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년 고개와 사랑바위
금강산 비로봉
내금강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은 백운대 구역을 지나 비로봉 골짜기를 따라 오르는 길이다.
묘길상에서 약 90m 정도 더 올라가 사선교 채 못 미쳐서 안무재로 가는 길과 비로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그 갈림길을 지나 얼마쯤 더 가면 비로봉의 동남쪽 장군성과 사이로 통하는 길이 오른쪽으로 갈라지는데 이 골을 “원적골”이라고 하며 다시 얼마쯤 가면 이번에는 위쪽으로 중향성 뒤로 영랑봉으로 오르는 영랑동 골짜기가 나타난다.
이 원적골과 영랑골 사이의 개울은 층층이 달아올라가고 사방은 울창한 밀림과 기암준봉이 에워싸서 좁은 골목을 이루었는데 양옆에 사람, 책등 갖가지 물건을 닮은 바위들이 늘어서 있어 또 하나의 만물상을 방불케 한다.
만물상
개울 바닥의 수많은 돌을 디디고 건너뛰기 내기를 하듯 오르면 그 어떤 미지의 곳을 탐험하는 것 같다. 길은 험하지만 몸과 마음이 스스로 뛰놀게 되는 곳이다. 여기에다 구름안개가 끼였다 겉었다 하면 사람까지 안개속에 묻혀 마치 옛 이야기에 나오는 신비한 산꼭대기로 오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랑동 입구를 지나면 곧 “이십 년 고개”라는 등성이 하나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마치 귀여운 아기를 품에 안은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과 같은 바위 하나를 보게 된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형상한 하나의 조각품과도 같은 이 바위가 곧 사랑바위이다. 이 바위에는 옛날 금강산에 한 의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자식이 없어서 20년 동안 이 고개를 오르내리면서 금강산‘산신’에게 빌어 귀동자를 얻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이십 년 고개”와 “사랑바위”라는 이름은 이 전설과 결부된 것인데 바위의 생김이 너무도 신통한 것으로 하여 생겨난 이야기이다.
단원 김홍도. '금강산도'
후에 승려들은 불교를 전파하기 위하여 이야기에 나오는 “신선”을 “관음보살”로 바꾸고 바위이름도 “관음바위”라고 불렸다.
사랑바위를 지나 더 가면 나무숲은 끝나고 골 안이 열리게 된다. 눈앞에는 오직 하늘에 닿은 듯 높이 솟은 바위벽들만이 바라보인다. 바위 벼랑은 마치 창끝을 묶어세운 듯, 긴 칼들을 거꾸로 박아놓은 듯 서릿발이 일게 쭉쭉 내리질렀고 꼭대기는 송곳처럼 뾰족 뾰족 하늘에 치솟아 “여기는 오르지 못한다!”하는 듯 오른쪽 앞을 가로질러 막는다. 여기서 개울은 자취를 감추고 온통 돌 뿐이다.(계속)
북한화가 리철민 그림. '만물상 계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