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수에서는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겸임교수이자 그레이월 대표인 변홍철이 기획한 국내 작가 4인 김용호, 서고운, 이피, 최선의 전시 "멈춤과 통찰 / Samatha & Vipassana - 인타라의 그물 (因陀羅網)" 전을 5월 15일부터 6월 16일까지 선보인다.
김용호 사진작가는 1992년부터 크리에이티브 그룹 ‘도프앤 컴퍼니’ 대표로 20여 년간 패션·기업이미지·영화포스터 사진 등을 찍어왔고 아트커머셜 포토그라피와 획기적인 포트레잇 스타일로 품위있는 인물사진을 연출해내고 있다. 수차례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수상했으며 ‘제주영상’전(2017), ‘동쪽으로부터의 빛: 침묵 속의 움직임, 그 아름다움’전(2016), ‘Brilliant masterpiece’전(2015), ‘날개’전(2013), ‘피안’전(2011),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신데렐라 기념 김용호 사진’전(2009), ‘몸’전(2008), ‘한국문화예술명인’전(2003) 등의 전시회를 가졌다.
김용호 작가의 작품 ‘피안’. 작가는 위에서 내려 보던 연잎을 ‘다르게 보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가 눕는다. ‘다르게 보기’의 세계, 작가가 직접 물속 깊이 들어가 촬영한 연잎은 피사체를 바라보는 또 다른 생명의 시선으로 안내한다. 현각 스님이 전시장에 누워서, 김용호의 고요한 ‘연잎' 사진을 감상했던 일화는 욕망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던져 준다.
서고운 작가는 2005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0번의 개인전과 약 40여회의 기획전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술작가다. 밴드 국카스텐과의 협업 작업이었던 2집<프레임>과 <국카스텐 아트 워크 프로젝트 with 서고운>을 통해 2014년 대중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고, 현재는 오컬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타투이스트로도 활약하고 있다.
서고운 작가는 ‘모든 것이 파괴돼 사라지기 직전의 모습을 통해 영원한 안식이 없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들을 표현하고자’ 한다. ‘생의 의지와 죽음의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는 이미지.’ 그는 ‘내면 깊숙이 깔려 있는 어두운 부분에서 뭔가 전복된 아름다움’을 찾아서 표현한다. 작가는 그가 표현하고 있는 ‘불안의 에너지’에 대해 “뭔가 우리가 갖고 있는 또는 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고정된 사고 그런 것들을 직접적으로 제 그림에 대입하지만 않으면, 좀 더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그의 작업에서는 오온의 집착을 버리기 위한 백골관의 향기가 난다.
이피작가는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피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첫 개인전 ‘눈, 코, 입을 찾아 떠난 사람’展을 열었다. 그 후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SAC)에서 예술 분야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작품의 형태는 평면에서 입체로 확장되며 다양한 설치미술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2010년 아트링크에서 연 귀국전을 시작으로 ‘이피의 진기한 캐비닛’전과 ‘내 얼굴의 전 세계'전 등 수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현재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중이다.
이피 작가는 “나의 제단은 불교식, 힌두식, 서양 종교식도 아닌 나만의 그노시스를 품고 있으며 페미니즘이 미술과 결합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그 제단(작품)위에 여성성과 존재에 대한 인식, 비밀스러움 등을 간직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고려불화의 선과 색채를 원용해 그의 상상력을 현실 세계로 불러들인다. 그의 작품 ‘난자의 난자’을 보고 있으면 ‘부모미생전 본래면목’이라는 화두말이 오버랩 된다.
최선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다수의 개인전과 다양한 주요 기관 전시에 참여했다. 종근당예술지상 (2017), 소버린 아시안 아트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2017), 제 12회 송은미술대전 대상 (2013)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으며 인도 한국문화원 레지던시 (2018),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2017), ISCP (International Studio & Curatorial Program) (2015, 미국)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주요 소장처로는 Sigg Collection (스위스), 서울시립미 술관 (서울), 부산현대미술관 (부산) 등이 있다.
최선 작가는 본질과 통념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작가는 아름다움과 추함을 비롯해 모든 가치가 상대적이라는 점에 주목해 통상적인 재료나 표현방식에 국한되지 않는 회화를 선보인다. 화폭에 침을 뱉거나 지렁이 사진을 캔버스에 인쇄한다. 세월호 참사 현장인 진도 팽목항 바다에 화폭을 담가 소금회화를 만들고, 하수처리장 거품을 회화(도판)로 끌어 쓰기도 한다. 생동감 넘치는 색채와 역동적인 화면의 움직임이 담겨 있는 ‘오수회화’는 난지 하수처리장의 오수 위에 생긴 거품의 형태 중 일부를 선택해 패턴으로 만든 작업이다. 혐오스럽고 역겨운 대상과 아름다운 무늬 사이의 간극은 관객에게 아름다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그의 작품 ‘오수회화’에서는 저잣거리로 몸을 던지는 고승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꼭이 불교라는 이름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자신의 작업 속에서 본질을 찾아가는 젊은 선지식들의 전시회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