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은 일반인들과 달리 나이를 하나 더 갖고 있다. 승랍, 즉 승려로서의 나이다. 승납은 사찰은 물론 종단 내에서 서열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승랍은 언제 출가를 했냐가 아니라 언제 정식 비구계를 받았느냐로 결정된다.

이같은 기준이 보다 엄격하게 설정된 것은 1994년 종단 개혁 직후인 1995년부터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비구계가 사찰 단위 혹은 교구본사 단위로 진행됐고 사미계를 받은 이후부터 승납을 세는 것이 관례처럼 이어져왔기 때문에 종단의 중진 중에서도 사미계만 받고 살아가는 스님들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1995년 통합적인 단일계단이 설치되어 모든 스님들이 교육원을 통해 사미계, 비구계를 받게 되면서 종단의 행정체계가 비구계 수계 이후를 승랍으로 세는 풍토가 정착됐다.

이런 가운데 1995년 이전에 비구계를 받지 않은 스님들은 사미도 아니고 비구도 아닌 모호한 위치로 머물거나 선후배가 법적인 문제로 뒤바뀌는 일까지 발생했다.

최근 이같은 승랍 기산 문제로 인한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승랍기산문제 해결을 위한 승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월 14일 준비모임을 발족한데 이어 1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대책위 공동대표는 진관 스님과 지원 스님, 재원 스님이 맡았으며, 용담 스님이 사무총장을 맡았다. 대책위는 2월초선 공식 위원회를 출범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정화이념의 역사성에 맞지 않는 제도적 불합리성을 해결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종단의 인재구성의 폭을 넓혀야 한다”며 “1994년 이전에 출가해 사미계를 받은 사람들과 1995년 이후에 출가한 사람들을 분리해 승랍 기산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1994년 이전에 사미계를 받은 사람들은 사미계 이후부터 승랍으로 인정해줘야 하며, 통합계단이 설립된 이후의 사람들에게만 현행 종법상의 승랍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관 스님은 “평생 선원이나 본사에만 머물렀던 스님들이 승납기산 문제로 자리를 맨 아래로 배정받거나 말사 주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승납기산 문제에 해당되는 당사자가 3000~4000명 가까이 된다”고 밝혔다.

진관 스님은 또 “승납 몇 년 이상을 요구하는 종단의 풍토로 인해 종단에는 인재가 부족하고 스님들로서는 불법을 펴는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 만큼 승려들의 인권문제를 위해서 승납기산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3월 종회가 열리기 전까지 3000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3월 첫 종회에서 이 문제의 공론화를 요청할 예정이다. 또한 원로회의 의장과 중앙종회 의장, 총무원장을 직접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서명 동참을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