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 내지 성직자는 그 시대의 정신적 수준을 반영하는 최고 표본이다. 그들의 삶의 질과 도덕적 기준은 항상 반비례 그래프를 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상이 혼탁해질수록 수행자는 더욱 당당해지고, 세상이 맑아질수록 수행자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한다.

25년째 동사섭 수련회를 이끌고 있는 대화 스님의 에세이집 내안으로 떠나는 행복여행은 한 수행자가 스스로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내놓은 자기독백이라 할 수 있다.

은사이신 용타 스님을 도와 1980년 겨울부터 근 30년간 동사섭 수련회를 이끌고 있으며, 약 2만여명의 수련생을 배출해내면서 대화 스님은 동사섭 홈페이지(www.dongsasub.org)에 연재해왔던 명상컬럼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이 책은 마치 초여름 막 따낸 옥수수 같다. 약간 투박한 듯한 문장이지만, 풋풋하고 솔직한 자기 고백은 신선하기 그지 없다.

“나는 지금 이 부끄러움이 좋다. 나의 뇌와 혼에 신선한 긴장이 온다. 저 20대, 30대에 깊은 결심을 할 때면 흔히 행하던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일이랑, 이를 악무는 일이랑은 하지 않지만, 이제 가슴에서는 서늘한 바람이 일고 입가에는 고요한 미소가 지어진다. 이제 깊은 결심을 할 때면 지그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무릎을 꿇는다.”

초여름 강한 햇살 속에 영글은 속이 꽉찬 옥수수처럼 스님의 글은 무섭도록 정직하고 깊다. 깊은 사유와 수행에서 나온 체험적 글이기 때문에 문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읽는 사람들에게 문학적 감동을 준다.

매끄러운 글쓰기, 자신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스님의 글은 다소 부드럽게 느껴지지 않을수도 있다.

마치 사투리를 쓰는 것처럼 약간 투박한 말투로 이야기하지만, 스님은 지인의 딸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차마 하지 못하고 '하나님께서 부르셨다'고 말한다. 그 지인이 가톨릭신자였기 때문이다. 스님은 하나님께서 부르셨다고 고운 말투로 이야기했지만 글을 보는 이의 마음은 오히려 더욱더 아프다. 스님이 차마 말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더욱 강하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이야기들도 마찬가지다. 자식들이 미처 임종을 맞이하러 오기 전에 숨을 거둔 늙은 마누라의 발목을 붙잡고 '나쁜 년'이라고 내뱉는 할아버지의 낮은 신음소리를 무엇으로 더 설명할 수 있을까.

스님의 ‘행복한’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오히려 가슴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쌓이는 듯 하다.

수행자는 그 시대를 맑히는 공기정화기이다. 그의 삶과 철학은 우리시대의 정신을 고양시킨다. 대화 스님의 글을 읽노라면 그의 부끄러움이, 그의 눈물이 우리에게는 한없는 고마움으로 느껴진다.

이번 여름에는 꼭 한번 동사섭 수련회에서 스님을 만나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