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사진. 현장스님 제공)
배움이 끊어진 한가한 도인은
망상도 없애지 않고 참도 구하지 않는다.
무명의 성품이 참 불성이요.
허깨비 같은 이 몸이 곧 법신이로다.
법신을 깨달음에 한 물건도 없으니
근원의 자성이 천진불이로다.
탁발 나온 노스님이 주고간 영가대사의 증도가 한 귀절을 보고 25세 청년 이영주는 눈이 번쩍 뜨였다.
동서고금의 책을 두루 섭렵하며 그렇게 찾던 진리가 이 귀절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였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가하여 성철이라는 법명을 받고 수행자가 되었다.
29세 되던 출가 4년 만에 대구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마음의 근원을 깨달아서 그 심경을 노래하였다.
황하는 서쪽으로 흘러 곤륜산에 솟아오르고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은 꺼져 내리도다.
문득 한번 웃고 머리를 돌려서니
푸른산은 옛부터 흰구름 속에 있구나.
수행자의 길을 떠난 후 한 번도 한 눈 팔지 않았던 그는 스스로 수행자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였다. 그것이 성철스님 십이명이다.
성철스님 생가를 절로 만들어 겁외사라고 부른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성철스님의 구도정신이 후세에 전해지기를 바라는 염원이리라.
성철스님 열두 가지 다짐
1.아녀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리라.
2.속세의 헛된 이야기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으리라.
3.돈이나 재물에는 손도 대지 않으리라.
4.좋은 옷은 몸에 닿게 하지 않으리라.
5.신도의 시주물에는 몸을 가까이 하지 않으리라.
6.비구니 절에는 그림자도 지나가지 않으리라.
7.오신채는 냄새도 맡지 않으리라.
8.고기는 절대 이빨로 씹지 않으리라.
9.세상의 시시비비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리라.
10.이익과 손해에 마음을 바꾸지 않으리라
11.하심 하는 데는 여자 아이라도 가리지 않으리라.
12.다른 이의 허물은 농담으로도 하지 않으리라.
성철 스님의 '십이명' (사진. 현장 스님 제공)
구담족의 후손 성철
우리 주변에는 무늬만 나무처럼 겉모습만 수행자가 많다.
참으로 수행자의 삶을 살려면 왕이 될 복을 지녀야 한다.
선근과 과거의 서원이 깊지 못한 사람은 위대한 수행자가 되기 어렵다.
티벳 사람들은 말한다.
"돈을 신으로 섬기고 물질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세속에 오염되지 않고 불도에 정진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하는 서원을 세우고 죽은 사람들이 태어나는 곳이 티벳이라고 이야기 한다.
한 평생 살아보니 모든 것이 허망한 것을 깨닫고 내세에는 영원한 진리만을 탐구하여 길 잃은 사람들을 돕고자 큰 서원을 세우고 우리 곁을 다녀가신 분이 성철 큰스님이다.
대원사 이동불교대학이 지리산 겁외사를 다녀왔다. 성철스님 유물전시관 포영당에 성철스님 친필유묵으로 열두 가지 다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