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친구가 된 삽살개1
-지장 스님의 바랑
그림 정윤경
개를 키우는 절이 더러 있지요. 어느 절에 가면 목에 염주를 걸고 다니는 개도 있습니다. 스님 중에는 유난히 개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개가 병이 걸려 죽거나 수명이 다하면 사람과 똑같이 사십구재를 지내주고 그래도 아쉬워서 개의 유품을 태우는 동안에 눈물 콧물 흘리면서 흐느끼는 스님도 있습니다.
오늘은 통일신라시대 때 왕자로 태어난 김지장과 삽살개의 얘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김지장은 왕족으로서 호화로운 생활을 버리고 고행해야 하는 출가를 하지요. 구도자가 되어 세상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이 그의 꿈이었기 때문이지요. 김지장은 서라벌 왕궁을 떠나 오대산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긴 머리를 잘랐습니다. 그런 뒤 지장 스님은 고통스러운 수행을 합니다. 오대산에 훌륭한 스님이 있다고 소문이 나자 서라벌에서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할 수 없이 지장 스님은 더 멀리 떠나기 위해 바다를 건너 당나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지장 스님은 모든 것을 다 버릴 수 있었지만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삽살개와는 헤어질 수 없었습니다.
당나라로 가려면 배를 타고 황해를 건너야 하는데, 지장 스님에게는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뱃사람들이 개를 싫어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삽살개를 누구한테 맡길 수도 없었습니다. 그때 삽살개는 지장 스님의 마음을 읽고는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삽살개는 지장 스님의 친구나 다름없었습니다. 지장 스님이 왕자 시절 대신들의 왕권 다툼에 휘말려 깊은 산으로 피신해 있을 때 삽살개는 하루 종일 말벗이 되어주기도 했고, 밤에는 사나운 산짐승들로부터 지장의 목숨을 지켜주었던 것입니다.
할 수 없이 지장 스님은 바랑에 삽살개를 숨긴 뒤 배를 탔습니다. 다행히 영리한 삽살개는 짖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장 스님을 태운 배는 바다 중간쯤에 이르러 산처럼 커다란 파도와 비바람을 만나고 말았지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어두컴컴하여 뱃사람들은 당황하였습니다. 돛을 내린 배는 방향을 잃고 거센 파도에 떠밀려 갈 뿐이었습니다.
바로 그때였지요. 지장 스님의 바랑에서 삽살개가 튀어나와 컹컹 짖기 시작했습니다. 지장 스님은 삽살개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았습니다. 삽살개가 고개를 쳐든 쪽으로 돛을 올려 배를 움직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보시오. 뱃머리를 저쪽으로 돌리시오.”
뱃사람들은 온 힘을 다해 지장 스님이 가리키는 대로 돛을 돌렸습니다. 마침내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삽살개가 짖는 소리에 따라 먼 곳에서도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뱃사람 중에 누군가가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뭍이다!”
그러자 또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배를 타고 온 것이 아니라 삽살개를 타고 온 것이오. 삽살개가 우리 모두의 목숨을 지켜주었으니까.”
훗날 사람들은 이 일로 인해서 지장 스님이 당나라로 갈 때 삽살개를 타고서 바다를 건넜다고 말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무사히 중국 땅에 도착한 지장 스님은 중국의 여러 산들을 돌아다녔습니다. 수행할 곳을 찾기 위해서였지요. 그러나 지장 스님이 머물 곳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절에서는 삽살개를 보고서는 문전 박대를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는 개를 아주 천한 동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