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가리왕산2 

병원은 읍내 사거리 보건소 옆에 있었다. 버스를 타고 온 민우는 응급실로 뛰어갔다. 선생님이 응급실 바깥에서 초조하게 서성대고 있었다. 민우를 보자 선생님은 대뜸 민우를 꼭 안았다.

 “아버진 괜찮을 거다.”

 민우는 선생님에게 무언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엄마한테 전화는 했니?”

 “......”

 선생님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비로소 민우는 머리를 흔들었다. 민우의 뺨에는 방울방울 눈물이 흘러내렸다. 선생님이 민우의 손을 잡았다. 그때 의사 선생님이 응급실에서 나왔다.

 “상태가 어떻습니까?”

 “보호자분 되세요?”

 “...... 네, 네. 제가 보호잡니다.”

 선생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단 고비는 넘겼습니다.”

 “원인은요?”

 “숨을 쉬고 있는 것이 천운입니다. 얼마나 맞았는지 성한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장기가 상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뇌출혈 증상이 있습니다. 곧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호자 동의서가 있어야 합니다.”

 “정도가 심합니까?”

 “일단 고비는 넘겼지만 수술은 급합니다.”

 선생님은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무언가를 한참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원무과를 가리켰다.

 “원무과로 가면 되는가요?”

 의사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빨리 가시지요?” 

 선생님이 의사 선생님을 재촉했다.

 “민우야, 넌 잠깐 여기 있거라.”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은 원무과로 향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긴 머리칼이 펄럭였다. 

 민우는 멀거니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정수사 할머니가 나타났다.

 “민우야!”

 “걱정이 돼서 나도 왔다.”

 할머니가 민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버지는 괜찮으시냐?”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곧 수술을 해야 한대요.”

 “수술? 선생님은?”

 “의사 선생님하고 같이 가셨어요.”

 그때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이 급하게 걸어왔다. 할머니가 선생님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선생님도 할머니를 보고 인사를 하였다. 의사 선생님은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가고, 선생님과 할머니가 이야기를 하였다.

 “선생님이 이렇게 고생을 하셔서......”

 그러나 선생님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만하길 천만다행입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제가 당연히 해야 될 일입니다. 가정 방문이 금지되어 있지만 사실 담임으로써 반 아이들 집을 꼭 한 번만이라도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수술만 잘 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선생님이 다시 민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생님이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버지가 수술을 받기 위해 들 것에 실려 수술실로 가고 있었다. 민우는 아버지를 부르면서 달라붙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민우의 옷자락을 움켜잡았다.

 “민우야, 우리 조금만 기다리자.” 

 수술실 앞에는 민우, 선생님,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수술실로 들어간 아버지는 밤늦게까지 나오지 못했다. 그때까지 세 사람은 수술실 의자 앞에서 초조하게 앉아 있었다. 밤은 점점 깊어갔지만 수술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할머님, 민우 데리고 돌아가시지요?”

 “아닙니다. 제가 남겠습니다. 선생님은 내일 수업도 있으신데......”

 “아닙니다. 제가 민우 아버지 보호자로 동의서에 서약을 했습니다. 내일 학교도 보내야지요. 제 걱정은 마시고, 오늘은 민우를 돌봐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조금도 걱정하지 마세요. 단지 선생님이......”

 할머니는 미안해서 자꾸 말끝을 맺지 못했다.

 이윽고 선생님이 민우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민우의 손을 꼭 잡았다.

 “우리 민우는 선생님 말 잘 듣지?”

 민우는 선생님이 시키는 일이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내일 학교에 나오는 거다. 알았지?”

 “선생님!”

 민우는 울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밤늦게라도 제가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민우와 할머니는 선생님만 남겨두고 병원을 나섰다. 마음 같아서는 밤새도록이라도 선생님과 같이 있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집으로 오는 도중에 할머니는 민우의 손을 꼭 잡았다. 민우가 샘물가에서 세수를 하는 동안 할머니가 민우의 잠자리를 봐 두었다. 

 “민우야, 아무 생각 말고 내일 아침 내가 깨울 때까지 푹 자거라. 아버지는 별일 없으실 게다. 알겠지?”

 민우가 자리에 들어 이불을 덮자 할머니가 불을 끄고 나갔다. 아주 잠깐 수술대에 누워 있는 아버지와 밖에서 기다리는 선생님, 그리고 재희가 생각났지만 민우는 금방 잠이 들고 말았다.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었다.

민우가 눈을 떴을 때는 날이 환하게 밝아 있었다. 민우는 벌떡 일어났다. 어제 일어났던 일들이 마치 꿈같이만 여겨졌다. 급하게 방문을 열었다. 

 “민우 일어났구나.”

 “아버지는요?”

 할머니가 환하게 웃었다.

 “수술은 잘 끝났단다. 새벽에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어. 선생님은 병원에서 꼬박 밤을 새우셨지. 어서 아침 먹고, 책가방 챙겨라.”

 민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병원에 갈래요.”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이 당부하셨어. 너 학교 보내라고. 병원엔 내가 가 있을 테니까, 넌 학교를 가야지. 어저께 선생님하고 약속했잖아.”(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