검토했다. 동국대 등 종립대학의 ‘불교추천인재전형’ 수시입학 제도를 ‘청년예비출가자’ 모집의 인센티브로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선발된 청년예비출가자에게는 대학 및 대학원 등록금 및 수업료가 전액 지원되고, 해외자매결연 대학과의 교환학생 선발 및 해외 한국사찰 연수에 우선 선발되는 특전과 비구·비구니계를 수지한 이후 군승에 지원할 경우 우선 선발되는 혜택이 제공되며, 군승 임무 종료 후 종법이 정한 자격 기준을 충족하면 공찰사암의 주지로 우선 임용해 적극 지원하는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이 시도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일단 부결됐다. 그렇다고 이 대책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조계종의 위기의식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계종 종회의장은 “출가자의 감소는 이제 현실적 위협”이라고 인정했다.  

출가하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지경에서 ‘출가의 참 의미’, ‘출가의 자격’ 등을 거론하는 것이 ‘세상물정 모르는 한가한 소리’로 치부되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러나 출가자 수를 늘리는 것이 지상과제라고 하더라도 ‘호객’하듯 출가자를 구하는 것은 더 큰 문제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출가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는 김선우 시인의 ‘민달팽이를 보는 한 방식’이라는 제목의 시(詩)가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을 적신다.  

가출이 아닌 출가이길 바란다.

떠나온 집이 어딘가 있고 언제든 거기로 

돌아갈 수 있는 자가 아니라

돌아갈 집 없이

돌아갈 어디도 없이

돌아간다는 말을 생의 사전에서 지워버린

집을 버린 자가 되길 바란다.

매일의 온몸만이 집이며 길인,

그런 자유를…

바란다, 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