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3.1.11  세간변경(世間邊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밧티성 제타숲 아나타핀디카동산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어떤 사람이 걸어서 세간 끝에까지 이른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또한 세간 끝에까지 이르지 않고서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 사람이 있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말씀하신 뒤에 방으로 들어가 좌선하셨다. 그때 많은 비구들은 세존께서 떠나신 뒤에 곧 서로 의논하였다.

비구들은 서로 의논하길, “아난존자가 총명하고 지혜로 부처님 말씀을 외워 모든 법을 가졌고, 언제나 세존을 곁에서 모시고 있으며, 세존께서는 아난의 범행을 찬탄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아난에게 설명해 주기를 청합시다.”

이에 비구들은 아난존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인사한 뒤에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아난에게 자세히 물었다.

아난존자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십시오.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설명하겠습니다. 만일 세간 · 세간의 이름 · 세간의 깨달음 ·  세간의 말이 있다면, 이것은 다 세간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여러분, 눈은 세간이고 세간의 이름이며 세간의 깨달음이고  세간의 말이니, 이것들은 다 세간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귀 · 코 · 혀 · 몸 · 의지도 그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많이 들어 아는 제자들은 여섯 가지 입처의 집기 · 멸함 · 맛 · 근심 · 떠남을 참답게 아니, 이것을 거룩한 제자가 세간 끝에까지 이르러 세간을 알아 세간의 존경을 받고 세간을 건넌 것이라 합니다.”

아난존자는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걸어가는 사람으로서는 

세계 끝에 이를 수 없고

세계 끝에 이르지 못하면

온갖 괴로움 면할 수 없네.

그러므로 저 높으신 성자를 

세간을 아는이라 부르니

그는 능히 세계 끝에 이르러

모든 범행을 이루었네.

세간의 끝은 분명코 있지만

바른 지혜로써만 알 수 있나니

깨달음에서 생긴 지혜 세간을 통달했네.

그러므로 피안에 이르렀다 하네.

“이와 같이 여러분, 조금 전 세존께서는 이 법을 간략히 말씀하신 뒤, 방에 들어가 좌선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내가 그대들을 위하여 그 뜻을 분별하여 설명한 것입니다.”

아난존자가 이 법을 설명하자, 많은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