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녀에게서 태어난 진각국사 이야기

순천 송광사 십육조사 진영 

고려 선문학의 대가 진각국사와 조선 화엄의 대가 연담 스님의 출생지가 화순이다.

홀로 못 가에 앉아서

우연히 못 아래 한 중을 만나네.

잠자코 서로 웃으며 바라보니

잘 알아 말 걸어도 대답하지 않네.

드문드문 소나무 달빛 또한 밝아

그윽한 골짜기 바람 족히 맑아라.

웃고 즐기며 마음대로 노니니

높으나 낮으나 모두가 평안해

시내에 가서 내 발을 씻고

산 바라보며 내 눈을 맑게 하네.

부질없는 영욕은 꿈꾸지 않으니

이 밖에 또 무엇을 구할까.

산들바람 솔바람 소리 불러와

쓸쓸하여 맑고도 애처롭다.

밝은 달 마음결에 떨어지니

해맑고 깨끗해 티끌 한 점 없어라.

보고 듣는 게 유달리 상쾌하여

시 읊조리며 홀로 거닌다네.

흥이 다하여 고요히 앉았노라니

마음조차 싸늘해 식은 재와 같아라.

진각국사 출가 시

불문에 뜻을 두고 사모하여

식은 재처럼 좌선을 배우리라.

공명이야 한갓 깨어진 시루며

사업이야 이루고 나면 덧없어라.

부귀도 그저 그렇고 그런 것

빈궁도 또한 그러한 것.

내 장차 고향을 버리고 

소나무 아래 편안한 잠이나 자려네.

대붕은 바람 타고 몇 만 리 날아가지만

메추리는 숲속 한 가지에 

만족해 사는구나.

길고 짧음은 비록 다르나 유유자적하나니

야윈 지팡이에 헤진 누더기 

나에게 마땅하여라.

내가 죽존자를 사랑함은

추위와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네.

풍상 겪을수록 절개 더 굳세고

온종일 스스로 마음을 비우네.

달 아래 맑은 그림자 드리우고 

바람결에 부처님 말씀 전하네.

하얗게 눈을 머리에 이고

뛰어난 운치 총림에 났도다

푸른 눈으로 청산을 마주하니

티끌 한 점 들어올 틈이 없구나.

맑은 기운 저절로 뼛속에 스미니

무엇 하러 새삼스레 열반을 찾을까.

진각국사의 고향은 화순이다. 그는 동정녀 마리아처럼 처녀의 몸에서 태어났다. 그 처녀가 옥에 갇힌 아버지를 위하여 백일기도 드린 곳이 자치샘이다. 아비 없이 태어난 아기를 키울 수 없어 버린 곳이 학서정이다.

화순군은 학서정을 정비해서 역사인물을 선양해야 하는데 석물 공장이 들어서 주변이 어지럽다. 이 나라는 값진 역사를 외면하고 있다.

보조국사의 대를 이어 송광사 2대 국사가 되신 분이다. 그가 저술한 선문염송 30권 10책은 간화선의 백과사전으로 불린다.

동아시아 선종사에서 진각국사의 역할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난다. ‘중국에 만리장성이 있다면 조선에는 선문염송이 있다.’라고 중국의 불교학자들은 말한다.

강진 월남사지에는 진각국사비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고려의 대문장가 이규보가 글을 썼다. 송광사 성보박물관에는 고려 고종이 진각국사 혜심에게 대선사의 호를 내리는 고려고종제서가 국보 42호로 지정되어 전시되고 있다.

학서정에서 벽나리 민불 까지는 500미터 거리에 있다. 벽나리 민불은 푸근한 미소가 인심이 넉넉한 화순의 미소로 자랑할만하다.

송광사 국사전에 모셔진 진각국사진영의 얼굴과 벽나리 민불의 얼굴이 쌍둥이처럼 닮았다.

화순의 뛰어난 인물이 탄생한 것을 민중들이 벽나리 민불로 숭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