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13. 유녀를 제도하신 품(度奈女品)
부처님께서 카필라국을 떠나 천이백오십 명의 비구와 함께 밧지국을 떠나 암바팔리의 동산으로 가셨다.
성안에 있던 유녀 암바팔리는 부처님께서 자신의 동산에 오셔서 교화하신다는 말을 듣고 한없이 기뻐하며 오백 명의 여인들과 함께 치장하고 성을 나왔다. 이에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널리 알리셨다.
“마음을 다스려 실없이 돌아보지 마라. 색욕은 사람을 어지럽히니, 오직 도(道)로써만 제어할 수 있다. 마음을 억제하고 단속하라.
지금 암바팔리라는 여인이 오백 명의 여인들과 함께 설법을 들으려 하니, 그대들은 저마다 청정한 행을 지키고 잘 지녀서 놓치지 마라.“
비구들은,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분부를 받아 지녔다.
암바팔리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형상은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빛깔은 산뜻함이 오래가지 못한다. 묵숨은 바람이 스쳐감과 같아서 젊음도 반드시 쇠약해지니, 용모를 믿고 스스로 오염된 행에서 살지 마라. 세간에서 미혹하여 재앙이 일어남은 색욕에서 비롯되므로 세 가지 길에서 괴로움을 당하지만 지혜를 갖춘 이는 닫아버린다.”
암바팔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마음으로 욕망을 그치는 법을 깨닫고 도의 뜻을 내어 스스로 삼보에 귀의하였다.
그녀는 물러나 앉아 부천님께 말씀드렸다.
“여인을 천히 여기지 아니하시고 법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내일 세존과 비구들께서 왕림하시어 보잘것없는 음식이나마 공양하시기 바랍니다.”
부처님의 법에 묵연히 계심은 허락하신 것이기에 그녀는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기뻐하며 물러갔다.
이때 성안에 오백 명의 장자의 아들들은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펴시며 암바팔리 동산에 머무신다는 것을 듣고, 즉시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예배하고 앉았다.
부처님께서 장자의 아들들에게 말씀하셨다.
“영화로운 자리에 높고 세력이 있어서 뜻대로 즐길 수 있음은 모두가 전생의 복덕에서 온 것입니다. 이제 다시 부처님을 뵈었으니 공덕이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장자의 아들들은 기뻐하며 물러나 끓어 앉아 부처님께 청하였다.
“부디 내일 왕림하셔서 변변치 못한 음식이나마 공양하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미 먼저 청을 받았으니, 부처는 두 번 허락하지 않습니다.”
“조금 전 암바팔리의 청을 받았으므로 내일 그리로 갈 것입니다.”
“그녀는 낮은 신분인데 어찌 먼저 공양을 올릴 수 있겠습니까?”
여래의 자애는 두루 미치어 귀하고 천함을 묻지 않습니다.“
장자의 아들들은 집으로 돌아오다가 암바팔리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일체 중생을 구제하시므로 지극히 높으신 분이오. 지금 우리나라에 오셔서 교화하고 계시니, 공양 올리는 일은 우리가 먼저 해야겠소.”
여인은 장자의 아들들에게 말하였다.
“세력이 있다고 위력으로 약한 이를 누르지 마십시오. 지금 네 가지 원하는 일이 있으니, 그 은혜를 받게 되면 먼저 공양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네 가지 일이란, 첫째, 저의 선한 마음이 보존되어 변함이 없게 해 주시고, 둘째, 제 목숨이 보존되어 죽음이 없게 해 주시며, 셋째 재물이 보존되어 사라짐이 없게 해 주시고, 넷째 세존께서 늘 머물러 가르치시며 다른 나라에 가시지 않게 해 주십시오.“
“선한 마음을 보존하게 할 수 없고 목숨 역시 그러하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서로, “이 여인은 복된 사람이라 먼저 부처님께 공양하게 되었으니 참 대단하구나!라고 말하며 매우 기뻐하였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시자, 오백 명의 장자의 아들들과 암바팔리 그리고 오백 명의 여인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셨다.
그들은 모두 설법을 듣고 법의 눈을 얻었고, 모두 오계를 받았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