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 스님의 불교행복론 27
ⓒ장명확
미린다왕은 수행승인 나가세나 존자에게 물었다.
“왜 사람들은 평등하지 않습니까?
어떤 이는 단명하고 어떤 이는 장수하며,
자주 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강한 사람도 있습니다.
또 어떤 이는 힘이 약하지만 어떤 이는 힘이 강합니다.
한 쪽은 가난한데 다른 한쪽에서는 부자가 됩니다.”
나가세나 존자가 대답하였다.
“왕이시여, 어째서 과일들은 다 맛이 다를까요?
어떤 것은 시고 어떤 것은 쓰며, 떫은 것이 있는가 하면 단 것도 있습니다.”
“그것들은 각기 다른 종자에서 나오기 때문이겠지요.”
“왕이시여, 맞습니다.
사람들도 지금까지 쌓아 온 행위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을 수가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살아있는 것들은 저마다 자기 업(業)을 가지고 있고,
그 업을 모태로 하며 그 업에 의존한다.
업이 생존을 비천한 것으로
혹은 존귀한 것으로 차별 짓는다’라고 말입니다.”
-미린다 왕문경
과일의 맛이 다른 이유는 과일의 종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사람의 삶이 다른 이유는
그가 지은 업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업의 이치에 따르는 지혜로운 이는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그러나 위 과일의 비유가 가르치는 인과론은
과거를 탓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는 이미 흘러갔으니 어쩔 수 없다,
과거에 지은업의 과보를 인과의 법에 따라 의연하게 받아 마쳐라.
쓴 것이든 단것이든 불만 없이 받아라.
불만스럽게 받든 의연하게 받든 피할 수 없는 것이 인과다.
그러나 미래는 어찌할 것인가 현재는 미래의 과거다.
지금 현재 어떤 원인을 지을 것인가
미래의 행복을 원한다면
지금 이 순간 업을 받으며
행복의 원인을 지으라. 과거를 탓하지 말라
행복의 원인은 열 가지의 착한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 미래의 행복을 원한다면
분노와 복수의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미래를 위한 선업을 지으라.
법구경에
원한은 원한으로서 쉬어지지 않는다.
참음으로만이 원한은 쉬어진다.
만일 진실한 이치를 생각하면
원한의 맺힘은 반드시 쉬게 되리.
인과업보의 가르침은 현실을 원망 없이
분노 없이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내게 한다.
또 암담한 현실을 밝은 미래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미래의 행복은 현재 짓는 업에 따라 결정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