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10. 파세나디 왕을 제도하는 품(度波斯匿王品)
여래께서 사바티의 기원정사로 돌아오셔서 천이백오십 명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파세나디 왕은 생각하였다. ‘부처님은 사카족으로, 집을 떠나 산에 있으면서 위없이 바르고 참되며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었기에 사람들을 위하여 법을 말하면 처음과 중간과 끝의 말이 다 좋아서 그 말을 듣고 기뻐하지 않음이 없으며, 복을 열고 재앙을 막으며 열반에 드는 일을 말한다.’
왕은 곧 평소처럼 사람들이 인도하고 따르게 하였다. 기원정사의 문에 이르자 왕은 수레에서 내려 신하들과 함께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고 말씀드렸다.
“사캬 태자가 수행한 지 육 년 만에 도를 이루어 부처님이라 한다는데 사실인지요.? 이것은 세상에서 듣기 좋은 말로 하는 것은 아닌지요?”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참으로 부처입니다. 세상이 헛되게 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타미여, 스스로 부처가 되었다 말하기에 부처가 아닌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왕에게 대답하셨다.
“과거 먼 세상에서 부처님이 계셨는데 명호가 디팜카라였습니다. 그분이 나에게 수기하시기를, ‘그대는 지금으로부터 구십일 겁 후에 부처가 되리니, 명호는 사캬무니일 것이다. 삼십이상(三十二相)과 팔십종호(八十種好)와 열여덟 가지 특성과 열 가지 거룩한 힘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을 지니리니,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부처가 되었다고 못할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이제 두루 갖추었기에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 된 것입니다.”
세존께서 왕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태자의 복이 이루어져
앞으로 정식의 군주가 되거늘
어리석은 이가 가벼이 여긴다면
재앙이 바로 일어나리니
마음으로 말미암아 나오기에
무거울 수도 있고 가벼울 수도 있으리.
숙세의 행으로 얻어지는 것으로
복은 저절로 몸을 따르나니
능히 덕의 근본을 살핀 연후에
그 사람에게 도의 요체가
갖추어졌는가를 살필 것이니
대왕은 잘 생각해 보셔야 하리.
작은 불이 풀을 만나
타오르게 되면 한없으며
조그마한 것에서 생겨났으니
지혜를 갖춘 이는 대상을 볼 적에
작은 것도 없고 큰 것도 없느니라.
용을 만났을 때 피하지 않으면
적은 독이라도 사람을 해치나니
비구는 악을 물리치고
힘써 정진하여 선정에 들어
도와 신통을 이루어
변화를 보여 사람들을 제도한다네.
진리를 보고 깨끗하여 번뇌가 없어서
이미 다섯 갈래 길의 못을 벗어났으니
부처님이 나와서 세간을 비추어
중생을 위해 근심 걱정 없애준다네.
왕은 이 바른 말씀을 듣고도 번뇌가 두텁고 마음이 가려져 있어서, 의심을 아직 풀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왕궁으로 돌아왔다.
이때 바라문은 부자로 살며 늙게 아들을 낳았으나 일곱 살이 되자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그는 아버지로서 몹시 괴로워하다가 부처님께서는 걱정을 없애 준다는 말을 듣고 기원정사로 갔다.
부처님께서 범지가 걱정하는 소리를 듣고 나서 말씀하시길, “사람에게 은혜와 사랑이 있으면 근심하고 슬퍼하게 됩니다.”
범지는 헷갈려 하며 부처님께 여쭈었다.
“은혜와 사랑의 즐거움에 무슨 근심과 슬픔이 있겠습니까.?
부처님께 말씀하시길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세 번까지 말씀하셨는데도 바라문은 이해하지 못하고 뛰쳐나갔다.
나라 안의 어리석은 이들은 모두 부처님의 말씀을 비웃었는데 이것이 왕에게까지 들리자, 왕은 의심하며 부인 말리에게 말하였다.
“고타마는 매우 우스운 사람이구려. 논리에 맞지 않고 이치에도 어긋나오. 어째서 은혜와 사랑이 있으면 근심과 슬픔이 생긴단 말이오.”
부인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거짓된 말씀을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그와 같습니다.”
“어째서 직접 가시거나 지혜로운 신하를 보내어 여쭈어 보지 않고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의 말을 믿으려 합니까.”
왕은 신하를 기원정사로 보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오게 하였다. 이에 대신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궁으로 돌아와 왕에게 말하였으나, 왕은 비웃었다.
그러자 부인은 왕에게 말하였다.
“태자 유리와 황녀 금강이 병들거나 죽기라도 한다면, 왕은 마음이 어떠하시겠습니까.?
“그 심정이란 견디기조차 어려울 것이오.”
부인이 다시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은혜와 사랑에서 근심과 슬픔이 생긴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천한 소첩이 비록 못생기긴 하였으나, 왕을 모시다가 하루아침에 병들어 죽는다면, 어떠하시겠습니까?”
“나의 마음은 혼란스럽고 쓸쓸해져서 목숨을 보존하지 못할 것이오.”
“이것이 바로 은혜와 사랑에서 근심과 슬픔이 생긴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왕은 비로소 마음으로 이해하여 평상에서 내려와 멀리 기원정사를 향해 예배하였다. 그는 삼보에 귀의하여 허물을 참회하고 용서를 빌며 말하였다.
“몸이 다하고 목숨을 마칠 때까지 높으신 가르침을 높이 받들겠습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