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전생에 세운 서원 실현한 ‘싸꿀라’
불교에서 서원(誓願)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서원은 스스로 다짐한, 변치 않고 반드시 성취하겠다는 각오를 말한다. 그야말로 맹서를 하는 것인데, 그 이유는 너무나 믿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고, 행하기 어렵고, 성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네 가지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서원을 성취사난(成就四難)이라고도 한다.
사실 어려운 일일수록 마음속 깊이 다짐을 하지 않으면 행할 수 없고, 지킬 수 없으며,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는 것을 서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스스로의 의식 속에 다짐이 깊이 사무쳐서 아무리 어려운 난관이 닥치더라도 해낼 수 있는 용기와 자신이 생겨난다. 어떤 역경에 부딪치더라도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용기를 내기 위한 자기선언, 이것이 없으면 난행도, 즉 자력(自力)으로 오랜 시간 수행하여도 깨닫기 어려운 수행을 감당하기 어렵다. 불가에서 의식을 마무리할 때 반드시 사홍서원을 합송하는 것은 서원이 갖고 있는 의미가 매우 무겁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양곤 쉐다공대탑에서 촛불공양을 올리고 있는 미얀마 여인. 이 여인은 어떤 간절한 서원을 하고 있을까?(사진=이학종)
싸꿀라(Sakulā)는 아주 오랜 전생에 부처님 앞에서 세운 서원을 공덕행과 정진수행을 통해 성취해낸 대표적인 여성출가수행자라고 할 수 있다.
싸꿀라는 빠두뭇따라(Padumuttara) 부처님 당시에 항싸와띠(Haṃsavatī) 시의 아난다(Ānanda) 왕의 딸이자 스승의 이복자매로써 태어나 ‘난다’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녀가 성년이 되자 어느 날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들으며 스승께서 한 수행녀(비구니)를 ‘하늘눈을 지닌 님 가운데 제일(dibbacakkhukānaṃ aggā : 天眼第一)’의 자리에 세우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덕성을 닦아서 자신도 그러한 사람이 되고자 서원을 세웠다.
싸꿀라는 거기서 살아 있는 한 많은 훌륭하고 착하고 건전한 일을 하고 천상계에 태어나 계속해서 좋은 곳을 윤회하다가 깟사빠 부처님 당시에 바라문 가문에 태어나 유행자의 삶에 출가하였다. 그녀는 홀로 유행하는 여자로서 쉼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어느 날 그녀는 기름을 얻으러 다니다가, 어렵게 기름을 얻은 후에 그 기름으로 스승의 탑묘에 밤새도록 등불을 밝혔다. 그녀는 거기서 죽어서 서른셋 신들의 하늘나라(도리천)에 태어나 청정한 하늘눈을 가진 여인으로서 한 부처님과 이후 부처님이 출현할 때까지의 사이에 천상계를 윤회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고따마 부처님께서 탄생할 무렵, 사왓티 시의 한 바라문 가문에 태어나 ‘싸꿀라’라는 이름을 얻었다.
싸꿀라의 집안은 매우 영향력이 큰 바라문 가문으로 꼬살라 국 빠세나디 왕과도 긴밀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이런 인연으로 싸꿀라와 쏘마 두 자매는 모두 빠세나디 왕에게 시집을 가 왕비가 되었다. 싸꿀라와 쏘마 왕비는 우중나(Ujuñña)에 있는 깐나깟탈라(Kaṇṇakatthala)라는 이름의 녹야원에 고따마 부처님께서 머물고 계실 때, 마침 빠세나디 왕이 고따마 부처님을 예방한다는 소문을 듣고 왕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대왕이여, 저희의 이름으로 세존의 두 발에 경의를 표하고 병이나 고통이 없으며 건강하고 기력이 있고 평안하신지를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자매인 쏘마와 싸꿀라는 세존의 두 발에 경의를 표하고 병이나 고통이 없으며 건강하고 기력이 있고 평안하신지를 여쭙니다.’라고 전해주십시오.”
싸꿀라 자매로부터 안부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빠세나디 왕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세존을 찾아가 예배한 후 자리에서 물러나 앉은 뒤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자매인 쏘마와 싸꿀라의 이름으로 세존의 두 발에 경의를 표하고 병이나 고통이 없으며 건강하고 기력이 있고 평안하신지를 여쭙니다.”
그러자 고따마 부처님은 빠세나디 왕에게 ‘자매인 쏘마와 싸꿀라는 다른 사자를 찾지 못했는가?’라고 묻고는, “대왕이여, 자매인 쏘마와 싸꿀라가 행복하길 바랍니다.”라고 축원을 해주었다.
사실 싸꿀라는 성년이 되어 고따마 부처님께서 수닷따 장자로부터 제따와나 정사를 기증받을 때에 설법을 듣고 재가의 신도가 되었다. 이후 한 수행승으로부터 네 가지 진리, 즉 사성제에 대한 가르침을 듣고 스승이 제시한 길에 대해 확신을 얻게 되었다. 싸꿀라는 이때 이미 탐욕 등의 티끌을 여의였고, 갈애의 숲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열반이고, 죽음이 없기 때문에 불사인데, 이러한 조건에 의지하지 않은 진리를 천 가지로 장식된 통찰이라고 불리는 진리의 눈(법안)을 통해 깨달았다.
재가의 신자의 몸으로 성자의 흐름에 든(수다원, sotāpannā) 싸꿀라에게는 더 이상의 세속적 삶은 의미가 없었다. 세속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나 보장된 부와 명예는 그녀에게 한낱 장애물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아들과 딸, 재산과 곡식을 미련 없이 버리고 남편의 허락을 받아 출가를 단행했다.
비구니가 되기 전, 2년의 기간 동안 정학녀(淨學女 : 식차마나니)로 있으면서 싸꿀라는 중도의 길을 닦아 상승의 길을 걸으면서 탐욕과 성냄, 그리고 이 두 가지 독소와 더불어 생겨난 번뇌를, 돌아오지 않는 길(不還向, anāgamī magga)을 성취함으로써 벗어났다.
재가신자로 있을 때 수다원, 정학녀로 있을 때 아나함의 경지를 성취한 싸꿀라는 수행녀로서 구족계를 받은 후 정진을 통해 자신의 전생의 삶을 낱낱이 기억하는 숙명통을 성취했다. 이어 천안통을 얻어 청정해지고 무명 등의 오염에서 벗어났다. 싸꿀라는 조건에 의지해서 생겨나 결국 파괴에 이를 수밖에 없는 모든 형성된 것들이 자기 것이 아님[無我]을 보고 지혜의 눈[慧眼]으로 일체의 번뇌를 소멸해 궁극의 경지인 열반을 성취했다.
고따마 부처님은 오랜 전생부터 쌓아온 선근공덕과 현생에서의 치열한 정진으로 아라한이 된 싸꿀라 장로니를 칭찬하며, 여러 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를 수행녀들 가운데 ‘하늘눈을 지닌 님 가운데 제일’의 자리에 세운 뒤 이렇게 선언했다.
“수행승들이여, 나의 여제자 수행녀(비구니) 가운데 싸꿀라는 하늘눈을 지닌 님 가운데 제일이다.” -전재성 옮김 <앙굿따라니까야> 제일의품 ‘싸굴라의 경’
그녀는 자신의 실천을 관찰하고 기쁨과 희열이 생겨나자 감흥 어린 시구(詩句)로써 다섯 편의 시를 읊었다.
재가의 집에 살면서
수행승의 가르침을 듣고
티끌의 여읨의 상태,
불사(不死)의 열반의 경지를 보았다.
그래서 아들과 딸과
재산과 곡식을 버리고
나는 머리를 깎고
집 없는 곳으로 출가했다.
정학녀로 있으면서 나는
곧바른 길을 닦으며
탐욕과 성냄 그리고
그것과 결합된 번뇌를 버렸다.
수행녀로서 구족계를 받고
전생의 삶을 기억했다.
하늘눈은 청정해지고
티끌을 여의었고 수행은 잘 닦여졌다.
원인에서 생겨나 파괴될 수밖에 없는
형성된 것들을 타자라고 보고
일체의 번뇌를 버렸으니,
나는 청량해져서 열반을 실현했다.
-전재성 옮김 <테리가타-장로니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