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뿟따의 세 여동생 ‘짤라·우빠짤라·씨쑤빠짤라’
짤라(Cāla) 세 자매는 부처님의 상수제자 사리뿟따(Sāriputta)의 친여동생들이다. 오빠처럼 이들 세 자매도 오랜 전생부터 과거의 부처님들 회상에서 덕성을 닦고, 이러저러한 생에서 해탈을 성취하기 위해 착하고 건전한 업을 쌓았다.
이미 충만한 공덕을 지은 세 자매는 고따마 부처님이 탄생할 무렵 날라까가마(Nālakagāma)의 바라문녀 루빠싸리(Rūpasāri)의 태를 통해 차례로 태어났다. 세 자매 중 첫째의 이름은 짤라(Cāla), 둘째는 우빠짤라(Upacāla), 막내는 씨쑤빠짤라(Sisūcāla)여서 이들은 ‘짤라 세 자매’로 불렸다. 사리뿟따에게는 모두 여섯 남매가 있었는데, 남자 형제로는 쭌다(Cunda), 우빠세나(Upasena), 레와따(Revata)의 세 형제, 여자 형제로는 짤라 세 자매가 있었다. 이 여섯 남매가 모두 고따마 부처님이 이끄는 상가로 출가했으니, 오랜 전생을 통해 무량한 공덕을 지은 집안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희유(稀有) 한 일이었다.
각각 결혼하여 아들 하나씩을 두고 있었던 짤라 세 자매는 특별히 존경하며 따랐던 큰 오빠 사리뿟따가 그동안 추종해왔던 회의론자 산자야 벨랏티뿟따(Sañjaya Belatthiputta)를 떠나 사끼야 족 태자 출신 고따마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우리의 존귀한 오빠가 선택한 고따마 부처님의 가르침과 계율은 결코 열등한 것이 아니고, 오라버니의 출가 역시 결코 열등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얀마 양곤 외곽 위빠사나 수행처 인근 마을의 한 잡화상점에서 만난 세 자매. 세 자매는 탁발에 나선 비구들을 향해 합장인사를 한 후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사진=이학종)
이윽고 세 자매는 오빠 사리뿟따를 따라 고따마 부처님의 상가에 출가하겠다는 큰 용기를 내었고, 그 서원을 열망하면서도 아들과 헤어져야 하는 슬픔에 온 얼굴이 눈물 범벅이 되었다. 그러나 세 자매는 이런 모든 장애와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친지들을 떠나 마침내 출가에 결행했다. 세 자매들의 서원은 출가의 실행에서 그치지 않았다. 고따마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한 그녀들은 확신을 얻어 자신들의 아들 셋을 삼촌인 레와따에게 출가시켜 사미가 되도록 인도했다.
세 자매는 출가한 이후 열심히 정진을 거듭했다. 오랜 전생부터 쌓아온 공덕의 힘도 있었지만 상가의 상수제자인 사리뿟따 존자의 동생들로서 결코 해태할 수 없다는 의무감도 이들의 정진력을 높이는 작용을 했다. 스스로를 재촉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무섭게 정진한 세 자매는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거룩한 경지, 아라한과를 성취할 수 있었다. 거룩한 경지를 얻어 최고의 성자가 된 그녀들은 열반의 즐거움과 할 일을 다 해 마친 경지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한껏 누렸다. 세 자매는 이따금씩 마라(악마)의 도전과 유혹에 부딪치기도 했으나, 그럴 때마다 단호하고 당당한 대응으로 물리치곤 했다.
세 자매 중 첫째인 장로니 짤라가 사왓티 시의 비구니 수행처에 있던 어느 날이었다. 짤라는 아침 일찍 가사를 입고 발우와 가사를 들고 탁발을 하기 위해 사왓티 시로 들어갔다. 사왓티 시에서 탁발을 하고 공양을 마친 후, 탁발에서 돌아와 대낮을 보내기 위해 안다와나 숲으로 갔다. 그녀는 안다와나 숲 깊숙이 들어가 한 나무 밑에 앉았다. 그때 악마 빠삐만이 짤라에게 소름 끼치는 공포심을 일으켜서 선정에 드는 것을 방해하고자 짤라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짤라에게 가까이 다가온 빠삐만이 물었다.
“수행녀여,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벗이여, 나는 태어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짤라의 대답을 들은 빠삐만이 게송을 읊었다.
왜 태어남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태어나면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즐기네.
수행녀여, 태어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누가 그대를 가르쳤는가?
그러자 짤라가 즉시 게송으로 답했다.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감옥에 갇히고 살해당하는 환난의
괴로움들을 태어나서 경험하니,
나는 태어남을 기뻐하지 않네.
태어남에서 뛰어넘는 가르침을
부처님께서 설하셨으니
모든 괴로움을 버리게 하시고
나를 진실[最勝眞實, 열반]에 들게 하셨네.
미세한 물질의 세계[色界]에 사는 뭇 생명[衆生]도
비물질의 세계[無色界]에 사는 자들도
괴로움의 소멸을 알지 못하여
다시 태어남으로 복귀하는 것이네.
짤라의 게송이 끝나자 악마 빠삐만은 ‘수행녀 짤라가 나에 대하여 알고 있다.’라고 알아채고, 괴로워하고 슬퍼하며 바로 그곳에서 사라졌다.
-전재성 옮김 <쌍윳따니까야> 수행녀의 모음 ‘짤라의 경(Cālāsutta)’ 인용
둘째인 우빠짤라에게도 악마 빠삐만은 방해를 시도했다. 사왓티 시의 비구니 수행처에 머물던 우빠짤라가 어느 날 탁발을 위해 사왓티 시내로 들어갔다. 우빠잘라 역시 탁발을 하고 식사를 마친 뒤, 탁발에서 돌아와 대낮을 보내기 위해 안다와나 숲 깊숙이 들어와 한 나무 밑에 앉았다. 그때 그녀에게 악마 빠삐만이 다가와 공포심을 일으켜 방해를 시도했다.
“수행녀여, 그대는 어디에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가?”
“벗이여, 나는 어디에도 태어나고 싶지 않다.”
우빠짤라의 단호한 답을 들은 악마 빠삐만이 다시 게송으로 유혹을 시도했다.
서른셋 하늘나라[三十三天]의 신들,
축복받는 하늘나라[耶摩天]의 신들,
만족을 아는 하늘나라[兜率天]의 신들,
창조하고 기뻐하는 하늘나라[化樂天]의 신들,
남이 만든 존재를 지배하는 하늘나라[他化自在天]의 신들,
그들에게 마음을 바치면 그대는 즐거움을 경험하리.
빠삐만의 게송이 끝나자 우빠짤라가 다시 게송으로 답했다.
서른셋 하늘나라의 신들,
축복 받는 하늘나라의 신들,
만족을 아는 하늘나라의 신들,
창조하고 기뻐하는 하늘나라의 신들,
남이 만든 존재를 지배하는 하늘나라의 신들,
그들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이라는 줄에 묶여
다시 악마의 영토로 들어가네.
세상은 모두 불이 붙었고
세상은 온통 연기에 휩싸였네.
세상은 모두 불길을 토하고
세상은 온통 뒤흔들리네.
뒤흔들리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곳,
범상한 사람이 도달하지 못하는 곳,
악마가 도달하지 못하는 곳,
그곳에서 내 마음이 즐거우리.
타화자재천에 속한 신(神)으로 욕계천상을 지배하는 악마 빠삐만은 우빠짤라의 게송을 듣자, ‘수행녀 우빠짤라는 나에 대하여 알고 있다.’라고 알아채고, 괴로워하고 슬퍼하면서 바로 그곳에서 사라졌다.
-전재성 옮김 <쌍윳따니까야> 수행녀의 모음 ‘우빠짤라의 경(Upacālāsutta)’에서 인용.
셋째 자매인 씨쑤빠짤라도 사왓티 시의 비구니 수행처에 머물던 어느 날, 탁발을 하고 공양을 마치고 대낮을 보내기 위해 안다와나 숲 깊숙이 들어가 한 나무 아래 앉았을 때 악마 빠삐만으로부터 유혹과 조롱을 받았다. 악마 빠삐만은 첫째와 둘째 자매에게 했던 것처럼 씨쑤빠짤라에게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수행녀여, 그대는 어떠한 이교도의 가르침을 기뻐하는가?”
“벗이여, 나는 어떠한 이교도의 가르침도 기뻐하지 않는다.”
단호한 씨쑤빠짤라의 대답이 있자, 악마 빠삐만은 다시 게송으로 물었다.
왜 머리를 삭발했는가?
그대는 수행녀처럼 보이는데
이교도의 가르침을 기뻐하지 않으면서
어리석게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러자 씨쑤빠짤라가 즉시 게송으로 답했다.
외도인 이교도들은
잘못된 견해를 믿으니
나는 그들의 가르침을 기뻐하지 않네.
그들은 참다운 가르침을 잘 모르네.
여기 사끼야 족의 집에 태어난 이,
깨달은 님, 견줄 데 없는 님,
모든 것 극복하고 악마를 제거하고
모든 것에 정복되지 않으며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집착이 없는 님,
눈 있는 자로서 모든 것을 본다네.
모든 업력의 멸진에 이르러
집착이 파괴되어 해탈했으니
세상의 존귀한 님이 나의 스승이네.
나는 그의 가르침을 기뻐한다네.
그러자 악마 빠삐만은 ‘수행녀 씨쑤빠짤라는 나에 대하여 알고 있다.’라고 알아채고, 괴로워하고 슬퍼하면서 바로 그곳에서 사라졌다.
-전재성 옮김 <쌍윳따니까야> 수행녀의 모음 ‘씨쑤빠짤라의 경(Sīsupacālāsutta)’에서 인용
사리뿟따는 자신을 따라 출가를 결행해 아라한이 된 세 여동생이 악마 빠삐만의 도전과 유혹을 당당하게 물리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들을 크게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