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금강의 은사다리금사다리.
깍아지른 바위벼랑을 타고 나가면 동쪽의 비로봉과 서쪽의 영랑봉 사이에 끼운 골 안의 끝에 나서게 된다. 길은 더욱 가파로와 급한 경사를 이루었는데 돌아다보면 어느 곳으로도 더 갈 길이 없다. 오직 그 남쪽 끝 하나가 널찍하게 트였다.
양쪽 기슭에는 된바람을 맞아 키가 움츠려든 누운 측백나무와 상록수들이 푸른 주단을 펼친 듯한데 그 가운데로 길이 열렸다.
거기에 돌사태가 내려서 차곡차곡 계단을 쌓았는데 돌 하나의 크기는 집채 같고 돌무더기의 너비는 10여m, 길이는 수백m에 달한다. 돌 하나하나의 생김은 보기에는 보통바위이지만 이렇게 한 장소에 모아놓았으니 이 또한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이 돌무더기와 그 곁에 있는 층층이 내려진 톱날 같은 바위줄기를 통 떨어 “은사다리금사다리”라고 말한다. 그 모양이 어느 것이나 층계가 져서 까마득한 하늘로 세워놓은 사다리 같고 그 끝나는 곳이 비로봉 끝에 닿아있다. 여기에 아침 해가 비칠 때면 흰 톱날 같은 바위줄기가 영롱한 은빛을 내여 빛나며 저녁노을이 들면 찬란한 황금빛으로 변하여 황홀하기 그지없다.
내금강의 은사다리금사다리.
금강산의 기이한 봉우리, 기묘한 바위들은 바람에 쓸리고 비에 씻기면서 무너져내려와 쌓인 것인데 오랜 세월 바위에 이끼가 입혀져 아래 부분은 누런 금색무늬를 놓고 위 부분은 흰 은백색 무늬를 놓았다. 그래서 이 돌층계를 ‘은사다리금사다리“라고 부른다.
옛날에는 이 돌무더기를 “서드리”, “서더리”로 부르기도 하였는데 그 아래 부분이 누렇게 보이고 위 부분이 허옇게 보인다 하여 “금서더리, 은서더리”라고 하였다고 한다.
은사다리금사다리를 보면 누구나 다 그 사다리를 디디고 맑고 푸른 하늘로 올라가 보고싶은 욕망을 가지게 되며 자연의 조화에 경탄을 금할 수 없어 “과연 금강산이로다!”라고 부르짖게 된다.
북한 화가 김일찬 그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