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 스님의 불교행복론32
ⓒ 장명확
불공의 식순 마지막에는 축원이 들어있다.
이 축원의 내용 중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염불해서 쌓은 모든 공덕을
온 법계에 회향합니다.”
이 구절은 지금까지 열심히 염불하고 공양해서 이룬 공덕을
자기가 갖지 않고 모두 다른 이들 에게 준다는 뜻이다.
스스로 복덕을 누리려고 고생하면서 열심히 기도한 공덕을
왜 자기가 가지지 않고 마지막에는 모두 다른 이에게 준다는 것인가?
학자가 고생해서 밝힌 연구 업적을 발표하는 것은
자신이 연구한 것들이 쓰여 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생산자가 제품을 개발하고 만드는 것은
소비자의 사용을 바라는 것이다.
요리사가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은
요리가 소비되어 없어지기를
연예인들이 멋지게 치장을 하는 이유는
남들이 보아서 즐겨주기를 바라서이다.
자신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렇듯 모든 것은 쓰여 지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세상의 도리이다.
절에서 수행을 해서 공덕을 짓고 나서 회향을 하는 것은
기도로 인해 생긴 무량한 공덕을 쓰는 순서이다.
짓고서 쓰지 않는다면, 회향을 하지 않는다면
열심히 지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도 쓰기위한 것이다.
돈을 쌓아두기만 하고 쓰지 않는다면 돈을 번 의미가 없다.
가끔가다 졸업을 앞두고 생을 마감하는 젊은이의 이야기가 알려진다.
그 젊은이의 죽음이 여느 다른 죽음보다 더 안타까운 이유는
이제 졸업을 해서 공부한 것을 좋은 곳에 쓸 차례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해서이다.
어떤 분들이 돌아가시면서 또는
노후에 자신의 재산을 공공의 목적에 보시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존경과 감동이 일어난다.
젊은이의 죽음이 아쉬운 것은 공부한 공덕을
회향하지 못했기에 아쉬운 것이요
뒤의 미담이 마음에 감동을 일으키는 것은
그분이 평생에 모은 재물을 회향을 잘 했기에 감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온갖 고생을 하고 핍박한 생활을 하다가 죽은 사람에게
남겨놓은 큰 재산이 발견되면 연민의 정이 일어남은
그는 재물을 자신에게 조차 회향하지 못한
탐욕의 어리석음 때문이리라.
재물이건 공덕이건 쌓아둘 수 도 있다.
그러나 쌓아두는 목적은 필요할 때 쓰기 위해서이다.
회향하기 위해서이다.
회향할 공덕을 짓지 않음은 게으름이고
지은 공덕과 재산을 회향하지 못함은 탐욕의 어리석음이다.
공덕의 쌓음과 회향이 원만이 이루어질 때
우리의 삶은 보람 있고 행복해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