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49일이 지났다.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아직까지 장례식도 치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장례식은 치르지 않았지만 고인들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스님들과 시민들이 용산에 모였다.
불교인권위원회(위원장 진관)가 3월 9일 용산참사 현장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49재를 봉행했다.
49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시민들이 용산현장을 찾았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참사가 일어났던 건물 1층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분향소가 마련됐고 2층에는 전경들이 순찰을 하며 주위상황을 살피는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진관 스님은 “고인들의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상황이지만 영가들이 극락왕생하길 발원하며 49재를 봉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진관 스님은 “100일 째 되는 날에도 천도재를 봉행해 영가의 넋을 위로할 것”이라며 “진상조사가 조속히 이루어져 고인들의 장례식이 치러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북과 징이 울리며 의식의 시작을 알리자 태고종 범패 이수자 스님들이 재단 앞으로 나아갔다.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바라춤과 함께 왕생극락을 발원하는 축원이 이어졌다.
유가족들과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들은 영가들의 위패 앞에 차를 올렸다.
북소리가 잦아들자 바라를 든 스님들의 움직임도 점점 줄어들었다. 어느새 움직임이 멈추었다.
인원위원 영탄 스님은 “전경버스가 가로막은 골목을 지나면 희생자들이 생전에 운영했던 가게가 있다”며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고인들을 위해 가게 앞에서 노재(路齋)를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노재를 지낸다는 말에 의식을 지켜보던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줄을 지어섰다. 경찰들은 잠시 머뭇거리다 버스를 조금 움직여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만 길을 열었다.
스님들의 뒤를 이어 유가족과 시민들이 줄지어선 대열이 좁은 길을 지나갔다. 영탄 스님은 가게 앞에 도착하자 노재를 지낸 뒤 축원문을 태우며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노재가 끝나고 의식이 진행됐던 현장으로 돌아와 위패를 태우는 소제의식으로 49재가 마무리됐다.
유가족들은 “장례식을 못 치렀는데 49재를 지낸다는 무슨 의미가 있겠냐”면서도 “의식을 준비해준 스님들과 자리에 참석해준 시민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