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정윤경
지구별은 병들어가고 있다
여는 말
20여 년 전 낙향했을 때만 해도
개구리들이 아굴아굴 귀가 먹먹할 정도로 울고
뱀이 마당을 스르르 지나갈 만큼 흔했다.
그러나 지금은 개구리 울음소리나 뱀을 보기 힘들다.
논에 뿌려대는 농약 때문에 먹이사슬이 끊어져버린 것이다.
미꾸라지, 물방개, 우렁, 지렁이 등도 사라지고 있다.
논에 알게 모르게 이익을 주는 생명들인데 안타깝다.
농약을 많이 뿌릴수록 수확이 많아진다고 한다.
산중마을에 한 농부 가족이 병원에 실려 갔다.
독성이 강한 농약을 뿌린 논에서 수확한,
알곡이 굵고 보기 좋은 쌀을 가족끼리 먹다가 그랬다.
나는 이기심에서 연유한 인과응보라고 생각했다.
어느 새 그 논은 지금 잡초만 가득한 묵정밭으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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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무기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다.
건강할 때가 있고 병들 때가 있다.
지구는 지금 크게 앓고 있다.
서식하는 ‘물것들’이 지구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지구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결과적으로
지구를 의지해 살아가는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 된다.
현대문명은 석유에 기반을 둔 허약한 문명이다.
지구에 구멍을 뚫어 끝없이 퍼내고 있다.
그리고 그걸 태워 지구를 더럽히며 지구 체온을 높이고 있다.
이래서 지구가 앓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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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꽃은 피어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기현상을 보며 생태계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 벌이 40퍼센트 소멸되어 양봉농가들이
울상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다르면
휴대폰의 전자파 때문이라는 것.
벌이 이 지구상에서 소멸되면 식물도 그만큼 소멸될 터.
촉매작용을 하는 벌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에도 그만큼 위협이 따른다.
산골에서는 고랭지의 밭에 뿌려대는 독한 농약 때문에
벌들이 사라져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모든 생물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놀라운 신비를 알아차리게 되면
거기에 의지해 살고 있는 생명체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터.
돈과 경제에 눈이 멀면 상관관계에 얽혀 있는
자연의 가르침을 듣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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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회에도 약육강식은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먹히지 않고 아직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새삼스럽게 여겨진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의 약육강식을 비교하면
산업사회 쪽이 훨씬 치열하다.
농경사회는 서로 도와 가면서 살아야 하는
이웃이 있어 인간적인 여백이 두텁다.
그러나 산업사회는 서로 밟고 일어서야 하는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비정하고 살벌하다.
<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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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기업체나 정부 관료들은 ‘무한경쟁시대’다.
‘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등의 광고를 한다.
사람이 어떻게 무한히, 끝없이 경쟁만 할 수 있는가.
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다니, 일류도 이류도 삼류도,
다들 살아남고 있다. 그런 구호에 속아서는 안 된다.
어떤 의미에서 일류는 빨리 죽는다. 빨리 넘어져 버린다.
‘정복할 것인가, 정복당할 것인가’ 이건 협박이다.
이런 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 한때의 구호일 뿐이다.
극도의 이기주의를 우리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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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세계가 과소비로 치닫는다면
언젠가는 침묵의 봄이 올 것이다.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이 있다.
해마다 우리가 계절을 맞이하지만 그때마다 많이 다르다.
금년만 하더라도 봄인데 벌써 여름 날씨다.
또 어떤 때는 늦은 봄까지 눈이 내린다.
예상하기 힘든 기상이변이다.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들 자신이 그렇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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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인간 중심의 오만한 사고방식이
세상을 병들게 하고 지구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일찍이 동양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구 안에 사는 모든 생명들이 위협받고 있다.
지구상에서 생물의 종이 하루에도 수백 가지씩 사라지고 있다.
보다 많이 차지하기 위해 끝없이 전쟁을 일으킨다.
가질 만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욕심 때문에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새와 짐승, 물고기 등등 지구상에 있는 종이 사라지고 있는데,
이 지구상에서 인간만 남을 수 있을까? 결국 인간도 사라진다.
텔레비전과 냉장고, 가전제품, 자동차, 휴대전화만 가지고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이 세상에 독립된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서로 주고받으며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우주의 실상이다.
<일기일회> 중에서
맺는 말
만공선사께서 말씀하신 세계일화(世界一花) 사상이
병들어가고 있는 지구별을 구원할 수 있는 대안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유무정물은 한 몸이자, 한꽃이 분명하다.
만공선사는 세계일화의 참뜻을 알려면,
“지렁이 한 마리도 부처로 보고, 참새 한 마리도 부처를 보고,
심지어 미워했던 원수도 부처로 봐야 한다.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도 부처로 봐야 한다.”라고 말씀했다.
그러면 세상 모두가 편안할 것이라는 가르침을 남기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