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민병천․이하 진흥원)이 확 달라졌다. 지난 12월 24일 다보빌딩 3층 다보원 대법당에서 열린 제6회 대원상 시상식과 월간『불교와 문화』100호 축하음악회는 진흥원의 환골탈태를 웅변으로 보여준 현장이었다.
진흥원의 변화의 핵심은 ‘문화포교’로의 코드 전환이다. 불교의 진흥을 위해서는 불교문화의 현창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진흥원이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진흥원은 이런 변화를 24일 행사의 콘텐츠와 시상의 내역으로 보여줬다는 것이 이날 행사참석자들의 일치된 반응이다.
1부 순서였던 축하음악회에서 ‘니르바나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테마음악회-절밥 이야기, 그 그림과 음악’은 진흥원의 문화포교에 대한 달라진 인식을 잘 반영했다. 니르바나 필의 아름다운 연주와 함께 화단에서 주목받는 화가 한생곤씨의 월간『불교와 문화』에 연재된 ‘내 마음의 절밥’ 삽화 그림에 대한 진솔한 해설은 음악과 그림, 그리고 문학이 한 데 어우러진 문화의 향연, 그 자체였다.
재정적인 문제 등으로 꽤 오랜 기간 동안 연주회를 갖지 못했던 니르바나 필의 이날 연주에는 신명이 깃들어 있었다. 불교계에서는 최초로 시도한 음악과 함께하는 화가와의 대화도 관객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주었다.
김규칠 진흥원 상임이사는 이날 월간『불교와 문화』는 내년 1월호부터 제호를 ‘불교문화’로 바꿔 새 출발을 한다고 발표했다. 2009년부터는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걸맞게 문화에 집중하여 불자뿐 아니라 ‘익명의 불자들’까지 아우르는 문화중심의 잡지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것이다.
제6회 대원상 수상자 중에도 불교음악과 관련된 수상자가 3명이나 배출된 것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진흥원이 내세우는 문화포교와 무관하지 않다. 조계종 포교원이 시상하고 있는 포교대상에서는 짐짓 주목하지 않았던 반영규 선생이 재가부분 대원상 대상을 받은 것은 문화를 포교의 키워드로 두겠다는 진흥원의 지향을 상징한 사건이라는 평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생을 찬불가 보급운동에 헌신해온 반영규 선생과 함께 단체부문 특별상을 받은 ‘좋은 벗 풍경소리’는 찬불가, 특히 어린이찬불가 보급에 힘써온 불교계의 유일한 단체다. 늘 재정난에 허덕이면서도 찬불가 포교의 원력을 굽히지 않아온 이들을 진흥원이 특별상으로 격려한 것이다. 또 부산대학교 국악학과 강사인 윤소희 선생을 특별상으로 발탁한 것도 국악과 찬불가를 접목해 새로운 음악포교의 지평을 열어가는 데 대한 진흥원의 달라진 안목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진흥원이 야심찬 기획으로 새로이 신설한 불교진흥프로그램아이디어공모 부문에 선정된 프로젝트 활동가 이지선씨, 시나리오 작가 문자영씨, 3D 동영상을 활용한 불교문화의 포교활용을 기획한 정일훈․안태성씨는 공통적으로 미술과 미디어, 다큐,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불교문화를 각각의 계층에 대한 포교에 활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불교진흥프로그램아이디어공모는 불교계에서 활동할 장이 없었던 실력 있는 문화계 젊은 불자 인재들에게 활동공간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진흥원은 이밖에도 교계 유일의 오케스트라인 니르바나필에 대한 지원과 친불교 또는 불교성향의 미술인들을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민병천 이사장은 진흥원이 문화포교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인사말을 통해, 또 행사관계자들과의 저녁공양 시간에서 거듭 밝혔다.
불교계 전문가들로부터 잡다한 지원보다는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조언 받았던 진흥원이 이후 처음 교계에 보여준 지난 24일의 행사는, 진흥원이 ‘문화포교’와 뉴미디어를 활용한 불교문화 현창을 집중사업으로 선택했으며, 이곳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행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의 기치를 내건 진흥원의 행보가 문화의 세기에 어떤 결실을 맺게 될 지, 불교계는 진흥원의 신선한 변화에 기대어린 시선을 모으고 있다.
한편 이날 2부 행사로 진행된 제6회 대원상 시상식에는 본각스님(승가부문 대상), 반영규(재가부문 대상), ‘좋은 벗 풍경소리’ 대표 성행스님(단체부문 특별상), 김형근(특별상), 윤소희(특별상), 불교진흥프로그램아이디어공모부분 이지선, 문자영, 정일훈씨 등 수상자와 진흥원 민병천 이사장, 김규칠 상임이사, 명호근 이사, 이용부 이사 등 진흥원 관계자, 보각스님(승가대 교수), 상덕스님(옥수종합사회복지관장), 능인스님(일산노인종합복지관장), 박광서 교수, 김상영 교수 등 각계에서 사부대중 300여명이 대거 동참,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