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수행하며 살아간다면  

그 어떤 경우에도 좌절치 않아 

언제나 평온함이 함께하리니 

더없는 행복함으로 충만하리라. 

(Etādisāni katvāna sabbattha maparājitā Sabbhattha sotthiṃ gacchanti taṃ têsaṃ mangalam uttamanti.) 

오랜 여정 끝에 <망갈라숫따(행복경)>의 마지막 경구를 대합니다. 최상의 행복이란 어떤 것이며, 어떻게 해야 실현하는지를 한 문장으로 압축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평온과 행복, 즉 안온함은 즐거운 느낌(樂受)이나 괴로운 느낌(苦受) 등 탐심과 진심에 반응하지 않는 경지를 말합니다. 마음에 허물이 없으므로, 즉 어떤 오염원도 틈입할 수 없으므로 고뇌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생로병사우비고뇌(生老病死憂悲苦惱)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나 지선(至善)한 열반을 즐기는 것, 일상에서 탐(貪)과 진(瞋)에 대한 반응이 제거된 것이 안온함이고 아라한이 누리는 경지입니다. 

그동안 바로 이 안온의 경지, 그러니까 열반의 경지로 이끄는 <망갈라숫따(행복경)>의 38가지 행복지침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확인한 것처럼 <망갈라숫따(행복경)>의 내용은 놀라울 만큼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천신의 요청을 받은 그 자리에서 답변한 것이지만 내용은 천상과 인간계의 중생 전체에 해당하는 것이며, 프로세스 또한 정교하게 짜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경에서 부처님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주변의 제반 조건들(환경)부터 바르게 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어리석은 사람을 사귀지 말고, 지혜로운 사람과 가까이 지내며, 존경할 만한 사람을 공경하는 것으로 사람과의 교유 기준을 제시하십니다. 그리고는 거주하는 장소를 분수에 맞는 곳으로 정할 것을 가르치십니다. 이렇게 삶의 기본적 환경을 정리한 후, 곧바로 공덕을 짓는 삶을 살아갈 것을 권합니다. 또한 공덕은 무작정 짓는 것이 아니며 바르게 서원을 세워서 실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십니다. 스스로의 굳건한 다짐 없이 행복은 다가오지 않음을 암시한 것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훌륭하고 바른 원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삶의 제반 상황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면 진전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부처님은 많이 배우고, 기술을 익히며, 스스로 수행력을 높이고, 대화를 하더라도 의미 있는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십니다. 그런데 이렇게 행복으로 가는 환경이 갖춰진다고 하더라도 가족과 일가친척에 평안이 없다면, 또 일터가 안정되어 있지 않다면 행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 자식, 배우자를 잘 돌보아야 하고, 일을 하는데 혼란함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하신 이유입니다. 가족과 친지에게는 물론이고 반연들에게 늘 관용을 베풀고, 법대로 살아가며, 친지들을 보호하고 비난 받지 않는 행동이 몸과 마음에 완전하게 배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실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건전한 삶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악함을 싫어하여 멀리하게 되고, 술 마시는 것을 절제하게 되며,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에도 게으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단계가 성숙의 단계에 이르면 시나브로 인격을 갖추는 단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상대를 존경하고, 스스로에게는 겸손하며, 만족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틈틈이 시간을 내어 참 진리(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점차 수행자의 면모가 갖추어지기 시작합니다. 인내하는 것, 온화한 마음을 갖는 것, 나아가 수행자를 만나는 것, 대화의 비중에 담마를 논하는 것이 늘어나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이 단계가 불교에서 말하는 삼혜(三慧) 가운데 문혜(聞慧)와 사혜(思慧)의 단계에 해당할 것입니다. 문혜의 단계가 성숙되면 당연히 수혜(修慧) 단계로의 진전이 이루어집니다. 감각기관들을 잘 단속해 청정한 삶을 살아가고, 담마(진리)의 정수인 사성제를 관조하여 마침내 궁극의 경지이자 최상의 행복인 열반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열반을 성취하여 성인의 흐름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미세하게 번뇌가 남아 있고, 또한 육신을 가진 존재이므로 좀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수행정진이 필요합니다. 세상살이의 많은 일에 부딪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슬픔이나 고뇌, 티끌(허물) 없는 안온한 경지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럴 경우 더 할 나위없는 기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이 경지가 바로 아라한의 경지, 아라한이 성취한 열반의 경지가 되는 것입니다.   

<망갈라숫따(행복경)>는 천신은 물론 인간의 삶에 있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는 보석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이 가르침은 얼핏 보면 평범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간과하기 쉬운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경전은 단순히 눈으로 읽어서는 감흥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가슴으로 읽고 그 의미를 깊이 천착해 보았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인간은 물론 생명 있는 존재들이라면 누구나 행복을 갈구합니다. 행복을 원하지 않는 존재, 특히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욕락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행복을 추구합니다. 이 경에서 제시하고 있는 부처님의 말씀 밖에서 행복을 찾겠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 부처님께서 38가지의 지침을 제시해 주시고, 이 지침들을 잘 실천하면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망갈라숫따(행복경)>의 마지막 경구에서 거듭해 강조하신 것입니다. 어느 누구라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잘 실천해 나아간다면, 언제 어디서든 실패 없이 행복을 얻게 된다(Acting in this way, they are wherever invincible, keeping in serene joyfulness.)는 것이지요.  

<망갈라숫따(행복경)>는 숫따니빠따(Suttanipāta, 經集)의 쭐라박가(Cūlavagga, 小品)의 네 번째에 나오는 경입니다. <디가니까야>의 ‘선생경(善生經)’과 <쿳다까니까야>의 숫따니빠따 속에 편찬되어 있는 ‘라뜨나숫따(보배경)’, ‘메따숫따(자애경)’, ‘망갈라숫따(행복경)’, ‘빠라바와숫따(패망경)’ 등은 재가자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은 경들입니다. 그중에서도 라뜨나숫따, 메따숫따, 망갈라숫따 등의 세 경전은 테라와다 불교에서 호주(護呪, paritta)로 널리 암송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불자들이 주요 의식 때마다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늘 암송하는 것과 같습니다. 테라와다 권의 불교도라면 단 하루도 이 경들을 암송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경입니다. 특히 이번에 살펴본 <망갈라숫따(행복경)>는 진정한 행복을 이루어가도록 이끄는 ‘행복 체크리스트’와 같은 가르침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망갈라숫따(행복경)>의 가르침들은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 경전은 단순히 눈으로 읽어서는 이렇다 할 감흥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 단어 한 구절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면서 읽어나갈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과(因果)의 엄중함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세상(세속)의 흥미로움은 다음 생에 반드시 괴로움과 두려움을 부릅니다. 재물이나 권력도 현생에서만 사용 가능할 뿐 다음 생까지 가지고 갈 수는 없습니다. 오직 스스로 꾸준한 수행으로 얻은 반야의 힘으로 열반을 성취할 때 참 행복의 세계가 열리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반야에 의한 열반의 실현만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행복을 보장합니다. 행복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은 스스로의 꾸준한 수행으로만 이룰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맛지마니까야> 제14장 분석품 ‘지복한 하룻밤 경(Bhaddekaratta Sutta)’에서 최고의 행복을 누리는 성인에 대해 이렇게 설법하셨습니다.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바라지 마라. 

과거는 떠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현재 일어나는 현상들[法]을 바로 거기서 통찰한다. 

정복당할 수 없고 흔들림이 없는

그것을 지혜 있는 자 증장시킬지라. 

오늘 정진하라. 내일 죽을지 누가 알겠는가?

죽음의 무리와 더불어 타협할 수 없느니라. 

이렇게 노력하여 밤낮으로 성성하게 머물면

지복한 하룻밤을 보내는 고요한 성인(성자)이라 하리. - 대림스님 옮김.

과거의 것은 이미 버려졌고, 미래의 것은 포기되었으니 그것에 연연하지 말고, 현재의 자기 존재의 획득들에 대한 욕탐을 통찰의 지혜로 잘 제거하라는 가르침입니다. ‘바로 거기서 통찰하라’는 것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일어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알아차려 무상, 고, 무아 등 일곱 가지를 관찰하라는 것이지요. 무상, 고, 무아와 함께 염오, 이욕, 소멸, 놓아버림이 관찰의 대상이 된다고 주석서들은 설명합니다. 이런 내용은 사실 초기불전 곳곳에서 설해지고 있는 오온/12처 해체해서 보기, 즉 무상·고·무아의 통찰-염오-이욕-해탈-구경해탈지의 단계와 상통합니다. 이의 관찰을 위해 위빠사나 수행으로 통찰의 지혜를 증장시켜 지고(至高)의 행복, 즉 열반을 성취하라는 것입니다. 

38가지 부처님의 행복지침 따라 

찰나마다 깨어 부지런히 정진하면 

반야지혜 디딤돌로 열반을 얻어

마침내 그 힘으로 참 행복 누리리.  - 졸시

*그동안 함께해 주신 <미디어붓다> 독자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