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인비에 의해 가족해체를 극복할 유일한 구원의 가치라고 평가받는 한국의 효문화가 개발논리에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이는 우리세대의 소유물이 아니며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보존해야할 문화입니다.”

화성 용주사 주지 정호 스님이 5월 11일 정조대왕 효행유적지보존 범국민연합이 개최한 ‘정조대왕 효행유적지 개발 반대’ 기자회견에서 유적지 개발은 효정신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개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용주사는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며 건립한 사찰로 용주사 주변에는 정조대왕의 효심과 관련한 유적이 다수 분포돼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용주사와 융‧건릉 일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주택공사가 유적지 일원에 15층 규모의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려하자 용주사, 경기문화재단, 한국효도회 등 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한 것이다. 개발보다는 보존의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이 이들이 개발을 반대하는 이유다.

한나라당 정미경 국회의원도 “지금 아파트를 건설하고 나면 효행유적지의 잃어버린 가치에 대해 아쉬워 할 것”이라며 “그 때 돼서 다시 아파트를 허물고 재건하려는 노력보다는 시작단계인 지금 개발을 멈추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이라며 주택공사의 개발을 반대했다.

이날 정조대왕 효행유적지보존 범국민연합은 “용주사 융‧건릉 일원이 효 문화 유적지임을 확인하고 원형대로 역사, 문화, 자연환경이 보존 돼야 한다”며 “고층아파트 건설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범국민연합은 “효문화가 우리사회의 통합원리임을 확인하고 효 사상 선양 운동을 펼칠 것”이라며 “종교를 떠나 온 국민이 효의 가치를 깊이 새겨 보존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