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집중력과 정진력의 균형이 중요하다
새벽 정진 차 법당 가는 길에 어제 오후 인터뷰 시간에 한 한국인 여성 수행자의 보고 내용과 사야도의 답변이 떠올랐다. 60대의 이 여성 수행자는 자신의 앉음수행에 대해 보고하면서 호흡을 들이마시거나 내쉴 때 아주 길게 마지막 끝까지 마시고 내쉰다고 보고했다. 들이 마실 때에 툭, 툭, 툭 하며 배가 일어나는 것을 끝까지 관찰하고, 허리 끝까지 비워내는 느낌으로 천천히 내쉬는 과정을 알아차림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끝까지 내쉬면 몸통은 물론 머리까지 확대되는 느낌이 일어나고, 이렇게 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 호흡이 자연스러워지고, 미세해 진다고 보고했다. 이 초로의 여성수행자는 처음에는 숨을 내쉴 때 가슴부위에 통증이 느껴졌으나 호흡을 반복하면서 통증을 관찰하니까 통증이 사라졌으며, 어느 순간 몸이 하나의 덩어리로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에 대해 에인다까 사야도는 ‘아주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호흡의 전 과정을 이토록 자세하게 보고할 수 있는 것은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미세하게 관찰하고 있다는 것이며, 특히 몸이 하나의 덩어리로 보였다는 것은 공부에 큰 진전이 있다는 아주 좋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실 인터뷰는 자신이 직접 질문을 하는 것도 수행의 진전에 매우 효과적이지만, 다른 수행자의 인터뷰 장면을 조용히 경청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오늘 새벽정진은 이 여성수행자가 했던 방법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호흡이 다소 급하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그래서 선배수행자의 조언을 얻어 바로 호흡관찰로 들어가지 않고 먼저 몸 전체를 스캔하듯 관찰하면서 호흡이 자연스러워질 때에 그 흐름으로 호흡 관찰에 들어가는 방법을 채택해왔던 것이다. 이 방법은 호흡이 급했던 나의 단점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는데, 오늘은 이 여성 수행자의 호흡방법을 통해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직접 실험해 보기로 했다.
앉음수행은 집중력(사마디)을 기르는데 효과적이다.
앉음수행을 시작하면서 어제 들은 대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랫배가 단계적으로 불러오는 것을 느끼면서 최대한 들이마신 후, 천천히 공기가 다 배출될 때까지 내쉬었다. 호흡을 한 번 하는 시간이 평소의 4배는 훨씬 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호흡하기를 5분여 쯤 반복했을까. 자연스럽게 호흡의 시간이 줄어들면서 호흡도 편해졌다. 그래도 평소보다는 들이 쉬고 내쉬는 시간이 2배쯤은 늘어났을 것이다. 호흡의 인터벌이 길어지자 일단 망상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 일어남과 사라짐 사이에 틈도 거의 미세해져 망상이 들어올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효과도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사띠도 뚜렷해지고 길게 이어지는 효과를 보았다. 아, 이 방법이 내게 가장 적합한 호흡법일 수도 있겠구나! 그동안 호흡법을 놓고 이런저런 귀 동냥과 시도를 해왔는데, 이제야 내게 최적화된 호흡법을 찾은 듯싶다. 이것만으로도 오늘 새벽 앉음수행은 큰 진전을 이룬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사띠가 잘 유지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새벽 정진을 마무리하고 꾸띠로 향했다. 한 발 한 발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촉감을 알아차림 하면서 걸었다. 수행 때의 사띠를 정진을 마쳤더라도 그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하라는 사야도의 가르침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아침 죽 공양을 마치고, 8시부터 시작되는 앉음수행에 참여했다. 탁발을 나가지 않으면서 8시 정진은 빠지지 않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오늘 8시 정진은 특히 새벽정진부터 적용한 새로운 호흡법을 더욱 내 몸에 맞게 조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진을 시작하면서 바로 최대한 길게 호흡을 시작했다. 단계적으로 최대한 천천히 들이마시고, 길게 천천히 마지막 숨까지 내쉬는 호흡을 3분쯤 하고 나니, 호흡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들이마시고 내쉴 수 있는 최대 공기량의 약 70% 정도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런 호흡법은 대불련(대학생불교연합회) 시절 인천 용화사 송담스님의 참선법문을 들으면서 배웠던 그 호흡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때 송담스님께서는 자신의 들이킬 수 있는 호흡량의 70%만 들이마시고, 내 쉴 수 있는 양의 70%만 내쉬어야 숨이 차지 않고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다만 조금 차이가 나는 것은 이번의 호흡법은 시작을 할 때 100% 들이마시고, 100% 내쉬는 것을 의도적으로 해나가다가 자연스럽게 그 양을 줄이는 것에 있었다. 처음부터 70%만 들이쉬고 내쉬었을 경우와 100%에서 자연스럽게 줄어든 70%와는 그 편안함에서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숙달되면 두 호흡법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것이다.
호흡이 길어지면서 일어남과 사라짐 사이의 단절현상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고, 망상도 줄어드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망상과 왼쪽 무릎 아래가 저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는 했다. 다만 그 빈도가 줄어든 셈이다. 이 부분은 좀 더 사띠의 힘을 기르고 정진력을 늘려가면서 해결할 숙제가 될 것이다.
특히 8시 정진의 마지막 10분은 정말로 사띠가 잘 되었다. 10분 동안 사띠가 이어지면서 보다 깊은 집중을 할 수 있었다. 깊은 집중을 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마치 컴컴한 우주의 허공 속에 뜬 채 호흡과 사띠만 또렷하게 남아 있는 느낌을 관찰했다. 그래서 즉시 몸을 관찰해보니, 몸도 보이지 않는다. 처음 대하는 이상한 체험이었다. 그러나 그 느낌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앞으로 몇 시간 동안의 앉음수행은 오늘 8시 정진에서 느낀 이 체험을 보다 뚜렷하게 사띠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걸음수행은 정진력(위리아)을 향상에 효과적이다.
점심 공양을 마치고는 그동안 앉음수행에 집중하면서 다소 소홀했던 걸음수행, 즉 걸으면서 하는 수행에 집중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에인다까 사야도의 말씀에 따르면, 앉음수행만큼 중요한 것이 걸음수행이며, 집중력을 키우는 데는 걸음수행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인지 사야도와의 인터뷰 시간에는 반드시 앉음수행을 하면서 일어난 현상에 대한 보고와 함께 걸음수행에서 일어난 변화를 보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앉음수행과 걸음수행의 특징 및 효과
수행에는 4가지 형태의 몸자세가 있다. 섬, 걸음, 앉음, 누움이다. 이 가운데 섬수행과 걸음수행은 노력과 힘을 증진하고 발전시키는데 좋다. 물론 집중력도 발전되지만 노력을 더욱 발전시킨다. 서있는 동안 수행자는 넘어지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걸을 때에는 곧바로 서서 한 발 한 발 걷는데 특히 애써야 한다. 그러므로 섬수행과 걸음수행은 노력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된다.
반면 앉음수행과 누움수행은 싸마디(집중력)의 계발에 도움이 된다. 앉음수행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 눈을 감기 때문에 싸마디의 계발에 힘이 된다. 물론 노력도 계발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효과를 가져다주는 역할만 한다. 누움수행은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는 수행이다. 이 수행은 집중력을 강화시킨다. 그러므로 앉음수행과 누움수행은 다른 기능보다도 집중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수행자에게 있어, 집중력·노력·믿음·지혜가 적절히 균형 잡혀 있으면 정상적이며 수행의 진보도 빠르게 이루어진다. 만약 균형을 잃는다면 잘못된 길로 가게 되는 경향이 커진다.
앉음수행과 누움수행은 집중력의 발전을 고양시키며, 섬수행과 걸음수행은 노력을 고양시킨다. 따라서 각각의 수행이 다 중요하고 균형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마히시 계통의 수행센터에서 수행스케줄을 1시간 걷고 1시간 앉는 것으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전에서도 집중력만 과도하게 키우고 노력이 부족하면 게으름·태만·무기력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다. 앉음수행과 누움수행을 더 많이 하고 걸음수행을 적게 하면 게으름·혼침·졸음을 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징후가 발생하면 지나친 집중 때문이라고 알아차려야 한다. 또한 각 지혜의 발전 단계의 끝에, 매우 자주 고개를 끄덕이는 졸음이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수행자는 반드시 노력을 증가시켜야 함을 알아차려야 한다. 노력과 집중이 군형 잡힐 때 졸음이 극복될 수 있다.
-아신 자틸라 사야도의 법문집 <담마디스커스>에서 발췌
오후 2시 한국관에서 진행되는 법문 시간에는 부처님께서 이교도와의 이적(신통) 대결을 마친 후 도리천에 올라가 어머니 마야부인과 욕계 천신들을 위해 설한 아비담마에 관한 사야도의 설법이 있었다. 그 요지는 이렇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먹고사는 문제로 신통을 보이지 말라’는 규칙을 정하자, 6사 외도를 포함한 외도들은 앞으로 부처님 제자들은 신통을 부리지 못하게 되었으니, 우리가 신통을 부려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그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부처님과 그 제자들은 신통을 부리지 못하니 따를 것이 못된다며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키며 세력을 모으려 했다. 그러자 부처님의 가장 충실한 재가 제자였던 마가다 국의 빔비사라 왕은 물론 코살라 국의 쁘라세나짓 왕은 부처님을 찾아가 일반 사람들은 신통을 보이지 않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따르지 않게 되고, 신통을 부리는 6사 외도들에게 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크게 우려했다. 더구나 일부 외도들은 한 술 더 떠서 부처님께 이적 대결을 제안해오기까지 했다.
그러자 부처님은 고심 끝에 ‘여래는 제자들의 신통을 금한 것이지 여래의 신통까지 금한 것은 아니’라며 이교도와의 신통 대결을 수용하셨다. 이 날이 음력 6월 보름날이었다. 부처님은 사왓티 시의 한 장소를 이적대결 장소로 정하고, 이날 수많은 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놀라운 신통을 보였다.
부처님은 망고나무 열매를 드시고 그 씨를 심어 단번에 자라나게 해서 수없이 많은 망고를 열리게 해 모인 사람들에게 다 맛보게 하는 등 외도들과는 차원이 다른 이적을 선보이셨다. 부처님은 이적 대결의 승패를 가릴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쌍신변의 이적을 보이며 바로 도리천으로 오르셨다. 부처님께서는 도리천에서 어머니 마야부인과 욕계천신들을 위해 아비담마를 설했고, 매 공양 때마다 살짝 내려와 사리뿟따에게 도리천 설법의 요지를 알려주어 500여 비구들에게도 같은 내용을 설하도록 배려했다. 3개월 동안 도리천에서 설법을 마친 부처님은 음력 9월 15일 히말라야 북쪽에 위치한 싼카쌰를 통해 하강하실 것을 목갈라나를 통해 예고하시고, 바로 그날 그곳으로 제석천과 천신들의 호위를 받으면 도리천에서 내려오셨다. 부처님이 싼카쌰로 하강하시던 날 수많은 제자들과 재가의 불자들이 싼카샤로 운집해 저마다 등과 촛불을 들고 부처님을 맞이했다. 싼카쌰는 과거의 부처님은 물론 미래의 모든 부처님들이 하늘세계의 중생들을 교화한 후 하강하는 성스러운 장소가 되었다. 그리하여 싼카쌰는 부처님께서 성불하신 부다가야, 초전법륜을 굴리신 사르나트, 가장 오래 머무르신 기원정사의 간다꾸띠와 함께 과거와 미래의 모든 부처님들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성스러운 장소가 되었으며, 모든 불자들이 죽는 순간까지 정확하게 사띠를 챙기며 기억해야 할 성지가 되었다. 이 네 곳의 성지를 불자들이 생을 마치는 마지막 순간에 기억한다면 결코 4악도에 떨어지지 않는다.
오후 5시부터 걸음수행을 마치고 오후 6시, 오후 8시 앉음수행에 잇따라 참여했다. 그러나 오전 수행과는 달리 사띠가 올곧게 챙겨지지는 않았다. 새벽과 오전과는 달리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게다가 예기치 않게 등에 통증이 찾아와 통증을 보느라고 사투를 벌였고, 마지막 수행시간에는 혼침까지 찾아와 사띠를 여러 차례 놓치고 말았다. 내심 스스로에게 실망했으나, 수행에서 일희일비는 금물이라는 선배 수행자들의 말로 위안을 삼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