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저서 『현대한국불교의 방향』을 요약 게재합니다.
사진 = 장명확
종교간의 대립과 불교의 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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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멘싱이 종교적 진리를 인간의 신적 체험(神的 體驗)에서 찾고 합리적인 정당성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그 의도는 어디에 있을까. 이것은 각 종교의 절대성의 주장이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는 상호배제 되어 이것이 종교적 불관용의 근본 이유가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합리주의적 입장의 부정은 그 부작용으로 어떤 결과를 마련하고 있을까. 각 종교는 다른 종교가 어떤 주장을 하건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는 높이로 올려놓아 버렸다는 사실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진위(眞僞)를 판가름하는 그 기준은 우리 마음속의 어떤 작용이란 말인가.
종교사를 되돌아 볼 때 시대의 변천에 따라 새로운 종교사상은 발생하고 있다. 가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유사종교(類似宗敎)나 사교(邪敎)도 이런 종교현상의 하나라고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종교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 절대성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승인만 해야 할 것인가. 더구나 고대에서는 일종의 종교사상으로 간주되었던 사상이 현대에 들어 와서는 정치적 전체주의로 변하여 신교(信敎)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는 이러한 현대적 정치사상에 대해서도 우리는 관용만 해야 할 것인가. 만일 그들의 정사(正邪)를 문제로 삼아야 한다면 그 기준은 어디서 구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런 문제성에서 우리는 종교적 관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생각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생각을 배제하지 않는 입장에서 진정한 종교적 관용을 모색할 가능성은 무엇일까. 이런 점에서 우리는 종교가 인류에게 있게 된 보다 근본적인 동기에 대해서 관심두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우주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것이요. 다른 하나는 그런 입장에서 인생의 현실상황을 설명하고 생의 의의와 가치를 설해주고 있음이다. 전자를 종교의 세계관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인간관이라고 말할 수가 있을 것이다. 종교는 우주의 근원과 생의 가치와 같은 근본적 문제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며, 좀 더 올바른 답을 얻으려는 인류의 부단한 공동노력 속에서 형성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종교의 기본성격을 이렇게 볼 때 종교적 관용은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 G. Mensching의 내용적 관용보다도 종교적 관용의 폭은 더 확대되어 거기에서 문제되었던 것들을 지양할 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모든 종교는 ‘성스러운 것과의 만남’이라고 덮어 놓고 승인해 버리는 종교적 감정에서 진위를 가려낼 수 있는 귀중한 이성(理性)을 회복할 수가 있다.
둘째로, 이성이 회복된다고 하더라고 불관용적 독선에 흐를 염려는 없다. 이렇게 회복된 이성은 그 목적이 자기 종교의 진리성을 주장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보다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 자타(自他)에 구애되지 않는 종교적 노력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교관에 입각한 관용을 우리는 G. 멘싱의 내용적 관용에 대해 ‘포용(包容)적 관용’이라고 부를 수가 있다. 전자가 모든 종교의 절대성을 승인한 결과 그 진리성에 더 이상 관여할 수가 없게 된 데에 대하여, 후자는 자타에 구애되지 않는 보다 포용적인 대화의 길을 열어 놓고 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