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저서 『현대한국불교의 방향』을 요약 게재합니다.
사진= 장명확
예측할 수 없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거대한 자원과 생산기술을 통해 전세계의 짐을 한 몸에 질 것 같던 미국이 이제 짐을 덜겠다 한다. 약삭빠른 일본의 동향, 이제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불안하다. 이 땅은 또 강대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몇몇 나라의 정치적 흥정의 희생물이 되지 않을는지 천신만고로 이루해 놓은 건설은 무참한 페허가 되고, 카키색 군복을 염색하여 양복을 짓고, 워커를 고쳐 구두를 짓게 될 날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아무데도 없다.
흉노 몽고 여진 왜와 같은 변방의 민족은 한번쯤은 모두 중원을 휩쓴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한 번도 남의 땅을 짓밟아 본 일이 없다. 문화를 수입해서는 그에 기여하고 또 남에게 전해주기만 했지 감히 한 번도 그것을 왜곡하거나 파괴한 일도 없다.
그러면서도 동족끼리는 왜 그렇게 비정하게 총칼을 맞대고 피를 흘려 강산을 질펀하게 하였는지, 엄마를 찾는 전쟁고아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우리의 귓가에 생생하고, 살기 띤 총 끝은 아직도 남북을 겨누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족끼리 피를 흘릴 필요와 국토를 분단할 이유가 없다. 동족끼리 피를 흘리고 국토를 분단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 민족의 의사가 아니요 이 민족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고귀한 피가 남의 이익이 되고 재물이 되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제 남과 북에 갈린 우리 민족이 다 같이 동시에 이 사실을 의식하여 정신을 차려야 하겠다. 평화를 사랑하는 부처님의 뜻이 한 번도 남의 땅을 짓밟아 본 일이 없는 이 민족의 마음속에 간직되고, 지혜로운 부처님의 가르침이 맑은 하늘아래 슬기를 기른 이 민족의 언어에 의해 전해지기 위해서다.(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