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법에 입각한 자자와 탁마정신으로 수행ㆍ정진해 내부결속을 다지고 청정한 승가의 기틀을 마련한다.”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의장 진오, 이하 청정대중결사)가 4월 13일 사간동 법련사에서 정체성확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대중결사의 나아갈 방향을 정립했다.

이날 ‘정체성’을 주제로 발표한 중앙승가대 유승무 교수는 “최근 조계종의 위기는 매우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1994년과 같은 정치혁명은 반복되지 않아야 하지만 대중결사 참여자 개개인은 검소하고 청빈한 소비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무 교수는 “청정승가야말로 붓다의 가르침을 매개로 청정한 나, 청정한 사회 그리고 청정한 세계를 건설하는 담지자”라며 “청정성의 모범으로 승가자신의 청정성이 전제돼야하며 결사에 참여하는 모든 개개인은 일체의 사적 소유를 포기하고 생명나눔운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중결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유승무 교수는 “수행ㆍ정진을 기본으로 종단 내외의 탈법적 사건에 대해 파사현정의 자세로 대응하며 21세기적 대안을 모색해 종단과 사회로 회향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승무 교수의 발표가 끝난 후 청정대중결사 참여 스님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울산 해남사 주지 만초 스님은 “맑음이란 어찌 보면 쉬운 일일 수 있다”며 “감상적 맑음에만 머물면 역할을 다한다는 승가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 청정대중결사는 맑음을 사회에서 실천하고 뿌리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만초 스님의 주장이다.

중앙종회 의원 진화 스님은 “승가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면 대중결사가 필요 없었을 것”이라며 “청정대중결사가 조직됐다는 것은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 문제에 있어서는 신중하기로 논의해 왔다”고 밝힌 진화 스님은 “스님들이 받는 보시금을 일정액 다시 회향하는 등 지속적인 실천이 가능한 문제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의장 석장 스님은 “더디 가더라도 일단 내부결속을 먼저 다져야 한다”며 “수행을 통해 스스로 자신이 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화사 강원 학감 우경 스님은 “자신의 수행은 물론 중요하지만 외부적으로 정화시켜야 할 일이 있다면 해야 한다”며 “종단 내외적으로 자정의 목소리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종단에 대한 정치적 의견이 ‘필요하다’, ‘적절치 않다’ 등 의견이 분분하게 토론이 진행된 가운데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는 않지만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무총장 금강 스님은 “전국적으로 회원이 분산돼 지역단위 모임이 중요하다”며 “의장단을 중심으로 내부결속력 강화를 위한 지역단위 순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장 진오 스님은 “대중결사의 공감대 형성과 참여의식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7월중 청정대중결사 회원 및 불자 등 사부대중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야단법석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