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포의 가을 원경
삼일포의 몽천암터는 참으로 경치 좋은 곳으로 예로부터 삼일포에 온 유람객들은 여기에 올라와 땀을 식히기도 하고 푸짐한 음식을 차려놓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하였다.
한 노승이 이곳에 자그마한 절을 지어 놓으면 여러모로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우선 산천이 수려하고 안온하여 여기서 도를 닦으면 쉬이 승천할 것 같았고 또한 유람객들이 끊임없이 찾아드니 생활도 크게 걱정할 것이 없으리라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절을 지으려고 하니, 우물이 없는 것이 큰 흠이었다. 우물이 없으면 여기에 절을 세운 보람이 없게 된다. (어떻게 한다?) 그는 잔디밭에 벌렁 누워서 생각에 잠기었다.
어느덧 해는 기울어 가고 울창한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엔 가끔 솜구름이 소리 없이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갑자기 푸른 하늘이 안개 속에 몽롱해지더니 눈서리같이 휜 수염을 길게 내리 드리운 백발노인이 안개를 타고 나타났다.
장군대에서 내려 본 삼일포 (사진.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백발노인은 노승 앞에 서더니, 왼쪽 바위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저 바위 밑을 파보라. 그러면 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니라.”
말을 마치자마자 백발노인은 안개와 더불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노승이 너무 기뻐서 벌떡 일어나 앉으니, 그것은 꿈이었다. 매우 아쉬운 일이였으나 그는 노인이 가르쳐준 대로 시험해 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괭이를 들고 바위 밑을 파 보았다. 한 반길 가량을 파니 맑은 샘물이 솟아올랐으며, 그 맛은 얼음같이 차면서도 향기로웠다.
“향렬몽천이로구나!” “꿈에 본 향기롭고 차디찬 샘물이라는 뜻”
다음날 노승은 샘을 깨끗이 정리하고 바위에 “향렬몽천”이라는 네 글자를 두 바위벽에 새겨놓았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샘 옆에 자그마한 암자 하나를 세우고 그 이름을 몽천암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사진. 대순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