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스님의 불교행복론 53
ⓒ 염정우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싣고 있는 본생담 357번째 이야기에는
조그만 메추라기가 자기 새끼를 죽인
큰 코끼리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가 있다.
메추라기는 코끼리들에게 아직 어려 날지 못하는
자신의 아기를 피해서 걸어가 주기를 부탁한다.
그러자 모든 코끼리는 이를 승낙하는데
그중에 성질이 나쁜 코끼리 한 마리가
오히려 메추라기의 새끼를 짓밟아 죽이고
그 자리에 오줌을 싸고 가 버린다.
그러자 어미 메추라기는
‘힘은 아무 곳에나 쓰는 것이 아니다.
힘이란 어리석은 자를 해치는 것이다.
코끼리여 너는 내 아들을 힘이 약하다고 해서 해쳤지마는
나는 이제 너를 곤란에 빠뜨리리라‘
이렇게 말하고 메추라기는 까마귀에게
혼자 다니는 코끼리 눈을 부리로 쪼아 못쓰게 만들어주기를 부탁하였다.
이어서 쉬파리에게는 까마귀가 코끼리의 두 눈을 못 쓰게 만들면
그곳에 알을 낳아주기를,
그리고 개구리에게는 코끼리가 눈이 멀어서 물을 찾을 때,
저 산꼭대기에서 울다가 코끼리가 산꼭대기로 올라오거든
벼랑 밑에서 울어주기를 부탁하였다.
그 뒤 어느 날 까마귀는 부리로 코끼리의 두 눈을 쪼아 못쓰게 만들고
쉬파리는 그곳에 알을 낳았다.
그러자 코끼리는 눈에 구더기가 끼어서
그 고통 때문에 미치고 목이 마르자 물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때 개구리가 산꼭대기에서 울었으므로
코끼리는 그곳에 물이 있는 줄 알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개구리는 벼랑 밑으로 내려와 울었다.
그러자 코끼리는 거기 물이 있는 줄 알고 내려오다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었다.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누구에 대해서도 적의를 가지지 말라.
까마귀와 메추라기와 개구리와 쉬파리를 보라.
그들은 코끼리를 죽이었나니
원한 서린 자의 원한 갚음을 보라.
그러므로 누구에 대해서도 부디 원한을 품지 말라.“
사람들은 자신의 힘을 믿고 남을 짓밟는다.
그러나 약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도 언제 약자가 될지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코끼리처럼 큰 힘을 가지고 있을 때,
돈이 없을 때 보다 돈이 있을 때,
권력이 있을 때 조심하여야 한다.
코끼리가 메추라기를 죽일 힘이 없었다면
메추라기의 복수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힘을 남용하다가 참담한 결과를 얻지 않았는가.
원수가 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을까?
원수는 누가 만들었는가?
힘이 없다고 무시하여 원수를 만들기보다는
까마귀, 쉬파리, 개구리처럼 힘없는 존재와도 사이좋게 지내라.
모든 사람에게 자비의 마음을 가지고 대하라.
그것이 행복의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