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사람  김성채

 

대웅보전의 측면 문으로 금당에 들어서면 깨달음의 세계로 가는 반야용선에 올라탄 것입니다. 부처님을 모신 금당은 부처님을 찬탄하는 마음과 불교의 정신세계가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부처님을 향한 우리들의 염원이 온전히 나타나 있습니다.
하늘과 땅에 있는 신장과 용왕 그리고 많은 보살과 제자들 모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어 환희하는 장면을 많은 경전에서 볼 수 있는데, 금당은 우리가 깨달음에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그런 환상적인 장면을 현실에 꾸며놓은 아름다운 곳입니다.

 

 

 

대웅보전 현판 좌우에 용두(龍頭)를 장식함으로써 대웅보전이 바로 반야용선이고 또 앞으로 용맹 정진하는 곳임을 나타냈습니다. 용두가 있으니 당연히 몸통과 꼬리도 장식되어야 하는데, 몸과 꼬리는 용두가 있는 벽의 뒤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또 용두는 정면 외에 대웅보전의 바깥 네 귀퉁이(귀공포)에도 장식된 때문에 금당 안의 네 구석 쪽에도 몸통과 용미(龍尾)가 장식되어 금당에는 모두 여섯 개의 용미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지붕을 받치는 장식인 공포는 밖으로만 드러난 것이 아니라, 집안에도 같은 생김새로 앉혀있으며 지붕이 비스듬히 올라가는 때문에 한 층이 더 얹혀있습니다. 공포에서 소의 혓바닥처럼 밖으로 뻗어나간 장식을 “살미”라 하는데 용주사 금당 안 맨 위쪽의 살미는 소 혓바닥 모양이 아닌 봉황머리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예부터 봉황은 날짐승의 왕으로 불리고, 고귀하고 상서로운 곳에 나타나고 자리하는 까닭에 부처님을 모신 금당에 장식됨은 당연합니다. 

 

 

 

한옥은 기둥을 세우고, 기둥끼리는 창방 등으로 조이고, 앞뒤 기둥 간에는 대들보를 연결해 짓게 됩니다. 측면이 두 칸을 넘어서는 한옥에서는 측면 기둥 위에서 대들보를 향해 보(충량)를 걸치는데, 절집에서는 통상 대들보에 걸친 충량 마구리에 금당 안 곳곳을 내려다보는 용머리를 조각해 놓고 있습니다.
용주사 금당에도 충량이 된 두 마리의 용은 맡은 임무를 수행하려는 듯, 언제라도 날 수 있는 기운찬 자태로 금당에 침입할지 모르는 삿된 기운을 막아내고, 부처님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한옥에 들어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대청마루입니다. 그곳에서 걸터앉아 두 팔에 몸을 기댄 거만한 자세로 위를 쳐다보면 제 나름대로 구부러진 알몸의 서까래를 볼 수 있는데, 그 순간‘아. 우리들은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구나!’고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목수가 집을 지을 때 ‘곧은 나무만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과 세상 모든 것이 서로 다른 것들끼리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깨닫습니다.
이렇게 서까래가 드러난 천장을 연등천장이라고 하는데, 서까래 사이에 바른 흙을 회로 하얗게 덮는 덕분에 서까래는 의도된 장식으로 보입니다.
 대청은 방에 들어가기 위해 임시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인 까닭에 연등천장이 대부분이지만, 방은 서까래를 가릴 반자를 놓아 천장을 평평하게 만들어 아늑한 살림살이 분위기를 갖게 꾸밉니다.
이때 반자를 놓기 위해 정(井)자 모양의 틀을 천장에 걸고 그 사이사이 빈칸을 판자로 막음하여 “우물반자”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많은 절집이 우물반자로 천장을 만들었고, 금당의 천장도 3단의 우물반자로 조성하여 격조가 높은 집으로 꾸몄습니다. 

 

 

 

금당의 천장을 우물반자로 꾸민 까닭은 부처님께서 불법을 설하실 때, 높은 가르침에 감동하여 천신들이 수많은 꽃을 부처님과 모인 사람들에게 비 오듯 뿌렸음을 현세에서 보여주고자 함입니다.
또한 천장에는 구름사이로 마주보고 날아드는 두 마리의 학이 그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래부터 학이 흰 색깔 그대로 정갈하고 또 고고한 품위를 가진 상서로운 날짐승이며, 길지를 찾아 둥지를 튼다는 믿음이 있어 천장의 반자 칸칸에 학을 그려 장식하였습니다.

 

용주사 금당은 석가모니부처님과 약사여래부처님 그리고 아미타부처님, 세 부처님을 모신 까닭에 격을 높여 “대웅보전” 현판을 걸었습니다. 남향집으로 중앙에 석가모니부처님을, 부처님의 왼쪽에는 동방에서 중생의 병을 치료주시는 약사여래부처님이, 오른쪽에는 서방에서 중생의 극락왕생을 인도하시는 아미타부처님께서 좌정하고 계십니다.

 

세 부처님 모두 목불로 조성되었고, 용주사 홈페이지에는 세 부처님을 조성한 조각장 스님은 전라도와 강원도 사찰에서 모셔온 때문에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어 부처님의 상호가 차이를 보인다’고 하였습니다만, 저 같은 보통사람이 보기에는 별 차이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굳이 제가 본 바를 말씀드리면 세분의 부처님 얼굴이 너무나 네모지게 납작하고, 석가모니불과 약사불은 아래를 내려다보시려는 듯 고개를 조금 숙이신 것에 비해 아미타부처님은 조금 먼 곳을 보시는 듯합니다.
같은 것을 보면서도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달라 보이듯, 어떤 생각을 갖고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엊그제 금당을 찾았던 날의 느낌은 다른 사찰의 부처님들에서는 보일 듯 말 듯한 가는 미소가 살짝 보이지만, 용주사 부처님은 엄숙하고 근엄한 표정을 하신 것으로 보였습니다.

 

 

 

금당에서 세 부처님께 공손히 절을 한 다음에는 꼭 부처님이 앉아계신 연화좌를 보시기 바랍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팔각형의 연화좌 위에 앉아계시는데, 연화좌 정면에는 충량에 조각된 사실적(?)인 용의 위용과는 다르게 민화에 나오는 듯싶은 형태로 용이 투각되어 있습니다. 뿔하며 눈이며 이빨을 너무 우스꽝스럽게 조각한 것이 ‘부처님을 멀리, 너무 어렵게 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약사여래부처님께서 앉아계신 연화좌 정면에 투각된 용은 용맹스럽게 달려드는 듯 수염을 흩날리고 있지만, 이빨은 옥수수 알같이 박혀있고 아이들 앞에서 웃으며 까꿍 하는 모습이어서 해학적으로 보입니다. 
아미타부처님께서 앉아계신 연화좌는 연잎과 꽃들이 투각된 중간, 타원형으로 뚫린 안쪽에서 사자가 호기심에 찬 큰 눈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어서, 성스럽고 숨 막힐 것 같은 공간을 한순간에 부드럽게 합니다.
연화좌 세 개가 모두 우스꽝스럽고 해학적인 것은 방금 말씀드린 엄숙하고 근엄한 표정을 하신 부처님과의 거리를 가깝게 하려는 조각장의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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